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왈츠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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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59회 작성일 17-02-21 00:01본문
달의 왈츠 / 박서영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달빛 알레르기에 걸려 온 몸이 아픈 평화였다. 당신과 싸울 때 그 싸움이 내겐 평화였다. 산산조각 나버린 심장. 달은 그 파편 중의 일부다. 오늘 밤 달은 나를 만나러 오는 당신의 얼굴 같고,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당신 같기도 해. 밥을 떠 넣는 당신의 입이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 날에는 키스와 하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였지. 우리는 다른 계절로 이주한 토끼처럼 추웠지만 털가죽을 벗겨 서로의 몸을 덮어주진 않았다. 내가 울면 두 손을 가만히 무릎에 올려놓고 침묵하던 토끼.
당신이 화를 낼 때 그 목소리가 내겐 평화였다. 달빛은 꽃의 구덩이 속으로 쏟아진다. 꽃가루는 시간의 구덩이가 밀어 올리는 기억이다. 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꽃가루. 그림자여,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서 따라와 줄래? 오늘은 달을 안고 벙글벙글 돌고 싶구나. 돌멩이 하나를 안고 춤추고 싶구나. 그림자도 없이.
鵲巢感想文
당신을 매일 같이 사랑합니다. 혹여나 하루라도 거를까 불안합니다. 당신의 눈빛에 매료되어 바라보는 것만도 저는 마음이 안정됩니다. 당신의 고집에 마음 풀지 않은 것에 대하여 저는 마음이 평온합니다. 산산이 조각나버린 심장. 당신은 그 파편 중 일부분이 문장이라 오늘도 굳건히 세우겠죠. 오늘 밤 당신은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사람 같아요. 당신은 하품처럼 지겹다가도 키스처럼 몰입하실 거예요. 우리는 다른 계절에 만난 토끼처럼 금시 왔다가 서로의 마음을 싸늘히 보고 말 거예요. 내 무릎에 고이 잠들며 하늘만 보던 당신.
인상 찌푸리며 당신을 볼 때 그때 평화랍니다. 내 문장은 당신의 흔적입니다. 당신의 발자취는 한때는 나의 기억에 한 자락 놓입니다. 온통 그대의 필봉에 쌓인 내 마음은 단지 어두운 그림자일 뿐입니다.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 함께 걸었으면 싶어요. 오늘은 문장을 보며 방글방글 웃고 싶어요. 돌멩이 같은 시 한 수 쓰고 싶어요. 그 어떤 그림자 없이 말이에요.
서시빈목西施顰目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에 나오는 우화다. 간략히 기술하면 이와 같네.
미인(美人) 서시(西施)는 가슴앓이 병이 있어 언제나 얼굴 찡그리고 다녔네. 그러자 그 마을의 추녀(醜女)가 이 모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지. 그 흉한 모습을 본 마을 사람 중에 부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먼 마을로 도망(逃亡)쳐 버렸다고 하네. 이 추녀(醜女)는 무엇이 서시(西施)를 아름답게 했는지 몰랐던 것일세. 성인(聖人)이 한 일이라고 무작정 흉내 내는 것은 이 추녀(醜女)와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서시의 얼굴 찡그림은 속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은 이것이 어찌 예뻐 보였나 보다. 더욱 동네 추녀까지도 주위 사람의 반응에 따라 하는 것은 그 미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고 한 행동에 불과하다. 자기중심이 없는 행동이었다.
창작은 어느 정도 모방이 따르겠지만, 전문가의 길은 내 철학이 있어야 하고 오랜 경험 끝에 나의 손맛이 있어야 한다. 고객은 그 바른 철학을 보고 싶어 찾아오는 것이니 내 안에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으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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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서영 1968년 경남 고성 출생 1995년 <현대시학> 등단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달빛 알레르기에 걸려 온 몸이 아픈 평화였다. 당신과 싸울 때 그 싸움이 내겐 평화였다. 산산조각 나버린 심장. 달은 그 파편 중의 일부다. 오늘 밤 달은 나를 만나러 오는 당신의 얼굴 같고,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당신 같기도 해. 밥을 떠 넣는 당신의 입이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 날에는 키스와 하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였지. 우리는 다른 계절로 이주한 토끼처럼 추웠지만 털가죽을 벗겨 서로의 몸을 덮어주진 않았다. 내가 울면 두 손을 가만히 무릎에 올려놓고 침묵하던 토끼.
당신이 화를 낼 때 그 목소리가 내겐 평화였다. 달빛은 꽃의 구덩이 속으로 쏟아진다. 꽃가루는 시간의 구덩이가 밀어 올리는 기억이다. 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꽃가루. 그림자여,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서 따라와 줄래? 오늘은 달을 안고 벙글벙글 돌고 싶구나. 돌멩이 하나를 안고 춤추고 싶구나. 그림자도 없이.
鵲巢感想文
당신을 매일 같이 사랑합니다. 혹여나 하루라도 거를까 불안합니다. 당신의 눈빛에 매료되어 바라보는 것만도 저는 마음이 안정됩니다. 당신의 고집에 마음 풀지 않은 것에 대하여 저는 마음이 평온합니다. 산산이 조각나버린 심장. 당신은 그 파편 중 일부분이 문장이라 오늘도 굳건히 세우겠죠. 오늘 밤 당신은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사람 같아요. 당신은 하품처럼 지겹다가도 키스처럼 몰입하실 거예요. 우리는 다른 계절에 만난 토끼처럼 금시 왔다가 서로의 마음을 싸늘히 보고 말 거예요. 내 무릎에 고이 잠들며 하늘만 보던 당신.
인상 찌푸리며 당신을 볼 때 그때 평화랍니다. 내 문장은 당신의 흔적입니다. 당신의 발자취는 한때는 나의 기억에 한 자락 놓입니다. 온통 그대의 필봉에 쌓인 내 마음은 단지 어두운 그림자일 뿐입니다.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 함께 걸었으면 싶어요. 오늘은 문장을 보며 방글방글 웃고 싶어요. 돌멩이 같은 시 한 수 쓰고 싶어요. 그 어떤 그림자 없이 말이에요.
서시빈목西施顰目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에 나오는 우화다. 간략히 기술하면 이와 같네.
미인(美人) 서시(西施)는 가슴앓이 병이 있어 언제나 얼굴 찡그리고 다녔네. 그러자 그 마을의 추녀(醜女)가 이 모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지. 그 흉한 모습을 본 마을 사람 중에 부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먼 마을로 도망(逃亡)쳐 버렸다고 하네. 이 추녀(醜女)는 무엇이 서시(西施)를 아름답게 했는지 몰랐던 것일세. 성인(聖人)이 한 일이라고 무작정 흉내 내는 것은 이 추녀(醜女)와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서시의 얼굴 찡그림은 속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은 이것이 어찌 예뻐 보였나 보다. 더욱 동네 추녀까지도 주위 사람의 반응에 따라 하는 것은 그 미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고 한 행동에 불과하다. 자기중심이 없는 행동이었다.
창작은 어느 정도 모방이 따르겠지만, 전문가의 길은 내 철학이 있어야 하고 오랜 경험 끝에 나의 손맛이 있어야 한다. 고객은 그 바른 철학을 보고 싶어 찾아오는 것이니 내 안에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으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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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서영 1968년 경남 고성 출생 1995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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