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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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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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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33회 작성일 17-02-0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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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 / 김지녀




    망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옆이 길어집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옆이 전개될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점선들로 분할되곤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그녀에게 전화를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우산 아래서 옆이 다 젖도록 어둠이 길어져 있었습니다 먼 곳을 헤매고 있는 사람처럼 옆의 옆이 낯설어졌어요 자를 대고 칼로 긋듯 그날을 반듯하게 자를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잘 접혔을 겁니다

    한 번은 옆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거절했고 다른 한 사람은 발등을 바라보며 망설이더군요 옆과 옆 사이의 어깨가 그 어떤 테두리보다 넓어서 건너갈 수 없었습니다

    더 넓고 따뜻한 옆을 차지하기 위해 우리는 분주했습니다 옆에 얼마나 크고 넓은 폭포가 있는지 절벽과 진창이 있는지 가닿지 못하고 우리의 옆은 배경이 없는 화면처럼 점차 장편이 되어갔습니다

    오후처럼요, 이웃의 그림자가 다음 페이지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때도 바닥에 남겨진 흙자국들을 지우며 우리는 옆이 모르는 비밀 하나쯤은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우리는 옆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내용을 담은 것처럼 우리의 옆에 정원과 연못을 가꾸고 있습니다 비겁함을 쉽게 접기 위함입니다 지나간 사건들을 돌돌 말아 놓고 오래 살기 위함입니다



鵲巢感想文
    시제가 ‘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이다. 폭이 좁다는 것은 옆을 수식한다. 이 시에서는 옆이 중요한 시어로 등장한다. 시를 읽는 내내 옆은 어느 행이든 빠뜨리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옆은 옆으로 읽는 맛도 있지만, 옆은 우리의 마음이다. 여기서 우리라는 시어도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개념이 아닌 나와 내 속에 든 또 다른 나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나와 내 마음을 의식한다.
    굳이 감상하자면…….

    망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마음이 길어집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마음이 전개될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점선들로 분할되곤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그녀에게 전화를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우산 아래서 마음이 다 젖도록 어둠이 길어져 있었습니다 먼 곳을 헤매고 있는 사람처럼 마음의 옆이 낯설어졌어요 자를 대고 칼로 긋듯 그날을 반듯하게 자를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잘 접혔을 겁니다
    한 번은 마음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거절했고 다른 한 사람은 발등을 바라보며 망설이더군요 마음과 마음 사이의 어깨가 그 어떤 테두리보다 넓어서 건너갈 수 없었습니다

    이하 생략한다. 이 시는 총 6연이자 6행이다. 한 단락씩 문장을 이룬다. 첫 번째 단락을 보면 점선들로 분할되곤 했다는 말은 마음이 점선처럼 끊긴다는 말이다. 시 이해의 단절성을 묘사한다. 두 번째 단락을 보면 자를 대고 칼로 긋듯 그날을 반듯하게 자를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잘 접혔을 거라는 말에 이 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였다. 시는 거울을 보듯 자아를 내다보는 것이라 나의 마음도 한때는 이해하기 힘든 어떤 묘사로 잘 나타낸 문장이다.
    세 번째 단락에 마음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자아와 한 사람은 거절했고 다른 한 사람은 발등을 바라보며 망설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현실과 현실을 대하는 내 마음과의 갈등을 묘사한다. 옆과 옆 사이 즉 현실을 접하는 마음과 내 이상향의 마음은 그 어떤 테두리보다 넓어 건너갈 수 없을 정도라며 시인은 얘기하고 있다.
    네 번째 단락의 마음(옆)은 마음의 상황을 묘사하며 다섯 번째 단락에 직유로 쓴 오후는 시간관념으로 어떤 긴박감을 여섯 번째는 마음의 완성을 묘사한다.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말이 있다. 마른 수레바퀴 자국에 놓인 붕어라는 뜻으로, 곤궁한 처지나 다급한 위기를 비유한 말이다. 장자〈외물편(外物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는 집안이 아주 궁핍할 정도로 어려웠다. 감하후(監河侯)라는 강물의 감독을 맡은 관리인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장자는 그 어려운 처지를 학철부어라는 말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외세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진심 어린 자세로 보자는 것이다.
    누가 나를 도울 것인가? 망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옆이 길어집니까? 우리의 옆에 정원과 연못을 가꾼다면 누가 찾아오겠습니까? 만약 풍성한 정원을 가꾸었다면 만약 아름다운 연못을 만들었다면 당신은 죽어서도 절대 외롭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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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지녀 1978년 경기도 양평 출생 제1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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