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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의 세계 / 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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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6회 작성일 17-01-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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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의 세계 / 박진성




    모르는 여자의 이름을 불러보는 밤엔 누워 있는데도 복숭아 뼈를 다친 발목이 문지방을 넘는다

    과일이 신체에 들어 있는 건, 신체로 들어와서 뼈가 되어서 걸을 때마다 사방으로 향기의 얼룩을 흘린다는 건 무슨 뜻일까 모르는 여자는 모르는 여자로 자신의 숲을 걸어야 하는데 이름만 부르는 데도 내 품에서 다치는 이유가 무얼까

    꿈꾸다가 막 깨어났을 때 그 여자가 전생과 이생의 절취선을 자르고 있는 것이다 뼈를 다칠 때마다 수레바퀴가 곡선만 들고 통증을 넘어 오는 것이다 나 대신 꿈을 꾸는 모르는 여자

    잠든, 네 복숭아 뼈를 만지면 그곳이 내 슬픔의 기원 같다 어떤 슬픔은 과일에서 맴돌다가 혀끝에서 녹는다

    모르는 여자는 모르고 싶은 여자, 복숭아 뼈를 만진다 불면이 잠시 멎는다 네가 다녀갔다



鵲巢感想文
    시를 읽기 전에 이러한 생각을 했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네오의 연기는 꽤 볼만하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는 내용을 다룬다. 오라클의 수발을 드는 소년이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을 보고 네오도 숟가락을 구부려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영화의 대사 한 마디가 나온다. ‘숟가락을 휘게 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그건 불가능해요. 진실만을 인식하세요. 숟가락이 없다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시를 읽는데 뜬금없는 영화와 숟가락을 나는 얘기했다. 그러니까 시인이 제시한 시어를 일차적인 뜻, 표면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게 관건이다. 빨리 잊으려고 해야 한다. 이 속에 벗어나는 순간 나는 날개를 단다.

    시제가 ‘과일의 세계’다. 과일이라고 하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있고 과일이라고 하면 과일(科日)도 있고 과일(過日)도 있다. 여기서는 과일(過日)이다. 지나간 일에 대한 시인의 어떤 고민 같은 것이 묻어 있다. 첫 문장을 보자.

    여자라는 시어가 나온다. 여자는 여자女子가 아니라 여자(余子, 나 여余자와 아들 子자)다. 나의 아들, 다시 말하면 시인이 쓴 글이나 다른 어떤 작품으로 보는 게 맞다. 복숭아뼈는 한자로 변환하면 복사뼈다. 이것도 어쩌면 복사+뼈로 읽힌다. 문지방은 현실과 자아의 내면과의 경계를 뜻한다. 시 1연은 시의 도입부다.

    시 2연, 화자의 글과 이 글로 인해서 갈등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보증을 잘못 섰다거나 또 다른 무엇이 있겠다. 그러니까 시를 이해하기 위해 추측을 해 보는 것임으로 시 해석에 좀 더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임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 바란다. 시 전개다.

    시 3연, ‘그 여자가 전생과 이생’이라는 시구가 나온다. 전생은 다른 것으로 태어난 것으로 다른 뜻을 말하는 것이며 이생은 원뜻에서 분리한 어떤 의미다. 결국, 같은 말인 것 같아도 시적 착란을 위한 장치로 보인다. 절취선은 시의 경계 상을 말하며 여기서도 오타가 발견되었다. ‘자르고’가 맞지 싶은데 도서출판 시인광장에서 낸 책은 ‘자루고’로 되어 있다. 뼈는 화자를 은유한 시어다. 수레바퀴란 인생을 제유한 시어로 보이며 곡선은 직선에 대치되는 말로 굴곡진 삶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여자는 또 다른 자아로 그 자체 꿈을 꾸게 됐다. 시 발단이다.

    시 4연, ‘잠든 네 복숭아뼈를 만지면’이라는 시구에서 소강상태로 접어든 어떤 복사물, 물론 자아의 기록 같은 것인데 이것을 보면 그곳이 내 슬픔의 기원 같다. 어떤 슬픔은 지난날에 맴돌다가 혀끝에 머문다.

    시 5연은 시의 결말이다. 화자의 희망이 묻어 있다. 모르는 나의 글은 모르고 싶은 나의 글로 마! 그렇게 있어라! 잠은 오지 않고 고민은 극에 달하는 현실, 지난날 나의 글이 언뜻 스쳐 지난다.

    이 시를 읽으니까! 나 또한 마찬가지다. 되지도 않은 글만 만발했다. 어떤 것은 문장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작업은 한가지뿐이다. 더욱 나은 글을 쓰고 싶은 부단한 노력뿐이라 것을 말이다. 어쩌면 좋은 글, 어쩌면 멋있는 글, 어쩌면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나 뭐 그런 것이었다. 글의 자전거는 계속 타야 한다. 타다 보면 안정적인 운전은 나올 거로 믿는다.

    이 시와 관계는 없다. 복숭아뼈를 생각하다가 복사뼈가 스친다. 복사꽃이 생각나는 것은 어떤 일인가! 미당의 시가 자꾸 떠오른다. 이참에 필사해 본다.


    봄 / 미당 서정주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아무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미당 시전집에 있는 시다. 원문 그대로 필사했다. 미당의 시집을 읽으면 전라도 특유의 말씨가 살아 있다. 마치 옆에서 듣는 듯 구수하게 읽힌다. 전라도는 하늘을 하눌이라 한다. 경상도는 하날이라 하는데 그러니까 경상도 나이 많은 어르신의 말씀, 야야 하날이 참 맑다고 표현한다. 봄을 묘사한 시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음인데 봄을 얘기한 것 같기도 하고 봄의 그 노곤함과 더불어 일상의 권태가 보인다.


    시어 ‘여자’만 읽어도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시인 오규원 선생이다. 선생의 시 ‘한 잎의 여자’는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시인으로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시 감상은 하지 않겠다. 전에 필자의 책 ‘구두는 장미’에 실은 바 있어 생략한다.

    시인 박진성의 시 ‘과일의 세계’를 보았다. 시를 읽으면 어떤 혼돈의 세계에 빠진다. 혼돈의 세계는 수많은 이미지를 생산하며 재생산한다. 모르는 여자를 읽다가 아는 여자가 떠오를 수도 있으며 밤샘 분간이 안 가는 절취선 따라 이생과 전생을 논하기도 한다. 현실과 가상의 혼돈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아마 시는 신을 능가하는 어떤 유기물체와 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믿음이 서는 종교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시는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것도 여기에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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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진성 1978년 충남 연기에서 출생 2001년 <현대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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