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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제 쌀 놓친 이야기 / 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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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872회 작성일 15-07-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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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제 쌀 놓친 이야기


  앞이 썩 안보이기는 해도 살림살이가 제법 넉넉했던 한 장님이, 이웃 마을에 사는 젊은 과수댁의 풍문에는 언감생심의 귓구멍이 살포시 쫑긋거리기도 하였으니. 이를테면 양기가 귓구멍 쪽으로 몰린 셈이었으니, 그해 따라 가뭄 흉년으로 집집마다 호구지책이 옹색할 적에, 장님은 은근히 과수댁을 따로 불러 장리쌀 두어 가마를 인심 좋게 안겼더라는 후문이었는데, 그런데, 아, 이 인사 애초부터 딴 맘먹고 벌인 흑심 꼬불친 선심이 아니었던고.

  마침내 그 쌀가마가 바닥이 날 지경에 접어들자, 장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팔소매며 괴춤을 치켜 올리고는 내놓고 과수댁의 마당을 드나들었다는 것인데. 처음엔 그 집 마루에서 그가 외운 주문이 어째 요 근자에는 배는 곯지 않느냐는 안부 정도였다는데. 그러다가 차츰 과수댁에게 말 붙이는 짓거리에 이력이 붙자, 어느 날은 제법 손목 한 번만 잡아보자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가, 그쯤하여 나름대로 발동기를 한 대 마련했는지 하루는 초장부터 입술 한번만 부벼보자는 어거지를 부렸다던고.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처지라는 것은 그렇게 초록동색의 구차함이었던지라, 과수댁인들 돌이켜 생각해보니, 차라리 주리고나 말 것을 어쩌자고 턱없는 남의 쌀을 취해 더러운 배를 불렸으리, 회한 서린 눈물 한 줄금이 눈꼬리를 적시는가 싶었는데, 곁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었지만, 연신 닦달을 쳐대는 장님의 으름장이며 생고무줄 같은 치근덕거림은 바로 눈앞의 현실만 같았으니, 이제 꼼짝없이 저 능글맞은 장님에게 수절과부의 꽃잎 같은 입술을 속절없이 내다 바쳐야만 할 지경 앞에 이르렀던가. 그만 허파 속으로 숨 들여 마셔보는 일마져가 아득한 남의 일 같기도 여겨져서 혼절이라도 할 것만 같은 심경이었는데.

  그렇게 결단의 순간은 시시각각 좁혀 들어와, 처음엔 그저 체념하는 마음으로 눈 딱 감고 까짓것 한번 주고 말지라는 생각을 일으켜도 보았다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았다가, 차라리 죽는게 낫지 도저히 안 되는 쪽으로 주저앉게 되었을 적에, 정녕 안 되는 일이 사뭇 안 되는 마음으로 가닥을 잡아 가자 과수댁 이번에는 제 마음의 깊은 새암 같은 것 안에서, 알 수 없는 울분이며 야유 섞인 마음이 시퍼렇게 용트림을 치며 올라 왔다던고.

  그래, 이 몹쓸 놈의 인간아. 어디 내 입술 한번 맛나게 가져봐라는 식으로, 서슴없이 고의춤을 아래로 까발겼다고 전해 졌으니, 대체 입술 주는데 웬 고의춤이냐는 참견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님의 입술 가까이 자신의 똥구멍을 디립다 밀어 주었다던고.

  그렇게는 과수댁이 내맡긴 오동그런 입술을 한참이나 맛나게 훔쳐 먹고 장님 나으리가 돌아가신 뒤로, 마음 퍽이나 상한 과수댁은 한 사흘 몸져 누웠다가 일어나기도 했겠지만, 일어섰어도 바깥 거동이 이내 불편하기도 했겠지만, 그 장님이 과수댁의 입술 훔친 이야기의 백미는 마침내 이러저러한 결말에 이르렀다 하였던가.

  장님은 이제 과수댁의 입술을 가졌노라 믿고 보니. 애초의 수순대로라면 결국 남은 것을 얻고 싶은 마음이 보름달 마냥이나 부풀었을레라. 하루는 또 일찌감치 과수댁의 아침 마당을 제 집처럼 호기롭게 들어섰던 터수였겄다. 텃밭가 작달만한 감낭구 위에서 설까치도 한 마리 제
추천1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얼마나 군침 도는 시인가?? 왜 시를 시시하게 시처럼 써서 시를 시시하게 만들었나// 시를 읽고 이 시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한 열흘씩 고민해야 한다면 누가 시를 읽겠는가??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문예지가 나오면 보내준다. 하는 말 난 시는 골아파 잘 안 읽어~ 허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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