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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오렌지빛 줄무늬 교복 /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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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10회 작성일 17-02-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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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빛 줄무늬 교복 / 배수연




    나는 우리 반 회장이고 정육점 집 딸이다
    학기 첫날 담임선생님이 본인은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했을 때 내 오소리 같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학부모 총회에 못 나오는 엄마는 갈색 소스가 흐르는 싸구려 햄버거를 배달시켜 아이들 입에 넣어 주었다 창가에는 남자 회장이 가져온 베고니아의 똥꼬에 수술이 저 혼자 길게 자라났다 틈만 나면 손을 씻고 크림을 바르는 담임선생님의 손등에서 풍기는 아, 저 오렌지 냄새……. 엄마가 잘라주는 오렌지에는 고기 자르는 쇠칼 냄새가 났다 나는 오렌지 냄새가 너무 좋아서 두꺼운 오렌지 껍질을 온몸에 문질렀다 벗겨져 바닥에 마구 흐트러진 오렌지 조각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의 저릿한 슬픔, 토도독 내 홍채의 알갱이들이 터지며 눈물이 흐르는 것을 혀로 맛보았다 엄마가 쓰는 쇠칼의 씁쓸하고 버린 쇠 맛이 나는
    어머니 표 오렌지를 생각만 해도 오렌지 살처럼 부푸는 내 가슴과 하얀 속껍질처럼 갑갑한 속옷 아래로 빽빽해지는 음모들, 담임선생님은 턱밑까지 스타킹을 올려 신고 가짜 속눈썹 아래로 일쑤로 미소를 흘린다 뻘건 닭국물을 퍼주며 찌푸리던 선생님의 표정과 나보다 키가 작은 남자아이들이 머저리처럼 그것을 핥아 먹는 점심시간, 서로의 다리 사이를 후비며 바짓가랑이 아래로 흐르는 베고니아 똥꼬의 유혹에 실내화가 물든다 나는 커서 엄마가 될지 담임이 될지 알려주지 않는 창문 밖으로 내리는 황사 섞인 단비를 내다본다 세상은 온통 탁한 오렌지, 오렌지 빛 줄무늬 교복을 입고 있었다



鵲巢感想文
    시를 읽다 보면 파격적인 몇몇 여성 시인이 지나간다. 그만큼 이 시 또한 파격적이다. 오렌지빛 줄무늬 교복은 시인이 바라본 세계관이자 모서리가 된 젊은 날의 초상이다. 시에서 오렌지는 상징으로 준법정신이나 규율, 규칙, 일정이나 일관 혹은 규범에 얽매이는 현대인의 삶이다. 하지만 이 오렌지는 모두 빛깔은 하나다. 다른 여타 함수로 담임선생님과 어머니, 남자 회장, 남자아이들이 등장하지만, 모서리의 모태다.
    시인은 모서리의 일변도로 담임선생님은 채식주의자라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는 오로지 편향적 성향을 묘사한 것이다. 갈색 소스가 흐르는 싸구려 햄버거를 배달시켜 아이들 입에 넣어 준 것은 시의 이단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제 뜻이 확고한 남자 회장은 혼자 잘났다. 그러니까 바른 생활의 소유자다. 담임선생은 온통 바른 세계관으로 우리 앞에 서고, 엄마가 딱 잘라 말하는 말씀은 가히 쇠칼처럼 단독적이다. 진학과 학구열 및 진출과 성공은 단지 슬프기 짝이 없다. 엄마의 칼 같은 말씀은 비릿하다.
    어머니가 바라는 사회상은 나에게는 오로지 갑갑하며 내 마음 깊숙이 할 말만 많아진다. 여기서 시인의 묘사가 탁월한 문장을 다시 확인한다. 하얀 속껍질처럼 갑갑한 속옷 아래로 빽빽해지는 음모들, 성장할수록 할 말은 많지만, 거저 묵묵히 앓는다. 담임선생님은 턱밑까지 겉치레로 치장하며 상투적인 말씀뿐이다. 그러니까 가식적이다. 남자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달게 따르기만 한다. 여기서 키 작은 아이는 바른 생활의 아이라 보면 좋겠다. 서로 약점을 보완하며 다독이며 가는 우리의 형제다. 베고니아 똥꼬에 함께 조율하고 성공을 위하며 오늘도 쉬며 간다. 베고니아 똥꼬는 어쩌면 오렌지빛 줄무늬의 변형이다. 그러니까 같은 무리로 보인다. 실내화는 자아를 그린 제유다. 황사 섞인 단비는 어떤 갈등을 묘사한다. 온통 오렌지, 오렌지빛 줄무늬 교복, 모두가 눈이 깨야 하지만, 바른 생활은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며 지향하는 사회에 있다.
    똥꼬는 똥구멍의 속어로 오렌지빛 줄무늬로 변형된 어떤 사상이나 유형의 물질이다.


    이 시를 읽으니 장자 도룡기屠龍技*가 생각나 적는다. 간략히 말하자면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말로, 쓸데없는 일로 몸을 소모한다는 뜻이다. 주행만(朱泙漫)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집안 재산을 모두 팔아 천금을 마련하였다. 기술을 배우러 스승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그는 지리익(支離益)이란 선생을 만나서 용을 요리하는 기술을 배웠다. 3년 동안 열심히 배운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지난 3년 동안 너는 어떤 기술을 배웠느냐?”
    “나는 지리익을 스승으로 모시고, 용을 도살하여 요리하는 기가 막힌 기술을 배웠다.”
    그는 잔뜩 뻐기면서 손발을 써가며 용 잡는 기술을 신나게 설명했다. 용을 잡을 때는 어떤 칼을 쓰며, 용의 머리는 어떻게 자르고, 내장은 어떻게 처리하고…….
    그의 말이 다하기 전에 사람들은 웃으면서 물었다.
    “너의 용 잡는 기술은 정말 기가 막히는 기술이구나. 그런데 네가 잡을 용은 어디에 있니?”
    어렵게 배운 기술이지만, 정작 써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용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커피 교육을 해왔다. 창업상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새롭게 문을 연 카페도 보고, 문 닫는 카페도 많이 보아왔다. 일을 해내는 사람은 뜻이 남들과 달라 분명하다. 하지만, 남들 하니까 이건 되겠지 하며 어설프게 뛰어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사람은 백이면 백 모두 문을 닫는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열심히 일하는 내용은 가치 있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 보험 사정 일을 하는 친구가 왔다. 20여 년 이 일만 해왔다. 이제는 자식도 모두 대학에 들어가야 하니, 돈이 제법 쓰이는 나이가 되었다. 회사는 채산성이 맞는 경영을 하려니 오래 머문 직원은 스스로 명퇴名退를 자청하고 남은 직원은 눈치를 보아야 할 상황이다. 친구는 직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배우고 이것이 우리의 활동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 목적과 가치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을 보라!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똑똑히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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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배수연 1984 제주에서 출생 2013년 <시인수첩> 등단
    장자莊子 열어구편(列禦寇篇) 학도룡어지리익學屠龍於支離益 단천김지가單千金之家 삼년기성이무소용기교三年技成而无所用其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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