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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브래지어 / 권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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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89회 작성일 17-07-05 10:18

본문

브래지어

 

권혁제

 

마지막 정을 떼려는지

눈물자국조차 지우지 못하고

이른 새벽 처제가 떠난 잠자리

몸을 잃은 빈 브래지어가

합성금속처럼 기억을 채우고 있었다

 

돌 지난 막내의 친권만이라도

갖게 해달라는 처제의 울음이

나무에 걸린 연같이

헐떡이며 떨은 그믐의 밤

젖가슴은 이전보다 더 시려웠을게다

 

뜬 눈으로 밤의 위로를 받으며

쌓아 올린 처제의 단단한 모성이

새벽답 첫 길을 열었다

뭉텅뭉텅 잘린 젖가슴의 살점을

부음訃音처럼 놓아 버린 빈 브래지어.

 

- 시와창작200611~12월호

 

 

 

권혁제1.jpg

1965년 경기도 평택 출생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4<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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