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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송뽈깡 시인 ― 배낭 타고 가는 낙타 외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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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회 작성일 25-12-31 14:53

본문

  
      

     시마을 이달의 초대시인 송뽈깡

 


  새해의 문턱은 늘 낯설고, 그래서 더 선명합니다. 시마을 이 달의 초대시인으로 송뽈깡 시인을 모십니다. 송뽈깡(본명 송의철) 시인은 2002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2010년 제12회 수주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집으로는 홀몬전서(2019), 뽈깡주의자(2022), 안단테에스프레시보(2024) 등이 있습니다.

 

  송뽈깡 시의 매력은 시를 읽는다는 행위를 어느새 무대에 올린다로 바꿔놓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의 문장은 음악의 템포처럼 빠르거나 느려지고, 회화의 명암처럼 번지거나 응고됩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의 독주, 골목의 구두가 남기는 광택의 질문, 그림자가 그림자를 덧셈하듯 증식하는 장면들, 이 모든 것은 이미지의 과시가 아니라 사유의 작동 방식입니다. 현실은 단단한 사물로 고정돼 있지 않고, 언어라는 악보 위에서 끊임없이 재배열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배낭 타고 가는 낙타 외 9에서도 그 특유의 확장이 또렷합니다. 여행자·사막·오아시스 같은 원형적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세계가 개인을 밀어붙이는 압력의 은유로 변환됩니다. 제목부터가 하나의 연주 지시어인 징가로 징가렐라, 계절을 여러 악장으로 나누는 뽈깡의 사계, 시인이 음악과 미술을 단순히 가져오는것이 아니라 시 자체를 감각의 합주로 만드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시마을 가족 여러분께서도 이 작품들을 따라가며, 각자의 하루에 숨어 있던 색과 리듬을 다시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쉽지 않은 시절일수록, 한 편의 시가 건네는 미세한 방향 전환이 우리를 멀리 데려갑니다. 송뽈깡 시인의 작품과 함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 더 또렷해지는 2026년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

[시인의 자선시 10편]

  

배낭 타고 가는 낙타 9편 


        송뽈깡

 

 

오래된 사막 질러가는 여행자가 있다.

두둑하게 해줄 노래 쫓으며

 

부푼 갈증이 발부리마다 우글거린다. 그러므로

이면에서 빛나는 건 오아시스.

견디며 지나고 건너가는 눈동자 가진 저 음표

읊조려대는 순간마다

먼 미지의 길이 굶주린 전갈처럼 덤벼든다.

그때 세계 불문하고 솟는

허기는 불어가는 바람과 그 풍향 뜯어먹을 참이다.

 

낙타.

낙타.

 

오직 길고 긴 독주獨奏가 질러가게 하는 것.

타는 햇빛이 모래를 마신다. 말라죽지 않기 위해

모금모금 걸음이 호흡 삶아대는 동안

익어가고 있다는 표시로 태양은 반짝거려댄다.

질기다, 꼭대기에서 빛나는 신열 덩어리,

우주와 대지 통틀어

저 고약하기 그지없는 빵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두둑한 혹이라는 음표로 쓴 곡

배낭이라는 날개가 여행자를 연주해댄다.

 

  

 

죽 구두

 

  

그 곰곰한 기억이 가죽 된 까닭은 무엇인가.

 

광이 나는 대답 찾아서 지난날로부터 달음질쳐 온

물음표가 묵묵 지구를 줄곧 노크해댄다.

 

새는 흘러서 갔다. 그러나 그만큼 흘러든 새소리

대지라는 광목천에 쪼아 넣는 것처럼

해바라기 속 검은 씨들이 길에 반점을 뿌려댄다.

그러하게 그림자로 수를 놓는 골목이여.

 

박힌 것이라서 찢어지지 않는 발자국 그

고스란한 힘으로 날개

달고 떠다니는 발과 걸음이 한 켤레 눈동자

되어 만난다. 하물며 흘러든 새소리가 질러갈 길

 

밝혀대기에 이른다. 잊지 못한다는 건

곰곰 품고 있는 내재율 근육이 질겨지는 일이라고,

 

가죽이 된, 기억은 노크해댈수록 광이 난다.

 

  

 

림자 그림자 + 그림자

  

 

골목길 짚어대던 하이힐굽 소리가

뾰족하고 기다랗게 퍼덕대며 날아가버렸다.

 

쫓아오지 못하게 멀어져 떠 있는 저 구름

 

또 이튿날, 다시 다음날, 또다시 숱한 날,

노크해대고 노크해댄 끝에 간신히 불러낸 건

 

한 켤레 묵묵부답. 이것이 뒤밟아야 할 걸음

 

이란 말인가. 벌써 뛰쳐나가 가로수 된

한 그루 시간은 낙엽 쪽을 쫓아갈 따름이다.

 

가을은 바람 따라가는 계절인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미 거기에 이른 지경

증폭되게 읊조려대다 외워대다 뇌까려대다

 

텅 빈 자취방 되고 만 눈동자. 여기

 

어떤 새가 물고 날아가버린 것인지 애틋한

하이힐굽 소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방에 빠진 중추신경이 흠씬 비틀거린다.

 

마침내 그림자 탕진해버리는 법이라며

그림자가 그림자를 막 폭식해댄다.

  

  

가로 징가렐라

  


징가로 징가렐라.

 

가만히 떠가는 조각구름처럼

발자국 새기는 여행자

멀찍이 떠나온 성운 같은 물거품

소곤소곤하게 장식한 곳

해변에서 산책하는 눈물방울 본다.

 

이건 나도 모르게

흥건해지게 하는 일기.

 

그러기에 습한 격정 쓰려고

스스로 물먹은 한 송이 석양화夕陽花

된 저 여자. 웬 곳 바라보고 선

뒷모습이 망연자실에 가깝다.

 

그러다니 그러하다니.

 

주변 모두 칠해버리는 노을로

번지는 저 실루엣,

아찔하고 아찔하다. 너무

처연한 까닭에

뒹굴 것이 나뒹굴고 만다.

 

말미암아 일게 된 이름

파도가 알 일이다.

너무 슬퍼서 웃게 되는 것

눈물방울 밖으로 달이 솟고 만다.

 

그 무엇이 무엇이 나를

당신 밖으로 뽑아버린 것인가.

먼 자답自答의 길 디뎌대는 저 눈빛 삘라.

별들 소곤소곤 반짝여야 한다.

 

징가로 징가렐라.

 



깡의 사계

 

 

#

심어진 것들 제자리 차지한 사이 자기를 추켜세운 것은

개망초 혹은 풀잎. 그렇게 지상이 지금을 번역해대는

가운데 풀풀한 언어에 중독된 탓 자꾸 뇌까려대게 되는

바람에 허기진 엽록소는 짙은 색 밝혀대기 마련. 그로

물들어버린 것은 결코 물 빠지지 않을 것인가. 타는

태양 때문에 생긴 그림자는 무더운 낱말만 질질 흘리고.

 

#

추억이 증발한 탓 거의 다 바삭해진 것으로 받은 편지

어느 날 낙엽이 바람에 찔렸으므로 바람 노래 부르고,

또 재발한 환절기 증후군이 지난날 편지 봉투 속에

담아둔 속삭임들 까발려 그중 한 추풍을 널어 말리고,

바바리 옷자락이 바람 소환하는 사이 수신자 부담으로

반송된 그림자가 날개 잃어버린 깃털처럼 너덜거려대고,

 

#

찬바람이 삐뚤빼뚤하다. 먼지와 공기가 밀치락달치락

실랑이하기 때문이다. 훔쳐보는 순진케 여긴 노루 눈빛

심상찮다. 용케도 숨겨온 내숭 결국 들키고 만 별들

자잘한 싸락눈 되어 돌아오는 새벽. 고장 난 시곗바늘

곤두세운 것 같은 나무들 뽑아 기침하지 않아도 되는

숲으로 다시 옮겨 심는 고갯마루 바위의 몸살이 하얗고.

 

#

쓱 나타난 색이 그 풍경으로 머리를 감아댄다. 어느새

되바라진 꽃들의 정원을 핥고 핥으며 벌이 난다.

혹은 당장 뭐에 홀리고 말 것 같은 이 예감. 때문에

날개가 머리 위를 조심히 맴돈다. 이때 탁월한 꽃잎은

진한 향기에 갇히고 벌 불러대는 바람은 정원 뒤편

언덕 오르며 나돈다. 이 그 풍경으로 머리 감아대고.

 

  

고양이의 메모

  

 

#

눈동자는 앞서가고 뒤통수는 그에 끌려간다.

 

#

쏘아 올린 생각이 천지의 행간에 한창의

태양으로 걸려 날리는 연처럼 푸드덕거린다.

 

#

한 땅거미가 가난과 동행하는 가난뱅이

꿈속을 이 잡듯이 뒤져 어스름 꺼내어 든다.

 

#

육체는 밤이다. 솟구친 가로등불 아래서

한 형체가 흘린 자기 그림자를 주워 씹는다.

 

#

허기는 허기지지 않아야 하고, 무거움은

무겁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길은 사랑한다.

 

#

목에 건 종이 울린다. 뒤통수가 야옹거린다*.

  

*야옹거리다(작자의 신조어):아우성칠 기세 가까스로 머금고 중얼거리다.

 



통 전시회

     ―절개지에서

 

  

뿌리는 곳간을 짓지 않는다.

 

이 어리석은 고집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언제

어떻게 잘려 나갈지 몰라

잠 이루지 못하는 나무그루.

그의 품에 깃들어 뒤척거리는 이파리들.

더욱이 다루기 어려운 색깔인 어둠

그 짙은 채도에 익숙히

깃든 불면.

무거운 질량 실어 나르는 노역 자처하는 바람.

덕분에 무질서해진 뇌리.

몽유의 미로같이 내걸린 거미줄들.

 

나는 다르다 다르다

하겠지만 그것 속에 있으면 나도 그것이다.

 

정신 곳간에 쌓인 재산은 지독한 두통이다.

마음 사슬에 묶여 날지 못하는 언덕

비탈에 사로잡혀 결국 조각조각 흘러내린다. 덩달아

뭉개진 계단들

내면의 변경에 세운 단면으로 모여든다.

아찔한,

그 중심이 멀미 난다.

무척 어지럽고

먹먹하고 무지근하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도 나는 건너가야 한다, 건너가고 말 것이다.

디디는 발걸음이 자꾸 미끄러진다.

 

상흔이란 벽장에 숨긴 와인 꺼내어 들이켜대고

만취 잔재주 부리며 쫓아다니는 잠꼬대.

 

신은 바보계의 일인자다.

그리고 나는 그 뒤를 잇는 이인자다.

 은 복습한다


무척 짙다. 눈을 틀어막아도 비집고 날아드는 존재

이 지구는

푹 기울어진 눈빛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핀다, 피워본다.

지하에서 지상 하늘 우주까지

통틀어 흔들리지 않고 실하게 타오르는 빛.

그렇다. 그 이름

한 불꽃이

불면이라는 끽연 너머로 던져버린

재떨이 같은 숲속 방죽에

별로인 걸 별로 타오르게 하려고 앓아댄, 오랜 두통

유성 한 톨 재를 턴다.

 

미소가 걸어 나간다.

 

한껏 뚜벅거린다, 칡덩굴 칡꽃.

 

 

 

쩍 여자

 

  

나 걸친 것이라곤 습한 눈시울 한 벌뿐이네.

 

퍽 허접한 것인데 이까짓 게 뭐라고 굳이

찾아드는 저 스타카토 숨소리 소쩍새.

 

그가 날아가 버릴까. 붙잡아두려 세운 것

문틀과 문틀 앙다문 문틈이

자기 틈에 홀린 것인지 스스로 벌어지네.

그때 허투루 들썩대지 못하게

거듭 칭칭 말아둔 것은 앙가슴이란 실타래.

덕분에 가늘어진 흠모가 그로부터

바람 한 올 뽑아 올리네. 놓칠까, 뒤를 밟아대며

실오라기처럼 풀려 나오는 긴 한숨 줄기.

 

긴히 따라서, 눈빛도 가늘어지네.

 

숨막힐 겨를도 없이 어느 얼굴만 해진 달빛 기척

슬그미 슬쩍 넌지시 훌쩍 넘어서지도 못하고

거미같이 문턱에 걸려 뒤척거리네. 그때

누구의 발자국이란 말인가, 달이 절로 흐르네.

무수히 찢긴다 해도 깁지 못할 지경.

두근거려 두근대게도 낯이 익은데 저 미소

문득 주춤거리거니 문득 서성거리거니

문득 머뭇머뭇해대거니 문득 숨거니 하다니.

 

보지 않으려 하면 보이려나, 사랑,

귀먹은 후 듣지 않으려 하면 들리려는가.

 

눈시울 이슬이 소쩍거리네. 흠씬, 밤새도록,

 

  

 

념의 애인은 포스트잇이라는 쪽방에 산다

 

  

#

그 누구의 말도 쓸어 담지 않으며 불어대는 이름

바람을 둥지의 새알같이 구름은 품어댈 수 있을까.

 

#

한 가지 언어 일삼는 쪽지가 가파른 벽에 나붙어댄 지

오래다. 너무 고루하여 입술에 먼지가 낀다.

지지리 남루한 이 묵시 틀에 박힌다. 하여 그러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창 뚫어야만 한다. 그 존재

유리는 귀가 얇아서 보여주는 대로 듣게 된다.

속도들의 잽싼 낮말 들으며 새가 날 수 있는 것

그 때문이다. 길 가로막을 여지가 없는 것.

 

#

아주 앞이 안 보이게 깜깜해진 날 61년 전

도망친 눈물이 달 우물 다 뒤져 찾아낸 눈에 붙잡혀

끌려온다. 아먼. 아먼. 고개 끄덕여대며

묵언의 대꾸를 해주는 것처럼 가로등들 불 밝힌다.

사뭇 유리의 귀가 열린다. 우주의 소리가 보인다.

그렇다. 마르지 않는 눈빛 잉태하기 위해

흥건해진다. 눈이 눈물 파묻는 사이 눈뜨면 보이는 눈,

 

#

바람만이 바람을 품는다. 내비둬라, 문신한 발바닥

쪽지가 새털구름같이 밖으로 밖으로 나부껴댄다.

 

  

 

네페쉬하

   ―개미 마을에서 숨을 읽다

 

  

나는 숨쉬는 대가로 사람인가.

 

이 호흡을 허파는 박힌 노래 삼을 것이다.

하여 일기는 탑신塔身

같은 비탈 위에 자그마치 쓰다듬어주는 해의 미소

덮어쓴다. 눈뜬 시간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지붕은 따 담은 것 쓸어 담은 것

널어 말릴 새소리 빚어대는 바람의 방석이며

 

창은 선뜻 만개한 팬지와 마주하기

위해 화장하는 그늘의 조각거울인 것이다.

 

그래서 비탈, 또다시 길이다.

 

담쟁이 이파리만 한 양지들이 저마다

등에 굴곡을 지고 외출에 나설 때

충분한 가파름과 충만한 가쁨으로부터

날아든 까치가

발톱 신발을 잰걸음으로 갈아 신고 겅중거려댄다.

 

그 대가로, 나는 숨쉬게 된다.


===========================

[시인 약력]

 

송뽈깡 (본명 송의철)


전북 부안 출생

2002년 월간 현대시등단

2010년 제12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으로 홀몬전서(2019) : 본명 송의철로 발간한 시집

뽈깡주의자(2022) : '송뽈깡'이라는 필명으로 낸 첫 시집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2024)


송뽈깡 시인은 본명으로 활동하다가 최근 송뽈깡'이라는

필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더욱 자유롭고 파격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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