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 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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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84회 작성일 17-01-22 00:07본문
질투 / 손진은
세상 가장 맑은 눈을 가진 생물은
파리라지
수천 홑눈으로 짜 올린 겹눈
흰 천보다 순금보다 거울보다 맑게 빛나게
두 손으로 두 팔로
밤이고 낮이고 깎아낸다지
그렇게 깎인 눈 칠흑의 어둠도 탄환처럼
뚫을 수 있다지
꿀이 있는 꽃의 중심색이 더 짙어지는 걸 아는 것도
단숨에 그 깊고 가는 통로로 빨려드는
격렬한 정사情事도
다 그 눈 탓이라더군
공중을 날면서도 제자리 균형 잡아주는
불붙는 저 볼록거울!
세상에 절여진 눈 단내가 나도록 깎고 깎아야
자신이든 적이든 먹잇감이든 제대로 보이는 법
같은 태생이면서도 짐짓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손 비빈다고
날마다 닦아야 할 죄가 무어 그리 많으냐는 뾰로통한 입들에게
폐일언하고
눈알부터 깎으라고
부신 햇살 떠받치며 용맹정진하는
파리 대왕, 파리 마마들
소리들이
천둥같이 쏟아진다
鵲巢感想文
시는 비유가 없으면 좋은 시가 될 수 없다. 비유가 들어감으로 문장은 사색을 더 확대재생산 하기도 하며 사실을 더 명확하게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단순히 진술한다면 의미전달이 덜 분명할 때도 잦아 비유를 종종 들기도 한다. 특히 말 많은 곳이 정치판인데 얼마 전이었다. 모정당 모 대표의 말이다. “정당이 무슨 현금인출기인가?”, 친족 비리를 두고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진다.”는 말은 본지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더 깔아뭉개는 역할까지 하니 비유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비유를 들어 본지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시제 ‘질투’를 본다. 시 1행에서 시 16행까지는 파리에 대한 형태묘사다. 이 형태묘사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시의 뒤 문장은 가치의 변화를 준다. 그러니까 파리에 대한 묘사다. 파리는 하찮은 곤충이며 우리에게는 어떤 이로움보다는 성가시고 어쩌면 불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시인은 파리의 눈을 한 겹 더 가치를 높였다. 이렇게 가치를 더 높인 파리에 비해 파리보다 못한 것이 인간임을 시 17행부터 진행한다. 사람은 제 눈도 못 닦으면서 제대로 보지 못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퍼 나르기도 하니 이것이 시인은 질투임을 밝힌다.
그러니까 남 탓하지 말고 나의 그릇부터 닦아라! 라는 말이다.
논어에 헌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불원천不怨天하며 불우인不尤人하니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하여 지아자知我者로 기천호基天乎아라 했다. 즉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배워서 위로 통달하면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이라 했다.
경기가 매우 좋지가 않다. 이러한 때에 사회를 탓하고 더 나가 국가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죽도록 공부하여 세상 이치를 꿰뚫는 것, 이러다 보면 만물의 이치를 통달하고 무엇이든 손에 잡는 일은 가벼워, 용기와 자신감은 몸소 배어 나오니 어찌 어려운 경기가 어렵게만 하겠는가!
그러니까 시인은 뾰로통한 입들에게 폐일언하고 눈알부터 깎으라고 다그치며 한 수 읊은 게다.
=============================
각주]
손진은 1959년 경북 안강에서 출생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돌”로 등단
세상 가장 맑은 눈을 가진 생물은
파리라지
수천 홑눈으로 짜 올린 겹눈
흰 천보다 순금보다 거울보다 맑게 빛나게
두 손으로 두 팔로
밤이고 낮이고 깎아낸다지
그렇게 깎인 눈 칠흑의 어둠도 탄환처럼
뚫을 수 있다지
꿀이 있는 꽃의 중심색이 더 짙어지는 걸 아는 것도
단숨에 그 깊고 가는 통로로 빨려드는
격렬한 정사情事도
다 그 눈 탓이라더군
공중을 날면서도 제자리 균형 잡아주는
불붙는 저 볼록거울!
세상에 절여진 눈 단내가 나도록 깎고 깎아야
자신이든 적이든 먹잇감이든 제대로 보이는 법
같은 태생이면서도 짐짓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손 비빈다고
날마다 닦아야 할 죄가 무어 그리 많으냐는 뾰로통한 입들에게
폐일언하고
눈알부터 깎으라고
부신 햇살 떠받치며 용맹정진하는
파리 대왕, 파리 마마들
소리들이
천둥같이 쏟아진다
鵲巢感想文
시는 비유가 없으면 좋은 시가 될 수 없다. 비유가 들어감으로 문장은 사색을 더 확대재생산 하기도 하며 사실을 더 명확하게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단순히 진술한다면 의미전달이 덜 분명할 때도 잦아 비유를 종종 들기도 한다. 특히 말 많은 곳이 정치판인데 얼마 전이었다. 모정당 모 대표의 말이다. “정당이 무슨 현금인출기인가?”, 친족 비리를 두고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진다.”는 말은 본지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더 깔아뭉개는 역할까지 하니 비유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비유를 들어 본지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시제 ‘질투’를 본다. 시 1행에서 시 16행까지는 파리에 대한 형태묘사다. 이 형태묘사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시의 뒤 문장은 가치의 변화를 준다. 그러니까 파리에 대한 묘사다. 파리는 하찮은 곤충이며 우리에게는 어떤 이로움보다는 성가시고 어쩌면 불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시인은 파리의 눈을 한 겹 더 가치를 높였다. 이렇게 가치를 더 높인 파리에 비해 파리보다 못한 것이 인간임을 시 17행부터 진행한다. 사람은 제 눈도 못 닦으면서 제대로 보지 못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퍼 나르기도 하니 이것이 시인은 질투임을 밝힌다.
그러니까 남 탓하지 말고 나의 그릇부터 닦아라! 라는 말이다.
논어에 헌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불원천不怨天하며 불우인不尤人하니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하여 지아자知我者로 기천호基天乎아라 했다. 즉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배워서 위로 통달하면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이라 했다.
경기가 매우 좋지가 않다. 이러한 때에 사회를 탓하고 더 나가 국가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죽도록 공부하여 세상 이치를 꿰뚫는 것, 이러다 보면 만물의 이치를 통달하고 무엇이든 손에 잡는 일은 가벼워, 용기와 자신감은 몸소 배어 나오니 어찌 어려운 경기가 어렵게만 하겠는가!
그러니까 시인은 뾰로통한 입들에게 폐일언하고 눈알부터 깎으라고 다그치며 한 수 읊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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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손진은 1959년 경북 안강에서 출생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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