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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松下步月圖 /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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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30회 작성일 17-02-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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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下步月圖 / 이인주




    투영된 나무그림자 솔바람에 휘모리진다 밑둥에서 우듬지까지 놋다리밟기 한 길이다 하늘에 닿은 절절한 발자국 땅 위로 끌어내려 본떠본다 그림자에 잠긴 행보, 깊이가 골똘하다 달빛이 뉜 나무의 진면목이 검은 토설을 하고 있다 어느 의연한 뿌리의 족보가 이렇듯 아픈 침엽의 사서를 내장하고 있었을까 갈피마다 흘린 수액의 경전 낙락장송 흰 서사다 시간의 침식을 훔치고도 꿈쩍 않는 나무와 흔들어야 직성인 바람의 화간처럼 달빛이 풀린다 근경이 원경을 업고 내려놓을 자리를 살필 동안 동자가 줄곧 달빛 보폭을 헤아린다 가늠할 수 없는 걸음을 재는 어리고 티 없는 걸음, 그 사이 잠긴 뜻이 고요하다 구름에 자맥질하는 발이어도 그림자 거느린 음덕이 山高水長이다 환하게 빚은 절편에 꽂힌 솔바람 한 그루, 밟히지 않는다



鵲巢感想文
    우선 이 시를 감상하기에 앞서 시제 松下步月圖를 보자. 송하보월도는 조선 전기 화가 이상좌(李上佐)가 그렸다고 하나 정확한 근거는 없다. 제작 시기는 15세기 말∼16세기 초쯤으로 보고 있다. 그림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심하게 구부린 소나무 한 그루 좌편에 있고 어느 고사(高士)가 동자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다. 근경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원경을 시사적으로 나타낸 표현법이라 볼 수 있다. 중국 남송의 영향을 받은 그림이라 전문가는 말한다. 이외에 소나무·매화·대나무, 세한삼우(歲寒三友)가 그려져 있다고 하나 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휘모리와 놋다리밟기 시어가 나오는데 휘모리는 휘모리장단(판소리나 산조(散調) 장단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급하게 휘몰아 부르는 장단)를 표현한 것 같다. 놋다리밟기는 경북 안동ㆍ의성 등지에서 음력 정월 보름밤에 부녀자들이 하는 민속놀이의 하나로 부녀자들이 한 줄로 서서 허리를 굽히고 앞사람의 허리를 안아 다리를 만들면 공주로 뽑힌 여자가 노래에 맞추어 등을 밟고 지나간다. 기와밟기 혹은 놋다리 놋다리놀이, 놋자리밟기라고도 한다.
    이 시를 읽는 데 중요한 시어가 하나 더 있다. 화간이다. 근데 이 화간을 한자로 표기하지 않으니 해석이 묘호杳乎하게 됐다. 그러면 화간의 몇 가지 뜻을 적어보자. 화간和姦은 부부가 아닌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말한다. 또 화간禾竿은 볏가릿대를 말하며 화간華簡은 편지를 말한다. 여기서 간簡은 대쪽을 뜻한다. 종이가 없던 시절은 대쪽에다가 글을 썼다. 화간花間은 꽃과 꽃 사이를 말한다.
    시 송화보월도는 그림과 시인의 마음을 중첩한 시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노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세파에 흔들려도 나무는 휘어질지언정 뿌리째 뽑히지 않는 굳건함이 묻어나 있고 그러한 굳건함 속에 내면을 깎는 시인의 보폭 어린 예술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화간花間은 꽃과 꽃 사이로 보는 것이 맞다. 꽃을 보며 꽃을 피우는 시인이 보인다.
    여기서 좀 아쉬운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환하게 빚은 절편에 꽂힌 솔바람 한 그루, 밟히지 않는다가 아니라 환하게 빚는 절편에 꽂은 솔바람 한 그루, 밟지 않는다고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피력해 놓는다. 왜냐하면, 피동사는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으므로 더 적극적 표현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詩니까!

    맹자의 충실지위미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진심하盡心下’편에 나오는 말이다.
    가욕지위선可欲之謂善 유제기지위신有諸己之謂信 충실지위미充實之謂美 충실이유광휘지위대充實而有光輝之謂大 대이화지지위성大而化之之謂聖 성이불가지지지위신聖而不可知之之謂神
    바라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선(善)이라 한다. 선(善)이 자기에 있음을 신(信)이라 일컫고 선(善)이 자기에 충만해 있는 것을 미(美)라 한다. 선이 충만해 있고 빛이 발하는 것을 대(大)라 하고 대(大)가 있고 나서 그것이 발하는 것을 성(聖)이라 한다. 성(聖)이 넘쳐 신(神)에 이른다는 말이다. 불가지不可知는 온갖 사리에 통달함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충실(充實)에 있다. 속이 꽉 차면 어찌 아름답지가 않겠는가! 겉이 아무리 예쁘고 멋이 있으면 뭐하겠는가? 마음이 빈 사람은 그 어떤 덕업도 쌓지 못한다. 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처럼 세파에 꿈쩍하지 않는 자세와 오로지 달빛에 휘날리며 낙락장송 흰 서사시 흘린 수액의 그림자는 예나 지금이나 선비의 도리며 멋이다. 그러니 어찌 문필의 힘이 아니 곱다고 하겠는가!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을 채우라! 충실(充實)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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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이인주 경북 칠곡 출생 2006년 <서정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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