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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눈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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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2회 작성일 17-02-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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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눈 / 송재학




    눈동자가 달린 것들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 허긴 나는 말의 눈을 먹었다 몽골에서 말고기를 먹으면서 나는 말의 외부였다 질겅거리다 문득 삼킨 말의 눈은 내 안에서 내내 동그마니 눈을 뜨고 있었다 말의 눈에 언어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어떤 속삭임은 피할 수 없다 분명 말의 울음 같은 진부한 외면 때문에 천천히 씹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두 개의 눈동자 중 하나는 내 입안에서 부서지면서 먹물이 튀자마자 삼켰기에 그 맛을 알지 못했다 눈의 전후사는 나에게 미각이기 전에 시각으로 기록 중이다 말의 눈은 그 후 어디서 누군가의 쪽창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눈을 가려도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풀과 과일에도 눈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내 배 속에서 헤엄치는 눈동자의 반복이 있기에 채식주의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鵲巢感想文
    말(言)과 말(馬)의 동음이의어를 착안하여 지은 시다. 송재학 선생의 시 시제 ‘말의 눈’은 말(馬)에다가 말(言)을 얹어 중첩적 화법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눈동자가 달린 것들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 허긴 나는 말의 눈을 먹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言)에도 눈이 있다. 필자는 이를 씨앗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니까 무언가 씨앗 같은 말은 듣지 않는 사람이 있고 시인은 이런 씨앗 같은 말을 읽었다. 물론 읽었다는 말은 본 것도 포함한다.
    몽골에서 말고기를 먹으면서 나는 말의 외부였다. 이는 화제를 돌림으로써 시의 긴장과 효력을 증폭시킨다. 시인은 몽골에서 말고기를 먹었다지만 이는 말고기일수도 있을 것이며 중요한 것은 말(言)을 이해한다는 의식적 표현이다. 거기서 외부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말이겠다. 어쩌면 시인은 말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질겅거리다 문득 삼킨 말의 눈은 내 안에서 내내 동그마니 눈을 뜨고 있었다. 언어의 이해는 장벽이었고 이 속에 시인은 큼직한 눈을 뜨게 된다.
    말의 눈에 언어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어떤 속삭임은 피할 수 없다 분명 말의 울음 같은 진부한 외면 때문에 천천히 씹지 못했다. 언어의 장벽과 이해의 어려움을 표방한 묘사다.
    미안하지만 두 개의 눈동자 중 하나는 내 입안에서 부서지면서 먹물이 튀자마자 삼켰기에 그 맛을 알지 못했다. 말(言)은 겉으로 표방하는 의미가 있지만, 그 속뜻도 있어 우리는 흔히 흘려듣는 경우가 많다. 시인은 아마, 이중 겉치레로 표방하는 말을 곰곰 생각지 않고 흘려버렸을 거란 얘기다.
    눈의 전후사는 나에게 미각이기 전에 시각으로 기록 중이다. 여기서 눈은 말(言)의 눈으로 앞뒤 일은 음미하기도 전에 눈(目)으로 먼저 본다는 말이다.
    말의 눈은 그 후 어디서 누군가의 쪽창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쪽창이라는 말은 가름하고 긴 창문을 말한다. 본 창은 넓고 환하게 트인 창이라면 이와 대조적이다. 가름하게 뜬 눈을 묘사하며 매운 회초리 같은 느낌이다.
    눈을 가려도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말하자면, 말의 의미를 모른다는 말이다.
    풀과 과일에도 눈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풀과 과일은 말(馬)의 주식으로 언어의 속성과 관계에 여러 눈이 있음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아직 내 배 속에서 헤엄치는 눈동자의 반복이 있기에 채식주의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시인은 이 언어와 언어의 속뜻에 매료가 된 것은 분명하다. 언어가 좋아하는 채식주의 즉 말과 말의 씨앗에 맴도는 것이 된다.

    말과 말의 차이, 부(富)와 복(福)의 차이, 도독과 도둑의 차이 언어의 차이는 크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 말(言)과 말(馬)의 차이는 겉은 같으나 속은 달라 이를 중첩적으로 묘사하여 시가 되었다. 언어의 예술이다. 부(富)는 집안에 한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밭이 있다는 말이다. 밭이 있으니 굶을 일 없고 굶을 일 없으니 넉넉하다. 그러니 부(富)가 된다. 복(福)은 한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밭이 내다보이니 행운과 같다. 부에 못 미치나 거의 부에 가깝다. 도독都督은 통틀어 거느리고 감독한다는 뜻이다. 근데 오(ㅗ)자를 뒤집어 놓으니 도둑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아니라 오 다르고 우 다르다.
    우리는 말의 바다에 산다. 바다에 푹 빠져 산다.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살아갈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빠져 죽는 것은 당연하다. 2,500년 전 현자가 살았던 시대에도 말의 의미를 캐고 살았던 사람은 지금도 살아 있다. 이 진리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몇 천 년이 지나도 유용할 것 같다. 말을 타고 복을 불러들이며 도독으로서 언어의 바다를 누비는 자는 살 것이다. 영원한 삶이 아니라도 좋다. 목숨이 붙은 이상 풀칠은 하며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러면 도둑처럼 창고를 꾹꾹 채울 것이 아니라 창고 대 방출이어야 한다. 말의 으뜸에 서려는 자는 수많은 말을 바다에 풀어야 한다. 바다를 풍요롭게 하여야 이 풍족한 바다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논리, 가당치 않은 것 같아도 이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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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송재학 경북 영천 출생 1996년 ‘세계의 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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