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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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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네온 / 성동혁, 외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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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6회 작성일 17-02-10 00:16

본문

반도네온 / 성동혁




    아이들은 죽어서 그곳에 묻힌다

    아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커져간 움집을 파낸다 아이들은 죽어서 그곳에 묻히지만 나는 살아서 모종삽을 가지고 그곳으로 간다 아이들의 발톱에 모종삽이 닿을 때 나는 삽 끝으로 아이들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모종삽 모종삽 그곳을 파낸다 아이들의 발이 드러난다 발이 많다 그곳이 띈다

    바람이 얇은 커튼을 제치며 낙원으로 노를 저어간다 잎을 뚫고 팔분음표처럼 새들이 떨어지네 모자를 벗으면 어둠이 커지고 그들의 어머니는 영원한 자장가를 부른다 모종삽으로 솟은 발가락을 두드려도 평원은 하늘은 안고 움직이다 어른들은 주머니 안에서 양초를 켠다 환한 노래들이 밀려간다

    자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박수를 치자*


    *아르헨티나에선 이승을 떠나는 자들에게 박수를 치는 장례 풍습이 있다. 그곳에선 파랑새넝쿨이 자란다.



鵲巢感想文
    시제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탱고에 사용하는 손풍금이다. 음색ㆍ구조가 아코디언과 비슷하나, 아코디언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스타카토 주법이 가능하다. 근데, 이 시에서는 반도네온이 어떤 큰 역할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거저 무의미하나 시는 노래나 다름이 없으므로 내세운 제목에 불과한 것 같다. 그리고 독자는 시의 내막을 몰라도 시 문장과 시로서 그 맥이 맞는지 보는 수밖에 없는데 그 맥만 읽어도 어떤 선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 시는 그 맥만 보더라도 아주 잘 쓴 시다.
    이 시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시어 몇 가지 들자면, 아이들, 움집, 모종삽, 아이들의 발톱, 심장소리, 발, 팔분음표, 새, 어머니, 양초를 들 수 있겠다.
    아이들은 詩를 제유한 詩語며 움집은 詩集, 모종삽은 시인의 필기도구, 아이들의 발톱은 詩 문장, 심장소리는 詩의 의미지만 詩는 거울이므로 시인의 심장소리도 된다. 발은 詩의 실체를 말하며 팔분음표, 이 팔분음표라는 시어가 참 재밌다. 필자는 팔푼이로 읽었다. 말하자면 소리은유다. 새는 시인의 문장, 어머니는 모태가 되는 詩, 양초는 독자의 마음을 제유했다고 보면 좋겠다.
    詩 구성은 총 4연으로 1연은 시의 생성을 2연은 詩 해체, 3연은 詩 생산을 4연은 그 감동에 일종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이다.

    이 시를 접하게 된 것은 올해의 좋은 시 선정 작품이라 알게 됐지만, 시인은 아주 젊은 분이다. 문장이 좋아 필자는 시인의 시집을 사다 보게 되었다. 위 시는 시인의 시집 ‘6’이라는 책에 실려 있으며 이참에 시인의 시 한 수 더 읽어보자.

    수컷 / 성동혁

    나는 스스로를 여자라고 부른다 애인의 가슴은 어젯밤 내가 모두 빨았다 하지만 나는 도덕으로 살고 있다 가슴을 깎아 내리면 연필처럼 검은 젖이 나온다
    점궤를 믿는 것을 애인의 부족에선 도덕이라 청했지만 나는 정해진 불행은 믿지 않는다
    하나둘
    나는 애인에게 걸음마를 배운 것 같다 그녀의 젖을 빨고 어깨를 펴면 엽록소가 흰자에서부터 분열한다 걸어 나갈수록 숲은 궁금하다
    그 뒤로도 나는 머리를 땋는 사람들의 젖을 함부로 물었다
    애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에게도 젖을 물렸다 애인은 작아진다 나는 사라진 애인에게서 여자를 물려받았다


    詩 시작부터 재밌게 읽힌다. 나는 스스로를 여자라고 부른다고 했다. 남자지만 말이다. 여기서 애인은 시를 제유한 것이며 검은 젖은 글을 제유한 것이다. 점궤라는 시어는 시인의 조어다. 점을 모아놓은 궤다. 애인에게서 걸음마를 배운 것 같다는 것은 시집을 읽고 글을 익혔다는 말이다. 시 종장은 더 재밌다. 애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에게도 젖을 물렸다고 했다. 여기서 여자는 특정인을 은유한다. 그러니까 글을 좋아하는 동인쯤으로 보면 좋겠다. 여자의 가슴을 보고 젖을 빨고 검은 젖을 쏟은 시인, 결국 여자를 생산한다.


    꽃 / 성동혁

    언 강 위에서 춤을 추는 나의 할머니


    시집에 든 시는 고체화다. 굳은 것은 언 강물과 같다. 허연 선생의 시 ‘얼음의 온도’가 생각나게 하지만, 길다고 좋은 시는 아니듯 이 시 또한 짧지만, 선한 느낌으로 닿는다. 시인은 젊다는 것도 이 시에서는 한 몫 한 셈이다. 시집에 든 시와 나비로 환생한 할머니, 그 현란한 춤으로 마그마 같은 느낌마저 읽는다.


    허일이정(虛一而靜)은 순자의 말이다. 도를 인식하려면 마음을 텅 비우고 한결 고요하게 할 수 있어야 외부 사물이 크고 맑고 밝은 상태에 이른다고 했다. 허虛는 비움을 말함이요. 일一은 집중을 말한다. 이로써 정靜에 이르는데 이에 이르면 마음은 고요하여 몸은 움직이지 않아도 초연히 모든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새로운 정보를 받을 수 없고 두 마음이면 한 가지 일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평정을 잃으면 판단은 정확할 수 없으니 어찌 경쟁에 살아남길 바라겠는가!
    詩는 비우는 일이며 이 비움이 있기에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시는 몰입이 없으면 절대 가까이할 수 없으며 몰입은 사색의 깊이를 늘이니 현실을 가름하는 데 크게 돕는다. 이는 더욱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 초연한 상황에 이르니 어찌 모든 일이 일처럼 보이겠는가!
    우리의 주머니에 양초를 켜듯 마음을 환하게 하여 아이처럼 낙원 하나쯤 만들면 어떨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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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성동혁 서울 출생 2012년 <세계의 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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