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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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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0회 작성일 17-02-0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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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 조말선




    이 옷감은 가능해서 따뜻하다. 올 수 있는 가능성과 울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사이에서 팔 한쪽을 잘라낸다면 나를 다 감싸 안을 수 있다. 이 옷감은 옷이 되지 않아서 가능하다. 추위를 막을 가능성과 추위를 못 막을 가능성 사이에서 다리 한쪽을 잘라낸다면 나는 폭 안길 것이다. 이 옷감은 감수성처럼 마무리하지도 않고 퍼져 나가기 때문에 불성실하다. 따뜻한 옷이 되는 순간 육체가 느끼는 감정에 무책임하다. 감수성은 형태를 잡지 않은 옷감처럼 어떤 가능성이다. u자로 드러나거나 v자로 드러나는 목선을 결정할 때, 허벅지가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치맛단을 결정할 때 감수성은 무한하다. 무한한 감수성은 용서받는 감정이다. 이 옷감은 결정되지 않아서 따뜻하다



鵲巢感想文
    감수성感受性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성질이다. 옷감은 옷을 짓는 데 쓰이는 천이다. 이 시에서 옷감과 감수성만큼 중요한 시어는 없다. 감수성은 일종의 상상력을 제유한 것이며 옷감은 시를 짓는 데 쓰이는 각종 어휘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옷감은 가능해서 따뜻하다. 시를 짓는데 가능치 않은 시어가 있을까마는 감정에 닿는 따뜻한 시어를 선택하는 것은 시인의 일이다.
    올 수 있는 가능성과 울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사이에서 팔 한쪽을 잘라낸다면 나를 다 감싸 안을 수 있다. 감수성 즉 상상력의 표현이다. 올 가능성은 머릿속 상상력,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가능성과 울지 않을 가능성은 올 가능성에 대치되는 말로 글이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다. 여기서 팔 한쪽을 잘라낸다면 즉 시의 몸통 중 팔 한쪽을 잘라낼 정도면 그 시를 이해했다는 묘사다. 그러면 나를 다 감싸 안을 만큼 마음을 들어 내보이는 것이 된다.
    이 옷감은 옷이 되지 않아서 가능하다. 추증이다. 아직 마음에 닿지 않은 거로 마음에 닿았다면 옷이 되는 상황을 묘사한다. 즉 감수성은 상상력을 동반한 시 이해다.
    추위를 막을 가능성과 추위를 못 막을 가능성 사이에서 다리 한쪽을 잘라낸다면 나는 폭 안길 것이다. 추위를 막을 가능성은 시 이해를 묘사하며 추위를 못 막을 가능성은 그렇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다리 한쪽을 잘라낸다는 것은 의미 전달이며 시 이해다.
    이 옷감은 감수성처럼 마무리하지도 않고 퍼져 나가기 때문에 불성실하다. 따뜻한 옷이 되는 순간 육체가 느끼는 감정에 무책임하다. 시 성질에 대한 묘사다. 시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퍼져나가는 것 즉 이해 부족으로 널리 알리는 것은 불성실이며 시가 올곧게 받아들이고 이해되었다면 감정표현에 무책임한 것이나 다름없다.
    감수성은 형태를 잡지 않은 옷감처럼 어떤 가능성이다. 시적 상상력은 즉, 시 교감은 형태가 없다. 그 형태를 잡을 수도 없거니와 어떻게 옷을 짜야 하는지 옷감에 대한 선택도 아직 없으니 가능성은 무한하다. 하지만 시적 교감은 무한한 상상력, 즉 감수성을 일으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u자로 드러나거나 v자로 드러나는 목선을 결정할 때, 허벅지가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치맛단을 결정할 때 감수성은 무한하다. 유용성(utility)과 다양성(variety)으로 목선까지 오르면, 허벅지가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치맛단을 결정할 때 즉 시적 표현력과 상상력(감수성)은 무한하다.
    무한한 감수성은 용서받는 감정이다. 무한한 상상력은 용서받는 감정이다. 이 옷감은 결정되지 않아서 따뜻하다. 이 시는 아직 닿지 않아서 따뜻하다.

    이참에 시인의 시집 ‘둥근 발작’에 담은 詩다. 시제 ‘행렬’을 본다.

    행렬 / 조말선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다 나는 암탉을 키우지 않는다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순행하는 자연이 있다 암탉이 밀어낸 알들의 차례가 있다 어제의 달걀판은 오늘의 달걀판을 받든다 총상꽃차례의 꽃대에서 어제의 꽃송이가 오늘의 꽃송이를 받든다 보이지 않게 세계는 부패하고 있다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하여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다 마침내 내게 당도한 꽃다발이 안심하고 냄새를 피우고 있다

    鵲巢感想文
    시집 ‘둥근 발작’ 첫 시가 ‘행렬’이다. 시인의 서시나 마찬가지다. 암탉 한 마리는 시인이 본 세계관이다. 시인이 본 세계관과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다. 차례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역사는 앞의 세대가 이룬 바탕 위에 새로움을 더하며 발전하는 형태를 띤다. 이것은 자연이다. 마치 어제의 달걀판은 오늘의 달걀판을 받들 듯 총상꽃차례의 꽃대에서 어제의 꽃송이가 오늘의 꽃송이를 받들 듯이 말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는 부패한다. 그러니까 사라져가는 앞 세대다. 현실을 받을 수 없는 구태의연한 세대다. 새로움은 새로움에 맞춰 가야 하는 것이 행렬이며 또 그 세대를 이끌 수 있겠다. 앞 세대가 있었으므로 나는 내 차례에 꽃다발을 추어올릴 수 있고 냄새를 피울 수 있는 것이 된다.


    시인의 시 ‘감수성’은 암탉이 밀어낸 알들의 차례가 있듯 어제의 달걀판은 오늘의 달걀판을 받들 듯이 시인께 당도한 꽃다발로 안심하고 피운 냄새다. 그러니까 수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천귀해萬川歸海라는 말이 있다. 만 갈래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든다는 말이다. 시는 언어의 바다다. 만언귀시萬言歸詩다. 말이 될까마는 시학 공부는 만 가지나 되는 시인의 말을 들여다보며 세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바다를 알지 못하듯 한 철 여름 벌레가 어찌 겨울과 겨울에 내리는 눈을 알 수 있겠는가! 시를 읽음은 마치 작은 돌 하나가 큰 산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슨 일이든 그 일에 지식과 지혜와 더불어 통찰력이 더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다만, 볼 품 없는 까만 해바라기 씨앗 하나가 큰 곡간에 앉아 여러 씨앗을 보는 격이니 필자는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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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조말선 1965년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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