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아래 천 년 / 배한봉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복사꽃 아래 천 년 / 배한봉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2회 작성일 17-01-31 00:08

본문

복사꽃 아래 천 년 / 배한봉




    봄날 나무 아래 벗어둔 신발 속에 꽃잎이 쌓였다.

    쌓인 꽃잎 속에서 꽃 먹은 어린 여자 아이가 걸어 나오고, 머리에 하얀 명주수건 두른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오고, 허리 꼬부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도 없이 걸어 나왔다.

    봄날 꽃나무에 기댄 파란 하늘이 소금쟁이 지나간 자리처럼 파문지고 있었다. 채울수록 가득 비는 꽃 지는 나무 아래의 허공. 손가락으로 울컥거리는 목을 누르며, 나는 한 우주가 가만가만 숨 쉬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장 아름다이 자기를 버려 시간과 공간을 얻는 꽃들의 길.

    차마 벗어둔 신발 신을 수 없었다.

    천년을 걸어가는 꽃잎도 있었다. 나도 가만가만 천년을 걸어가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한 우주가 되고 싶었다.



鵲巢感想文
    시가 전설의 고향을 보듯 어쩌면 우주의 시간을 타며 보는 어떤 여행처럼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 오르기도 하고 아득한 세월을 내다보는 듯하다. 봄날 나무 아래 벗어둔 신발 속에 꽃잎이 쌓였다. 때는 봄날이다. 시인은 벗어둔 신발에 꽃잎이 쌓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 쌓인 꽃잎을 통해 시인은 연상한다. 꽃잎 하나씩 꽃 먹은 어린 여자 아이가 걸어 나오고, 꽃잎 하나에 머리에 하얀 명주수건 두른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온다. 꽃잎 하나에 허리 꼬부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도 없이 걸어 나오고 있다.
    봄날 꽃나무에 기댄 파란 하늘이 소금쟁이 지나간 자리처럼 파문지고 있었다. 봄날 꽃나무는 이상향이다. 여기에 기댄 파란 하늘은 주어부로 시인을 제유한다. 파란 하늘처럼 맑고 티끌이 없으면 했지만, 소금쟁이 같은 어떤 파문으로 시인을 깨우는 동기를 유발했다.
    채울수록 가득 비는 꽃 지는 나무 아래의 허공, 생각할수록 허무하지만, 손가락으로 울컥거리는 목을 누르며, 어떤 아픔으로 시인은 고통스럽기만 하고 나는 한 우주가 가만가만 숨 쉬는 것을 바라보았다. 우주의 떠 있는 별빛처럼 온 몸으로 그 꽃잎과 교감한다.
    꽃잎은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버렸다. 그렇게 버림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얻었으며 꽃들의 길을 놓았다.
    차마 벗어둔 신발 신을 수 없었다. 왜? 꽃잎 같은 연상은 화자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천년을 걸어가는 꽃잎도 있었다. 나도 가만가만 천년을 걸어가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한 우주가 되고 싶었다. 떨어진 꽃잎처럼 함께하고픈 시인의 마음을 담았다.
    시는 전반적으로 슬픔 같은 것이 배여 나온다. 신발은 화자의 몸에서 떼어낸 물건이지만, 봄날 꽃나무는 화자를 제유한 시구로 보이며 꽃잎은 화자의 또 다른 분신이다. 천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얘기했다.

    시인의 시 ‘복사꽃 아래 천 년’을 읽다가 시간의 아득함은 예전에 필자가 쓴 시가 생각나게 했다. 이참에 아래에 잠깐 소개한다.


    커피 16잔* / 鵲巢


    까아치가 하필 천 년 넘은 무덤가에 앉아 있을까 하며 곰곰 생각했네 까아치, 아마 그 옛날 산신령께서 좋아하셨던 가야국의 “김옥분”이라는 소실을 압독국 왕비로 삼았던 게 그 연유일지도 몰라

    압독국 그 왕비께서는 이 임당의 산과 물을 꽤 좋아하시었네만 어느 해 도화 필 때쯤일 게야 무릎에 작은 종기 하나 생겼더랬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그만, 그 종기 하나 잡질 못했지

    산신령께서는 얼마나 애 닳도록 눈물 흘렸는지 몰라 눈물은 흐르다가 남천을 이루었다지 산신령 또한 제명 다하지 못하고 왕비가 좋아했던 이 임당을 지키고 온 것이라네 그때 죽었던 왕비가 나의 할머니로 환생한 것은 아닐는지

    왜냐면 그때 가야국에서 가지고 온 이름으로 평생을 사셨기 때문이지

    까마귀 많은 동네에 살았는데 어느 날 눈 펑펑 오고 살 에는 바람 부는 날이었지 그날 하염없이 추위를 잊고자 두꺼운 담요 하나 덮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산신령께서 부르시는 것 아닌가 임당으로 오라는 것이야 그 부름 받은 해 이곳에 작은 방 하나를 얻어 발붙이고 살 때부터 할머니께서 뒷바라지 해주었지

    내가 어느 둥지에 발을 디딜 때 하늘의 부름을 받고 가셨지만, 또 얼마나 지났을까 창가에 무심코 앉아, 내리는 가랑비 보고 있으며 가신 할머니 생각하였는데 마침 할머니께서 오신 겐가

    물끄러미 바라다본 까아치와 하도 오래 눈을 마주하였던 게야 까아치의 선명한 눈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지 아마 할머니는 까아치로 환생한 것인지도 몰라 그때 이후로 까아치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 저 너른 하늘 그리며 말이야



    필자가 머무는 곳은 경산이다. 예전에는 압독국이었다. 그러니까 이천 년쯤 거슬러 오르면 그렇다. 신라는 그때 이름은 사로국이었다. 지금의 경주에 소재한 이름 있는 고분과 별 차이 없는 고분이 여기에도 수타 많다. 사로국에 합병되기 전까지는 한 국가로서 건재함을 떨쳤을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것이었다.

    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또한 경주어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였으며 한동안 신라가 한반도를 통치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반도국가지만 지방마다 쓰는 사투리가 있으며 억양 또한 다름을 본다.

    특히 미당의 시집을 한 번 읽어보라! 전라도 말씨는 톡톡 즐겨볼 수 있음이다. 이건 사족이지만 미당이 남긴 국문학적 의의는 높으나 외세와 정치세력에 여러 굴한 자세는 비평을 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의 시집 ‘질마재의 마을’은 꼭 읽어보아야 할 중요한 詩集임은 틀림없다. 필자 또한 읽었다.

    위 필자가 쓴 시는 ‘김옥분’이라는 인명이 나온다. 필자의 할머니다. 독자께서는 별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나 윤회는 볼만하다. 하루는 카페 비 오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창 바로 앞에 까치가 날아와 앉아 필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시간이 약 1분이 넘도록 눈을 마주하였는데 어찌나 인상이 깊었던지 그때 하필 할머니를 떠올렸을까! 지금껏 까치집이라고 쓴 이유인 게다.

    이 필명도 쓰다가 보니 이미 별명으로 쓴 詩人이 있었다. 책과 시를 좋아하다 보니 얼떨결에 이상의 시전집을 읽게 되었고 이상이 쓴 글은 죄다 끌어모아 읽어보기도 했다. 거기다가 이상을 이야기한 책은 웬만하면 사다 읽었다. 그러니까 이상의 별명이었다. 詩人 이상은 머리를 잘 감지도 않아 늘 새집처럼 해가 다녔다. 많은 문인이 그의 이름 대신 鵲巢라 불렀다고 한다.

=====================================
각주]
    배한봉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등단
    필자의 詩集 카페 鳥瞰圖 36~37p, 청어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9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 0 06-20
2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5 0 06-19
2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9 0 06-18
2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0 0 06-15
2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6 0 06-14
2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5 0 06-14
2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5 0 06-11
2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2 0 06-10
2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6 0 06-10
2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0 0 06-07
2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9 0 06-07
2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7 0 06-06
2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6 0 06-05
2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9 0 06-04
2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6 0 06-03
2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5 0 06-02
2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3 0 06-01
2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05-31
2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6 0 05-30
2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4 0 05-29
2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7 0 05-29
2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4 0 05-28
2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3 0 05-27
2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8 0 05-27
2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9 0 05-26
2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2 0 05-26
2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2 0 05-25
2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4 0 05-25
2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6 0 05-24
2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05-24
2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9 0 05-23
2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0 0 05-23
2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0 0 05-22
2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2 0 05-21
2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1 0 05-20
2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3 0 05-19
2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3 0 05-18
2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9 0 05-17
2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4 0 05-17
2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1 0 05-16
2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7 0 05-15
2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7 0 05-14
2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0 05-14
2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0 0 05-14
2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3 0 05-12
2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7 0 05-10
2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05-09
2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0 0 05-08
2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6 0 05-07
2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3 0 05-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