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非門들 / 고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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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0회 작성일 17-01-01 00:03본문
비문非門들 / 고은강
입술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더라면 말은 세속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져보면 입술은 차고 습한 사물이다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랄산맥을 오르는 캄차카반도의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순록이었고 그때 우리에게 아버지 따위는 없었다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야만과 혼례를 치르고 옛날을 달리는 짐승처럼 신성했고 그때 우리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마침내 삶은 불멸로 타락했고 마침내 삶은 아버지라는 궁리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오늘은 불임의 태초, 아무것도 수태하지 않는 말들의 순례는 시작되었다 이 말이 다형체다 언어는 언어와의 교미만을 지향한다 만삭의 밀어들이 새까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입속의 내 말이 다형체다 당신은 현재에서 현재로 불멸하는 종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당신에게로 회귀하는 자, 신화여 미래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어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다 당신의 화법이 내 입속의 혀처럼 부드러워 이 말이 다형체다
鵲巢感想文
시를 읽으면 우리의 뿌리가 보인다. 비문은 비문碑文인 것 같기도 하고 비문秘文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시는 비문非門이라고 명백히 밝혀두고 있지만, 이는 다채로운 여러 문(文,門) 중에 하나로 그 어떤 문도 아님을 말한다.
시를 읽을 때는 주어진 시어가 일차적인 뜻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입술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더라면 말은 세속화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입술만 생각하다가는 공백을 메워 넣기에는 어렵다. 입술은 그녀의 책이라든가 그녀의 몸짓이라든가 또 모르는 그녀의 어떤 그 무엇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입술은 공백이 아니었고 이 말은 세속화되었다. 한마디로 물들었다는 말이다. 입술은 차고 습하기까지 하다. 입술의 성질을 말한다.
시인은 우리의 언어가 어디서 왔는지 그 출현과 파생을 통해서 우리가 얘기하는 詩를 중첩한다. 물론 언어의 출현과 파생에 관한 설명은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 우랄산맥과 캄차카반도라는 시어만 제시하였을 뿐이다. 더 명확하게 제시했더라면 시로 보기는 어렵겠지.
아버지 따위는 없었다거나 삶은 불멸로 타락했고 마침내 삶은 아버지라는 궁리에서 여기서 말한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언어를 낳게 한 그러니까 시인에게는 성경 같은 말씀, 시집일 뿐이다.
나의 시를 쓰는 것은 아무래도 순례가 필요하며 언어의 교미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장의 은유는 모두 시를 위한 묘사다. 그러므로 모든 시는 한 갈래에서 나왔다. 현존 인류가 한 어머니에게서 나왔듯이 말이다.
“만삭의 밀어들이 새까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입속의 내 말이 다형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를 쓴다는 것은 정화한 찌꺼기를 말끔히 벗겨내는 것과 같다. 시 쓰는 작업은(새까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곧 또 다른 모양임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물론 여기서는 다형체로 말하고 있지만, 다족류로 치환해도 무관하겠다. 더 나가 거미나 지네 같은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해도 관계는 없지만, 인류 문명의 태동과 언어와 문자는 다족류와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라 다형체로 쓰는 것이 맞다.
시인이 쓴 시는 방금 진화한 산물이며 이는 불멸에 가깝다. 누가 열어보거나 누가 평을 하거나 또 수세대를 거쳐 다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생산은 무생물에 가까운 거라 언제든 부활의 기미는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씨앗 같은 것인데 벌써 이 한 나무는 자라 꽃 피웠잖은가! 이 나무는 사과로 맺어 수많은 시인이 사과로 들여다보게 했다. 그러니 현재에서 현재로 불멸하는 종이 되었다.
우리는 신화 같은 존재로 서고 싶지만, 미래는 이를 인정할 것인가! 단지 우리 민족의 뿌리와 어원에서 멀리 와 있을 뿐이다. 여러 모양을 한 시, 장족의 발전만이 신화를 쓰는 길이며 존재를 확인하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는 결국 한 뿌리에서 나온 인류며 이 많은 시에서 수천수만이 흘러 결국 하나만 생존하여도 인류는 성공한 것이다. 시는 유형무형의 존재 종교는 아니지만, 어떤 믿음을 부여하며 인류가 살아 있는 한, 우리 모두의 존재며 피며 DNA다.
입술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더라면 말은 세속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져보면 입술은 차고 습한 사물이다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랄산맥을 오르는 캄차카반도의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순록이었고 그때 우리에게 아버지 따위는 없었다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야만과 혼례를 치르고 옛날을 달리는 짐승처럼 신성했고 그때 우리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마침내 삶은 불멸로 타락했고 마침내 삶은 아버지라는 궁리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오늘은 불임의 태초, 아무것도 수태하지 않는 말들의 순례는 시작되었다 이 말이 다형체다 언어는 언어와의 교미만을 지향한다 만삭의 밀어들이 새까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입속의 내 말이 다형체다 당신은 현재에서 현재로 불멸하는 종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당신에게로 회귀하는 자, 신화여 미래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어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다 당신의 화법이 내 입속의 혀처럼 부드러워 이 말이 다형체다
鵲巢感想文
시를 읽으면 우리의 뿌리가 보인다. 비문은 비문碑文인 것 같기도 하고 비문秘文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시는 비문非門이라고 명백히 밝혀두고 있지만, 이는 다채로운 여러 문(文,門) 중에 하나로 그 어떤 문도 아님을 말한다.
시를 읽을 때는 주어진 시어가 일차적인 뜻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입술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더라면 말은 세속화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입술만 생각하다가는 공백을 메워 넣기에는 어렵다. 입술은 그녀의 책이라든가 그녀의 몸짓이라든가 또 모르는 그녀의 어떤 그 무엇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입술은 공백이 아니었고 이 말은 세속화되었다. 한마디로 물들었다는 말이다. 입술은 차고 습하기까지 하다. 입술의 성질을 말한다.
시인은 우리의 언어가 어디서 왔는지 그 출현과 파생을 통해서 우리가 얘기하는 詩를 중첩한다. 물론 언어의 출현과 파생에 관한 설명은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 우랄산맥과 캄차카반도라는 시어만 제시하였을 뿐이다. 더 명확하게 제시했더라면 시로 보기는 어렵겠지.
아버지 따위는 없었다거나 삶은 불멸로 타락했고 마침내 삶은 아버지라는 궁리에서 여기서 말한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언어를 낳게 한 그러니까 시인에게는 성경 같은 말씀, 시집일 뿐이다.
나의 시를 쓰는 것은 아무래도 순례가 필요하며 언어의 교미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장의 은유는 모두 시를 위한 묘사다. 그러므로 모든 시는 한 갈래에서 나왔다. 현존 인류가 한 어머니에게서 나왔듯이 말이다.
“만삭의 밀어들이 새까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입속의 내 말이 다형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를 쓴다는 것은 정화한 찌꺼기를 말끔히 벗겨내는 것과 같다. 시 쓰는 작업은(새까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곧 또 다른 모양임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물론 여기서는 다형체로 말하고 있지만, 다족류로 치환해도 무관하겠다. 더 나가 거미나 지네 같은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해도 관계는 없지만, 인류 문명의 태동과 언어와 문자는 다족류와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라 다형체로 쓰는 것이 맞다.
시인이 쓴 시는 방금 진화한 산물이며 이는 불멸에 가깝다. 누가 열어보거나 누가 평을 하거나 또 수세대를 거쳐 다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생산은 무생물에 가까운 거라 언제든 부활의 기미는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씨앗 같은 것인데 벌써 이 한 나무는 자라 꽃 피웠잖은가! 이 나무는 사과로 맺어 수많은 시인이 사과로 들여다보게 했다. 그러니 현재에서 현재로 불멸하는 종이 되었다.
우리는 신화 같은 존재로 서고 싶지만, 미래는 이를 인정할 것인가! 단지 우리 민족의 뿌리와 어원에서 멀리 와 있을 뿐이다. 여러 모양을 한 시, 장족의 발전만이 신화를 쓰는 길이며 존재를 확인하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는 결국 한 뿌리에서 나온 인류며 이 많은 시에서 수천수만이 흘러 결국 하나만 생존하여도 인류는 성공한 것이다. 시는 유형무형의 존재 종교는 아니지만, 어떤 믿음을 부여하며 인류가 살아 있는 한, 우리 모두의 존재며 피며 D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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