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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붉은 소벌 / 성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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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63회 작성일 17-01-1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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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벌 / 성기각




    벼락 내린 봄뫼처럼 타오르는 늪이 있다 / 아름다워서 서러운 목숨 / 그랬다 내 열 두 살 적이었던가 / 늪에는 온통 암내 무성하였다 / 밤꽃 냄새 견디지 못해 끙끙대던 과수댁 / 발밑이 늪이었으나 / 는개 뽀얗게 젖은 속살로 / 황홀한 지옥 한가운데 있었다 / 머슴이랑 배 맞아 도망한 여편네 / 미안타 미안타 / 인편으로도 안부 부치지 못했다 / 바람난 며느리 남세스러웠으나 / 두남두는 이웃 하나 없어 / 경운기 밧줄에 목매고 죽은 상촌할배 / 이제는 며느리밥풀꽃으로 피는데 / 늪을 돌아나가던 꽃상여가 봄햇살 받고 / 저리 붉었으랴 / 명당明堂자리라고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 천기누설天氣漏泄하는 물닭 쇠물닭 / 붉은 주둥이 둥지 찾는 저녁 / 과수댁 달거리 서답이 저리 붉었으랴 / 상복喪服 입은 배추흰나비도 / 노을에 붉게 젖어 / 꼴깍, 또 하루가 저물고 있다 / 백로 백로 날개짓 활활 붉다 못해 / 불타는 봄날 / 바싹 마른 갈비 긁어 불을 당기는 / 붉디붉은 소벌이 있다.



鵲巢感想文
    붉은 소벌은 소벌에 얽힌 이야기다. 붉다는 말은 소벌에 얽힌 이야기로 강한 이미지로 떠오른다는 말이며 소벌은 경남 창녕 우포늪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시를 쓰신 선생의 출생이 1960년이니까 72년쯤이나 있었던 일을 되새기며 지은 시 같다. 선생의 시집 대부분이 꽤 향토적인데 읽는 맛이 다분하여 필사하며 감상해본다.

    벼락 내린 봄뫼처럼 타오르는 늪이 있다, 시의 묘사다. 봄뫼가 봄뫼 같지 안읽히고 늪이 늪 같지가 않다. 고향에 얽힌 이야기로 남녀 간 어떤 문제의 시발점이다. 봄뫼는 봄 산이라는 뜻으로 활기가 있는 어떤 남성의 묘사며 늪은 여성을 제유한 시어다. 그러니까 이 문장 하나만 보더라도 경제적이며 복합적이며 다의적이다.

    늪의 그 퀴퀴한 냄새 즉 암내와 밤꽃 냄새, 여기서 밤꽃 냄새는 남자의 정액 냄새를 대신하는 것으로 사내의 정을 은유한다.

    는개 뽀얗게 젖은 속살로, 는개는 안개비보다는 무겁고 이슬비보다는 가벼운 비다. 사부작사부작 내리는 비쯤으로 보면 되는데 이것도 묘사다. 아낙의 바람은 표나지 않은 것 같아도 어떤 잦은 느낌이 든다.

    며느리밥풀꽃이라는 시어가 나오는데 이 꽃에 얽힌 전설이 있다. 막무가내인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은 한 많은 며느리가 하얀 밥알을 물고 다시 꽃으로 피어났다는 고부간의 갈등을 표현한 꽃 이름이다. 꽃은 실지 보면 하얀 밥풀떼기 두 알 맺힌 듯 그렇게 보인다.

    서답이라는 말은 빨래를 말하기도 하고 70년 대였으니까 그때는 생리대가 없었을 것이다. 여성의 샅에 차는 기저귀정도로 보면 좋겠다. 여기서는 남성에 대한 열정적인 어떤 그리움을 표현한다.

    시의 이야기는 남편을 일찍 잃은 어느 과부가 집안의 머슴과 바람이 나, 도망가고 시아비는 목매고 죽은 이야기다. 근데, 시의 내용은 참 슬프기 짝이 없지만, 시를 지음에 쓴 시어가 구수하다. 봄뫼라든가 늪이나 뽀얗게, 두남두는(애착을 가지고 돌보는), 상촌할배, 꽃상여, 물닭, 쇠물닭, 노을, 같은 시어가 목가적인데다가 꽤 향토미가 흐른다.

    시를 읽는데 지겹지 않을 정도로 운도, 이 시는 꽤 따르는데 마치 슬픈 노래처럼 읽힌다.

    지금은 도시문화가 꽤 발달했다. 어느 집 과부가 바람이 났거나 어쨌거나 간에 알 수 없는 일이다. 성문화가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마음 맞으면 어떻게 됐는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더욱 부추기는 것은 주택이나 학군까지 밀려드는 모텔은 커가는 아이들 보기에도 좋지 않음에도 모텔 사업은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시골은 이 시와 다름없이 어른들 동 회관에 모였다 하면 천기누설도 아닌 물닭 쇠물닭 뛰어오르고 백로 백로 활활 붉다 못해 마른 등짝 효자손 긁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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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성기각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7년 <소설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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