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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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徐승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62회 작성일 15-07-14 23:59본문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 김성규
아무도 장님인 저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습죠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방 한 칸, 누가 뭐래도 이 방은 우리의 왕국입니다요
방바닥에는 분유통을 굴리고 노는 어린 동생들, 아무도 우리의 기쁨을 눈치챌 수 없게, 얼른 문을 닫으라고 어머니는 소리 질
렀씁죠 방 안 가득 꿈틀거리는 비린내를 배 터지도록 들이마시면
주홍빛 꽃송이가 쏟아지는 하늘, 난쟁이들과 춤을 추는 동생들, 사과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처녀들, 안대를 벗겨 내 눈동자에
새겨진 왕국을 하늘에 펼쳐주세요
안대를 풀자 배를 가른 어머니와 장님인 다섯 동생들, 웃으며 아무거나 해달라고 나에게 보챘습죠 눈 감아도 훤히 보이는
어둠 속에는 우리를 밟아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요 차라리 장님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요 커튼을 열고 눈을 떴습죠
유리창으로 가늘고 가는 빛이 쏟아져들어와 눈을 찔렀습죠 온몸에 숨어 있던 열기가 두 눈으로 쏟아져나왔습죠 눈동자에
새겨진 왕국이 하늘로 솟아올랐습죠
흙으로 묻어놓은 입구를 따라 병든 쥐들이 인도하는 길을 걸으면 어머니는 간과 신장을 팔아 통증의 왕국을 선물하셨네 기억
은 언제나 뒤엉켜 꿈을 꾼 흔적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우리를 기다리는 고통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이
곳은 우리의 왕국이라네
깡통 속에서 서로를 밀치는 동전 소리, 장님은 복도를 걸어가며 노래하네
저 짐승 같은 사내에게도 우리처럼 작은 뇌가 있었다면 그렇게 허황된 왕국을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졸린 눈을 부비며 나는
정거장에 내린 사내를 보네 놀란 여자들은 향수냄새를 풍기며 복도 쪽으로 비켜서고 빛이 쏟아지는 지하도 끝으로 사내는 지팡이
를 두드리며 사라지고 있었네
아무도 장님인 저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습죠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방 한 칸, 누가 뭐래도 이 방은 우리의 왕국입니다요
방바닥에는 분유통을 굴리고 노는 어린 동생들, 아무도 우리의 기쁨을 눈치챌 수 없게, 얼른 문을 닫으라고 어머니는 소리 질
렀씁죠 방 안 가득 꿈틀거리는 비린내를 배 터지도록 들이마시면
주홍빛 꽃송이가 쏟아지는 하늘, 난쟁이들과 춤을 추는 동생들, 사과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처녀들, 안대를 벗겨 내 눈동자에
새겨진 왕국을 하늘에 펼쳐주세요
안대를 풀자 배를 가른 어머니와 장님인 다섯 동생들, 웃으며 아무거나 해달라고 나에게 보챘습죠 눈 감아도 훤히 보이는
어둠 속에는 우리를 밟아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요 차라리 장님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요 커튼을 열고 눈을 떴습죠
유리창으로 가늘고 가는 빛이 쏟아져들어와 눈을 찔렀습죠 온몸에 숨어 있던 열기가 두 눈으로 쏟아져나왔습죠 눈동자에
새겨진 왕국이 하늘로 솟아올랐습죠
흙으로 묻어놓은 입구를 따라 병든 쥐들이 인도하는 길을 걸으면 어머니는 간과 신장을 팔아 통증의 왕국을 선물하셨네 기억
은 언제나 뒤엉켜 꿈을 꾼 흔적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우리를 기다리는 고통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이
곳은 우리의 왕국이라네
깡통 속에서 서로를 밀치는 동전 소리, 장님은 복도를 걸어가며 노래하네
저 짐승 같은 사내에게도 우리처럼 작은 뇌가 있었다면 그렇게 허황된 왕국을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졸린 눈을 부비며 나는
정거장에 내린 사내를 보네 놀란 여자들은 향수냄새를 풍기며 복도 쪽으로 비켜서고 빛이 쏟아지는 지하도 끝으로 사내는 지팡이
를 두드리며 사라지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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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徐승원님의 댓글
徐승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짧은 감상평
읽으면서 주세요 습죠 이라네 라는 말투와 정말 장님의 걸인을 보는 듯한 선명한 이미지에 참 감탄이 나오는 시
제목도 귀에 확 와닿고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