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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자귀나무 / 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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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2회 작성일 17-06-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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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자귀나무

 

강세화

 

가랑가랑 마흔아홉 날이 지나고

자귀나무가 꽃을 말리고 있다

적막한 잎사귀들이 넋을 떨구고

하염없이 늙어가고 있다

팔자는 못고치고 훌빈해진 사랑이여

귀 닫고

눈 닫고

입 다물고

자귀나무는 심심하게 늙어가고 있다

가늘게 촘촘히 매달린 생애가

안타까이 목마르게 흔들리면서

앞앞이 말 못하는 속앓이를 참고 있다

진득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혼란스럽게

혼란스럽게

어질어질 이승을 돌아보며

아무 일도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은 채

고실고실 늙어가는 그대여

자귀나무 아래 사랑이 저물어가고 있다

 

 


 

강.jpg

 

1951년 울산 출생

1983월간문학으로 등단

1985현대문학지상백일장 장원

시집으로 손톱 혹은 속눈썹 하나』 『수상한 낌새

3회 울산문학상, 4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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