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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밀면 미친 사람 / 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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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9회 작성일 15-07-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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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밀면 미친 사람

이태선


발바닥이 따끔, 유리 파편에 찔려도 그러려니
그믐밤 고양이 울음도 그러려니

우리는 사랑이 손 닿는 곳에 있다고들
왼쪽 입가에 그늘이 지는 오후마냥 있다고들
그러나 손 내밀면 미친 사람

황금빛 허투루 쏟아 내는 능소화처럼
만 개의 나라를 세운다
만 개의 파국을 짓는다

영하의 가슴에는 영하의 가슴으로

천천히 소나무가 저녁이 되어 가는 뜰을 따라
우리는 같은 저녁이 되지 못한다
저마다 세찬 발 속 강물을 따라

안녕!


▷이태선
거창 출생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눈사람이 눈사람이 되는 동안'이 있음​


누구나 살아가면서 행복을 꿈꾼다. 소중한 사람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삶의 여정을 동행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라 말할 수 있으리. 그러다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하기도 하면서 아픈 만큼 성숙해가기도 한다. 그런데 목숨처럼 사랑하던 살붙이가 사라져버린다면, 눈앞에서 잃어버려 영원히 만날 수 없다면 우리는 생의 기로에서 크게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선 시인의 시집 '손 내밀면 미친 사람’ 속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죽은 대상을 그리워하고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때로 자책하면서 안타까운 몸짓의 노래를 시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몸부림은 고스란히 시 속에 녹아들어 글로데스크하면서도 기형적이기까지 하다. 가슴 절절히 풀어놓은 언어는 상처 입은 영혼의 슬프고도 아픈 절규와도 같다.
/발바닥이 따끔, 유리 파편에 찔려도 그러려니/ 그믐밤 고양이 울음도 그러려니/ 발바닥이 유리파편에 찔린들, 그믐밤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이 소름끼치게 들려온들 그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시적화자는 본인의 아픔이나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 삶을 포기한 듯 무의식하다. 우리네 흔한 사랑은 손 내밀면 손 닿는 곳에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지만, 존재를 잃어버린 시적화자에게만은 예외다. 2연 마지막행에서 스스로를 미친 사람이라 표현하고 있듯이 /그러나 손 내밀면 미친 사람/ 화자는 환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존재를 만나고 손을 내민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위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접한 충격과 강한 부정에서 기인하는 것. 관찰자의 시각에서 볼 때, 누군가 헛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 소통한다면 그것은 미친 짓이다. 미친 사람이다. 화자는 아직 정신적으로 온전히 자신을 돌보거나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황금빛 허투루 쏟아 내는 능소화처럼/ 하릴없이 아무렇게나 그리움을 피워내는 능소화처럼 시적화자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며 그리움을 향해 수없이 손짓하고 소통하지만 그것은 타인은 들어갈 수 없는, 그녀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고 망가뜨리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리움에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영하의 가슴에는 영하의 가슴으로/‘영하의 가슴’을 죽음의 비유로 읽는다면, 죽은자를 만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차가운 가슴 뿐, 죽음뿐임을 깨달으면서도,
삶의 배경이 되어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못함을 못내 서러워하며, 조금씩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누구나 가슴 한켠에 슬픔 하나 간직하고 살아가듯 그녀 또한 아픔을 간직한 채 강물처럼 흘러갈 것이다. 가끔은 안녕, 이별을 하고, 가끔은 안녕,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세상 한가운데에 우뚝 일으켜 세울 것이다.(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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