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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누드 /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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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1회 작성일 17-02-0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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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누드 / 박상순




    두 개의 둥근 달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자전거, 다른 한쪽에는 자동차, 자전거 위에는 피아노, 자동차 위에는 구름, 피아노 위에는 그녀가 다닌 고등학교 창문, 구름 위에는 그녀가 걸어 나오던 전철역 입구의 표지판, 고등학교 창문에는 오렌지 꽃물, 전철역 표지판 위에는 작은 꽃봉오리가 그려진 그녀의 가방, 오렌지 꽃물 속에는 쓴 맛이 나는 비가라드 오렌지 나무, 그녀의 가방 위에는 포도주 한 병, 오렌지나무 위에는 기린 한 마리, 포도주병 위에는 새벽별.

    두 개의 둥근 달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겨울, 한쪽에는 봄, 겨울나라에는 털모자를 쓴 그녀가 눈길을 걷고 있습니다. 봄의 나라에는 활짝 핀 벚꽃들이 나뭇가지 위에서 눈부시게 빛납니다. 한쪽 달이 기울면 다른 한쪽의 달도 기웁니다, 봄과 겨울 사이에서 날아온 꽤 커다란, 교장 선생님 같은 나방 한 마리가 묻습니다. 뭐니까? 왜 달덩이가 두 갭니까? 마침내 내가, 나의 존재를 드러낼 순간입니다. 보세요. 납니다. 나를 그린 그림입니다. 내 손에는 두 개의 둥근 달이 있습니다.

    이쪽 손에는 푸른 달, 다른 손에는 하얀 달, 푸른 달 속에는 자전거, 하얀 달 속에는 자동차, 자전거 위에는 피아노, 자동차 위에는 구름, 피아노 위에는 그녀가 다닌 고등학교 창문, 구름 위에는 표지판……. 오렌지나무 위에는 기린 한 마리, 포도주병 위에는 새벽별, 겨울 나라에는 털모자를 쓴 그녀가 눈길을 걷고 있습니다. 봄의 나라에는 활짝 핀 벚꽃들이 나뭇가지 위에서 빛납니다, 이렇게 내 한 손에는 푸른 달, 또 다른 손에는 하얀 달. 울다가, 울다가……. 빛납니다. 눈부시게



鵲巢感想文
    시제가 ‘밤의 누드’다. 여기서 밤은 어두운 어떤 그림자, 나의 그림자다. 밤 같은 나의 어두운 어떤 한 장면을 벗긴다는 뜻이다.
    시의 대립관계를 알면 시가 보인다. 위 시에서 첫 문장은 “두 개의 둥근 달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벌써 그 해답을 풀어놓은 셈이다. 그런데 이 시를 모두 읽으면 좀 슬프다. 그러니까 짝사랑이었거나 어떤 불완전한 사랑, 삼각관계 같은 느낌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사랑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대상은 이성일 수도 있고 다른 무엇도 가능한 이야기다.
    시는 총 세 단락으로 수미상관법首尾相關法으로 구성한다. 수미상관은 수미상응(首尾相應)이라고 하고 수미쌍관법(首尾雙關法)이라고도 한다. 시의 첫 연을 끝 연에 다시 반복하는 문학적 구성법이다. 첫 연(단락)을 보자.
    두 개의 달이 있다. 한쪽에는 구체적이고 사실의 어떤 기억을 표현한 것이라면 한쪽은 추상적이거나 가공 혹은 허구, 시인의 상상일 수도 있으나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예를 들어 한쪽을 보자. 자전거라든가 자전거 위 피아노, 피아노 위 그녀가 다닌 고등학교 창문, 오렌지 꽃물, 오렌지 꽃물 속에는 쓴맛이 나는 비가라드 오렌지나무, 오렌지나무 위 기린 한 마리라 했다. 이는 시인의 기억에서 펴낸 이미지다. 그러니까 사실이며 구체적인 사건이다. 오렌지 꽃물에 눈에 좀 뜨이기도 하고 기린도 재밌는 표현이다. 오렌지나무 위에 기린 한 마리가 있으면 위태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기린은 길인(吉人)을 늘인 표현 같기도 하니까 말이다.
    두 번째 단락도 시작은 시의 첫 번째 단락과 마찬가지로 반복한다. 두 개의 둥근 달이 있다. 한쪽은 겨울 같고 털모자를 쓴 그녀만 기억할 뿐이지만, 한쪽은 봄의 나라에 활짝 핀 벚꽃으로 이미지를 띄웠다. 활짝 핀 벚꽃을 감상하라! 좁은 거리와 어깨동무 그리고 만방에 핀 그 열정 말이다. 이는 겨울 같은 자아의 달이 아니라 다른 쪽 봄 같은 달의 이미지라 시의 느낌은 대충 감이 잡히는 것이다. 시에 교장 선생님과 나비, 그림이라는 시어가 나오지만, 일종의 시적 장치다.
    세 번째 단락은 첫 번째 단락을 반복한다. 시의 강조이자 구체화다. 과거 이미지에 착안하여 현실에 떠오른 아픔을 시로 승화한 작품이다.

    시의 접근에 나의 속도는 얼마인가? 시는 구름으로 자동차를 몰며 전철역 표지판 같은 확실한 목적지로 향한 작은 꽃봉오리며 새벽별이다. 나는 자전거 타며 피아노 같은 흑백논리에 죽은 장미를 그리거나 창문 같지도 않은 쪽문만 그리고 있지는 않은지!
    맹자는 말했다. “본심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養心莫善於寡慾” 우리의 마음은 본심을 잃으면 아주 뻔한 이치도 보지 못하고 판단력은 사라지고 만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말이다. 본심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흐릿하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하루 마음을 비우고 시 한 수 읽으며 하루를 마감하라! 태양은 오늘도
    둥실
    둥실
    둥실
    떠오르며 그 벅찬 일감을 소화했다. 이해관계에 풀지 못한 중압감은 도로 나를 무너뜨리기까지 하니, 어찌 이것이 제대로 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놓아라. 놓고 시 한 수 읽어라!
    시를 읽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함이다. 밤의 누드다. 나의 밤 같은 어두운 거리를 벗겨내는 작업이다. 때 묻은 거리는 그리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머리는 마치 무딘 돌과 같아 어떤 마중물을 부어야 깊은 샘물이 솟는 것과 같다. 시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나를 예쁘고 단정하게 말끔하고 정갈하게 다듬어 보라! 어쩌면 인생은 내가 보지 못한 무지개 동산에 와 있음을 느낄 때 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동산 말이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는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 말이다.
    마!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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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상순 1962년 서울 출생 1991년 <작가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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