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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일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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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3회 작성일 17-02-05 00:15

본문

깊은 일 / 안현미

 


    그날 이후 누군가는 남은 전생애로 그 바다를 견디고 있다

    그것은 깊은 일

    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밤

    아무래도 이번 생은 무책임 해야겠다

    오래 방치해두다 어느 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마음처럼

    오래 끌려다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쓸모없어진 어떤 미움처럼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나부터 죽고 봐야겠다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삶을 살아야겠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혼자 밥 먹는, 혼자 우는, 혼자 죽는 사람으로 살다가 죽어야겠다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침묵해서는 안 되는

    그것은 깊은 일



鵲巢感想文
    시제는 ‘깊은 일’이지만 시점은 ‘그날’이다. 그날의 이전과 이후는 판이한 세상이다. 그날의 이전이 고뇌와 아픔과 사색의 몰입이라면 그날의 이후는 어쩌면 무책임한 길이며 삶이 존재하지 않은 쓸모없는 어떤 미움과도 같고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마음, 즉 굳은 마음이다. 그래서 시인은 매번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나부터 죽고 봐야겠다는 말, 죽은 자는 죽은 자로 삶을 이을 것이며 어떤 시인은 발로 배를 걷어 차버린 강아지처럼 따르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건 무책임한 생이겠다.
    무책임한 생이라지만 이것만큼 깊은 일은 없다. 오래 끌려다니다가 어떤 날 더는 쓸모없어진 어떤 미움처럼 천대받더라도 매번 죽음을 맞는 연습과 실지 죽음을 써내려가는 일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혼자 밥 먹는, 혼자 우는, 혼자 죽는 사람으로 살다가 죽어야겠다는 시인, 이것은 시인의 거울이다. 결코, 침묵해서는 안 되는 일, 그것은 시 쓰는 일, 이것만큼 깊은 일도 없다는 말이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이는 주역에 나오는 문구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이다. 내가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은 궁함이 없다는 말이고 궁함이 없다는 것은 변하는 것도 없어 이러다가는 통하는 것도 없어 금시 사라질 것이다. 조금이라도 지속하며 오래가려면 쇄신해야 한다. 즉 변화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도 유지하기 어렵다.
    안주하는 것은 편하다. 편한 만큼 위험에 빠지는 일도 잦다. 일은 즐겨야 한다. 마치 파도를 타듯 말이다. 파도는 그 모양과 형태가 매번 다르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가게를 하든 큰 공장을 이끌든 우리가 대하는 사건에 같은 일은 하나도 없다.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오히려 일을 즐기는 사람일 게다.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각종 중압감에 이 일을 끝까지 해낼 수는 없겠다.
    시 쓰는 일은 마음의 궁함을 메우는 일이다. 마음의 궁함을 메우는 일이야말로 변화를 촉구하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렇게 하여 기른 힘의 바탕은 일을 도모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중국 송나라에 자기 논의 곡식이 잘 자라지 않아 고민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사람이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일을 너무 많이 했다. 몸살이 날 것 같다. ”
    가족들은 이상하여,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였는지 물었다. 그는 말하기를 “들에 가 보았더니 우리 곡식이 남의 것보다 훨씬 키가 작았다. 그래서 하나하나 뽑아 당겨서 키가 커지도록 도와주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이 부랴부랴 들로 뛰어갔다만 벌써 곡식들은 다 말라 죽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맹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조장助長 자라는 것을 도와준다.’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야기 내용을 보면 ‘억지로 키운다’는 뜻이 있다. 맹자는 인격을 닦는 방법으로 “억지로 바르게 하지 말 것, 그러나 마음속에서 목표를 잊지는 말 것, 그리고 조장하지 말 것(勿正, 心勿忘, 勿助長)을 말하였다.
    취침하기 전, 자기와 진솔한 대화는 하루를 살면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성찰을 억지로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명상은 마음의 꽃밭에 물을 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바라며 어떤 일을 하며 그 일은 얼마만큼 진행하였는지 사색의 물을 주는 것이다. 꽉 막힌 나와 변화무쌍한 세계와 통풍구를 만드는 것은 다시 내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니 어찌 깊은 일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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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안현미 1972년 강원도 태백 출생 2001년 ‘문학동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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