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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온 소년 / 고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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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2회 작성일 17-01-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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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온 소년 / 고은강




    추워요,
    소년은 자꾸만 옷깃을 여몄다
    재채기를 할 때마다
    검은 눈동자에서는 탁탁
    불씨가 튀어 올랐다
    나는 소년의 눈동자가 꺼질까 봐
    자꾸만 입김을 불어주었다
    소년의 머리 위로
    벙어리장갑 같은 구름들이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형들이 아버지를 속기하는 동안
    생선이 늘고
    언니들이 어머니를 표절하는 동안
    고양이는 코끼리처럼 뚱뚱해져
    추워요, 소년은 자꾸만
    검은 병病 속으로 파고들었다
    보고 싶어
    병을 흔들면 발기하는 욕처럼
    음악들이 쏟아져 나와
    귀의 예언대로
    눈에도 해발고도가 그어지고
    춥다,
    밤사이 서리가 유골처럼 쌓여
    나도 모르게
    너를 꼬옥 끌어안고 잠이 들었지



鵲巢感想文
    앞치마는 검은 넥타이만 매고 / 鵲巢

    앞치마는 검은 넥타이만 매고 일할 거야! 넥타이가 지워질 때마다 나는 바닥을 쓰며 밀대로 닦을 거야! 어제보다 더 멋진 바를 만들고 그건 더 길게 고객에게 더 다가설 수 있게 낮은 분위기를 만들 거야 앞치마가 데웠던 우유의 얼룩이 먹고 꾀죄죄한 얼굴이 찢어지거나 구겨져도 잠시 쉬었다 가는 그런 영화처럼 멋지게 그릴 거야 신맛이라며 모두가 예언했던 아주 맛깔스럽게 뽑은 커피 한 잔,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아닌, 따지 못한 병마개가 아닌, 거울 같은 넥타이를 매고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는 숟가락대로 깜빡거리는 그 길 따라갈 거야 그 검은 넥타이를 매고 앞치마를 두르고


    시 ‘애리조나에서 온 소년’은 시에 관한 묘사다. 시 첫 행에서 마지막 행까지 절묘하다. 한 마디로 충분한 상상력이 이끈 결과다. 밑에 필자가 적은 시는 이에 반품어치도 되지 않는다. 시인의 시를 읽고 언뜻 떠오른 생각에 급히 써내려갔다.

    물론 창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쓴 것이다. 검은 넥타이는 시를 제유한다. 실은 ‘검은’이라는 색감을 표현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색감을 표현함으로써 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어나 식상함에 빠질 수 있겠다. 어제보다 더 멋진 삶을 바라는 것도 시인이며 어제보다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은 것도 시인이다. 커피가 여러 맛이 있듯 시인의 글도 여러 가지 향이 있다. 나는 어떤 향인가? 곰곰 생각해 본다.

    시 ‘애리조나에서 온 소년’은 정말 애리조나에서 온 소년을 그린 것은 아니다. 이국적 향을 그리며 어떤 그리움이자 시에 대한 애착이다. 여기서 소년은 글을 제유한다. 시어 하나하나가 눈동자다. 입김을 불어 넣는 행위와 벙어리장갑 같은 구름은 시 공부에 대한 열정과 이로 인해 생기는 착상을 묘사한다.

    생선이라는 시어를 사용한 것에 주목하자! 10년도 더 됐다. ‘꿈을 볶는 커피 집 비미남경 이야기’이라는 책을 썼던 바리스타가 생각난다. 그는 ‘커피는 생선이다’는 표현을 썼다. 즉, 생선처럼 신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도 신선해야 하며 시도 신선해야 한다. 우리는 신선한 것을 좋아한다. 모든 시인은 갓 오른 글을 좋아하며 이 글로 번득이는 사색을 즐긴다. 번득이는 사색은 새로운 창작에 또 번개처럼 무언가를 사선처럼 긋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두부라는 물렁물렁한 한 모 그 움푹 팬 자리에 말이다. 신선함은 그만큼 강한 효력을 가진다.

    이건 사족이다만, 책은 참 오래간다. ‘꿈을 파는 커피 집 비미남경 이야기’는 2004년도에 출판하여 절판된 책이다. 더는 구할 수 없지만, 이 책을 검색하면 책을 읽은 분이 있나 보다. 각종 블로그에 오른 것을 본다. 그러니까 책은 모 시인이 말했듯이 푸름의 세계다. 늙지 않는다. 우리를 할아버지 할머니라 얘기하듯이 책은 소년이며 소녀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존재다. 그러니까 많은 시인은 책을 쓰려고 노력한다. 왜? 젊음을 잃지 않으려는 어떤 욕망 때문이다. 필자 또한 많은 책을 썼지만, 어떤 것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읽은 내용에 탄복하여 문자가 온다. 책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상대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책을 쓰라! 최소한 책처럼 반듯하며 어긋나는 삶은 있을 수 없다.

    검은 병病 속으로 파고든다는 것은 소년(책, 글)을 읽으면 글이 쓰인다는 묘사다. 예언과 해발고도, 유골이라는 시어는 이 시를 더욱 신비롭게 하는 시적 장치다. 시인은 들은 대로 글을 써야 할 것이며 눈에 핏발이 맺히는 것도 모르도록 글을 쓴다는 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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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고은강 1971년 대전 출생 2006년 제6회 <창비 신인시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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