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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오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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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4회 작성일 16-12-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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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오영록




모과처럼
단맛도
꿀맛도 아닌
그렇다고 신맛도 아닌
떫은 듯 시큼털털하니 거북한

그냥 먹을 수도
술을 담글 수도 없는

어디 한군데 반반한 곳도 없고
제멋대로 울퉁불퉁
마구 생긴

하지만,
어느 부잣집 거실이나
어느 선비 서재 귀퉁이는 아니더라도
어느 청춘 냄비 받침이거나
어느 촌부 청측에
걸려

조용히 삭아지고 싶은


鵲巢感想文
    12월 들어 가장 추운 날, 이리 따뜻한 시집을 선물 받았다. 옆집 아저씨 같다면 무례한 말일까! 아니면 집안 큰 형님쯤으로 생각하면 또 어떨까! 훈훈하며 인자하며 말씀은 여유가 있고 웃음은 늘 잃지 않으시니 누군들 대화하고 싶은 선생이다. 시마을 가입한 지도 이제 9년이다. 처음과 끝, 한결 시를 좋아하시며 글벗으로 지냈다. 글만큼은 한 치 흩트림 없는 분이다. 나는 이리 오래 함께하여 늘 외롭지 않다. 멀리 계시지만, 옆에 있는 것보다 더 가까이 계시니 하루가 훈훈하다.

    선생께서 주신 시집을 따뜻하게 읽었다. 이 중 선생의 서시이자 서두 인사말씀은 영 안 잊히기에 나는 필사하며 선생의 용안을 떠올려본다. 정말 선생은 겸손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 오늘도 나는 어느 지인이 카페에 와 모과차 한 잔 내 드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이 모과는 원산지가 중국이다. 우리 몸의 순화기 계통에 아주 유익한 과실이다. 이뇨작용과 기침 천식에 좋고 유기산이 많아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여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하니 위가 편안하다. 그러니까 어디 한 군데 버릴 게 없다. 이 모과 같은 선생의 귀중한 말씀은 우리의 마음을 다 녹이고도 남는다. 그러니 하루 일을 따뜻하게 보내고 왠지 선생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인다.

    모과와 같은 선생의 말씀을 생각하면 중국 고사성어인 ‘악발토포握髮吐哺’를 떠올리게 한다. 머리털을 잡고 먹은 것을 토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내 집에 오신 손님을 먼저 정중히 맞는다는 뜻이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아우 주공(周公)에서 나온 말인데, 주공은 누가 보아도 신분이 특별하지만, 손님을 맞을 시는 격을 떠나 자신을 낮췄다. 선생은 이와 같았다.

    노자의 말씀에도 ‘선용인자위지하善用人者爲之下’라는 문장이 있다. 즉 사람을 잘 쓰는 자는 그 아래에 처한다는 뜻인데 언제나 뵈어도 선생은 높이 자처함을 본 적이 없었다.
    마지막 결구에 선생은 ‘조용히 삭아지고 싶은’이라 했다. 나는 여기서 또 곰곰이 생각했다. 조용히 삭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삭아지고 싶다고 했다. 더블어함께 하며 어떤 희생을 자처하겠다는 말씀이다.

    ‘삭다.’는 말은 물건이 오래되어 본바탕이 변하고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읽는 운율 상 삭고가 맞을 것 같아도 이는 이기적인 표현임을 나는 알았다. 시마을 오랜 지기로 덤덤한 당수나무와 같은 마을 이장으로서 굳건히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의 시가 시마을과 애독자께 훈훈하게 닿아 정말 마음 따뜻이 삭았으면 싶다. 이제 바깥은 맑고 깨끗한 눈이 내렸으면 한다. 백석과는 다른 까만 당나귀가 와 그 등에 휘둘러 앉아 저 흰 눈을 곱게 밟았으면 싶다.

    끝에 이르러 부회 형님과 선생과의 끈끈한 정도 느꼈다. 참말로 훈훈했다.

    부디 건강하여 멀리서나마 함께함을 정을 보낸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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