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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구문론 / 이종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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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41회 작성일 17-02-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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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구문론 / 이종섶




    바람은 형용사다 나무를 흔들리게 하고 깃발을 휘날리게 한다 나무와 깃발 같은 것들 앞에 흔들린다와 휘날린다를 붙이는 것은 목숨과도 같아서 그런 표현이 사라지면 흔적조차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바람은 동사도 된다 바닥에 있는 것들을 날아가게 하고 무생물체까지도 움직이게 한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야 바람 따라 움직이지 않겠지만 생명이 없는 것들은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며 생명을 흉내 낸다 바람을 통해 잠깐씩 살다 가는 목숨들이 아주 많다 바람은 접속사 역할도 한다 나무와 나무를 이어주며 꽃과 꽃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까지도 만나게 한다 바람이 없으면 외롭게 살다가 저 혼자 마감하는 세상 바람이 있어 서로가 손길을 스치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은 그러나 명사는 아니다 명사의 형질이 없어 무엇이든 명사로 보이는 순간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 꾸며줄 수도 있고 움직여 줄 수도 있으나 대상 그 자체는 결코 되지 못하는 비문秘文 바람은 그러므로 존재사다 모든 것이 되고 싶으나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한 점 미련도 없이 대상의 존재를 다양하게 그려내는 문법에 만족한다 명사와 명사 사이에 불기도 하고 한 명사를 불러 다른 명사를 불게도 하는 구문론 읽을수록 끝이 없고 쓸수록 신비롭다



鵲巢感想文
    바람은 시의 제유다. 시제 바람의 구문론은 시의 구문론이다. 구문론構文論은 문장의 구성이나 구조, 기능 따위를 논한다. 시는 형용사라는 말은 형용사와 같은 역할을 말한다. 직유다. 나무를 흔들리게 하고 깃발을 휘날리게 한다. 나무와 깃발도 제유다. 나무와 같은 무엇을 상징하며 깃발과 같은 그 무엇이다. 나무와 깃발 같은 것들 앞에 흔들린다와 휘날린다를 붙이는 것은 목숨과도 같아서 그런 표현이 사라지면 흔적조차 사라져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시는 비유다. 이는 비유가 생명이라는 말이다. 비유를 쓰지 않으면 구태여 시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바람)는 동사다. 시의 기능이다. 바닥에 있는 것들을 날아가게 하고 무생물체까지도 움직이게 한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야 바람 따라 움직이지 않겠지만, 생명이 없는 것들은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며 생명을 흉내 낸다. 시의 형태나 속성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생명을 갖는 시를 창조하는 것은 시인의 자존이다. 바람을 통해 잠깐씩 살다 가는 목숨이 아주 많다. 어쩌면 이 시 감상도 잠깐 머물다 가는 바람이겠다.
    시(바람)는 접속사 역할도 한다. 나무와 나무를 이어주며 꽃과 꽃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까지도 만나게 한다. 그러므로 시는 매개체다. 시가 없으면 외롭게 살다가 저 혼자 마감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시가 있어 서로가 손길을 스치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시는 그러나 명사는 아니다. 명사의 형질이 없어 무엇이든 명사로 보이는 순간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 여기서 명사는 이름 그 자체를 말하니 시라는 단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꾸며줄 수도 있고 움직여 줄 수도 있으니 대상 그 자체는 결코 되지 못하는 비문이다.
    시(바람)는 그러므로 존재사다. 모든 것이 되고 싶으나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한 점 미련도 없이 대상의 존재를 다양하게 그려내는 문법에 만족한다. 명사와 명사 사이에 불기도 하고 한 명사를 불러 다른 명사를 불게도 하는 구문론 읽을수록 끝이 없고 쓸수록 신비롭다.
    바람의 구문론은 시의 묘사다.

    글쓴이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기 원한다. 비문과 같은 시 한 수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목숨 걸만큼 가치 있는 것이 또 시다. 자신의 철학과 화법, 나름의 비법을 창조한 것만큼 예술의 경지도 따로 없겠다. 그러니 매일 같이 글에 매진하며 산을 만들고 그 만든 산을 오르고 산 정상에 오르려고 한다.
    사상연마事上練磨라는 말이 있다. 일상적으로 하는 일 속에서 자신을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업무를 보고 시안을 헤아리며 일과를 보내는 것만큼 더 큰 학습도 없다. 그러니까 일은 일이 아니라 놀이다. 놀이가 되지 않고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나의 발전을 도모한다. 그러니 공부는 절대 위기지학이 되어야 하지 위인지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스스로 바라보고 책임지는 학문이 되어야겠다.
    시 바람의 구문론은 시의 큰 테두리를 그려놓았다. 우수 창작시 100여 편을 모아도 시를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으리까! 마치 구름이 흘러가는 것과 같다. 그 형태를 이루 말하기에는 인간 능력은 역부족이다. 신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은 인간의 자만이다. 오로지 즐기며 깨우치고 함께하는 시의 세계, 노자가 말한 취빙驟騁이다. 말 달리면서도 흥에 겹고 그 흥에 맞춰 토끼를 잡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사회 일꾼으로서 으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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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이종섶 경남 하동 출생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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