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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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83회 작성일 20-05-22 02:13본문
작약 꽃
겨우 며칠 화려했다.
쌈을 먹다 목구멍에 걸려
관자놀이에 드러난 핏대보다 더 붉던
작약 꽃이 저항도 없이 무너졌다.
이른 봄 언 땅을 뚫고 촛대처럼 솟구치며
꽃망울 발롱대며 햇볕과 장난할 때
양귀비보다 더 화려할 뒤태를 보았다.
초여름 햇살이 꽃잎에 섞여
백 번을 칠한 정물화보다 더 붉을 때
나는 네 곁에서 삶의 희망을 캤다.
너무 고와 벌 나비도 두려워 얼씬 않던
황실(皇室) 뒤뜰만 거니는 황녀 같은 자존심도
가랑비 두어 번 맞고 난 후
어미죽은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장롱 앞판의 무늬처럼 화려해도
열흘을 채우지 못하는 가련함 앞에
모란이 질 때처럼 두견은 울었다.
제아무리 무리지어 홍역처럼 물들어도
아침별처럼 일제히 사라진다.
꽃은 지고 푸른 잎사귀만 허무하게
푸른 하늘 아래서 쓸쓸하게 흔들린다.
가을 낙엽 지던 날과 같은 허무함이
빗물처럼 내 양미간으로 스며든다.
2020.5.22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우 며칠 화려했던 작약 꽃에서
가을 낙엽 지던 날과 같은 허무함을 주는
작약꽃에서 그래도 양귀비보다 더 화려한
뒤태를 보셨나봅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서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뜨락 가득
붉은 미소로 분홍빛 웃음으로
가득 채우는 함박꽃을 보며
어느새 깊어진 봄날을 느끼고 있습니다
남은 오월도 행복 가득한 날 보내시길 빕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표현의 깊이가 깊고,
그 의미가 살아있는 듯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작약꽃이 요염한 자태를 뽑내더니 벌써 자리를 떠나나요. 꽃이나 사람이나 아름다움의 길이는 짧은가 봅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다녀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