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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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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귀조경 / 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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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28회 작성일 17-02-1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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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조경 / 이홍섭




    일평생 나무만 길러온 노인이 말씀하시길, 조경 중에 제일은 귀조경이라 하신다.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잘생긴 나무, 못생긴 나무를 두루 심어놓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이따금 이파리와 꽃잎의 맛을 보는 조경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제일의 조경은 이 나무들이 철 따라 새들을 불러 모으고, 새들은 제 각기 좋아하는 나무를 찾아들어 저마다의 소리로 목청 높게 노래 부르는 것을 듣는 일이라, 키 큰 나무를 심어 놓으면 키 큰 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요, 키 작은 나무만 심어 놓으면 키 작은 나무에만 날아오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니, 그것은 참 된 귀조경이 아니라 하신다.

    오랜만에 봉창을 열고 목노인木老人처럼 생각하거니, 나는 이 세상에 나서 어떤 나무를 심어왔고, 내 정원에는 어떤 목소리의 새가 날아왔던가, 나는 또 누구에게 날아가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오늘처럼 봄날의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



鵲巢感想文
    시인은 조경만 하시는 어느 노인을 만나 선문답 같은 철학적인 말을 듣는다. 조경 중에서도 제일은 귀 조경이라 하시는데 귀하게 여길 만한 것을 말하겠다. 그러니까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잘생긴 나무, 못생긴 나무를 두루 심어놓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이따금 이파리와 꽃잎의 맛을 보는 조경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제일의 조경은 이 나무들이 철 따라 새들을 불러 모으고, 새들은 제각기 좋아하는 나무를 찾아들어 저마다의 소리로 목청 높게 노래 부르는 것을 듣는 일이라 한다.
    여기서 나무는 노인이 가르친 제자쯤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무엇을 가리켰든 제 삶을 찾아 나간 제자와 제자를 믿고 찾아온 고객은 나름의 배움을 청하거나 필요 때문에 날아든 새다. 이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며 참된 인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키 큰 나무를 심어 놓으면 키 큰 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요, 키 작은 나무만 심어 놓으면 키 작은 나무에만 날아오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니, 그것은 참된 귀 조경이 아니라 하신다. 이는 편협한 삶을 빗대어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니 조선 후기 정치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조선 말기 1801년 신유사옥(천주교 탄압사건) 이후 당쟁은 노론 독주체제로 이어졌고 결국 조선말에 나라가 망하게 된 것도 노론 독주체제였기 때문이다. 정치의 견제와 균형이 깨짐으로써 국가는 폐국의 길을 걸었다.
    하여튼, 시인은 목노인의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다. 나는 이 세상에 나서 어떤 나무를 심었고 내 정원에는 어떤 목소리의 새가 날아왔던가, 그러니까 어떤 철학을 가지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이 영향을 받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나는 또 누구에게 날아가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오늘처럼 봄날의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 나는 어느 업을 선택하여 열심히 살았는지 취미나 부업을 가졌다면 그 일은 또 얼마나 헌신하며 살았는지 깨우칠 일이다.

    이 시를 읽으니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로서 한 사람이 보인다. 찾아온 새들도 이파리처럼 보이며 노래 부르고 날아간 새와 나무처럼 삶을 살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새는 새로서 살아가는 모습도 보이고 철새처럼 찾아드는 새도 보인다. 나무가 나무를 본다. 우거진 숲에 나무는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밝은 태양 빛 아래 풍성한 잎을 맺으며 충분한 산소를 내뿜으며 사는 나무,
    적소이고대積小以高大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쌓아서 높고 크게 이룬다는 뜻이다. 알고 보면 우리 인생은 단순하다.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보는 옛사람에 비하면 엄청난 양에 파묻혀 살지만, 정녕 우리는 한 나무로서 바르게 서려면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적소積小는 적은 것을 쌓는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잘 걷지는 않았다. 한발씩 떼며 연습하며 이리하여 온전히 선 것이 먼저며 균형을 이루며 앞으로 나아갔다.
    인간이 이룬 모든 결과는 누구든 노력하면 그 일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문과 출신이라 기계 수리에 믿음이 없었다. 이것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니 수리 못 할 것도 없었다. 기계를 누구보다 많이 뜯어보아야 하고 조립하다 보면 그 부품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자주하면 전문가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무한 경쟁이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이러한 수리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개인이 미치는 영향은 이미 그 영역이 따로 없게 됐다. 그러니 온전한 시스템은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영원히 바라는 상일지도 모르겠다. 산에 나무 한 그루 있다. 맑은 날도 있고 굳은 날도 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새는 날아와 앉았다가 가지만, 구름은 오늘도 피었다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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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이홍섭 강원도 강릉 출생 1990 <현대시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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