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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제국 / 배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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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5회 작성일 17-02-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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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제국 / 배익화




    시인은 감각의 제국을 가졌다. / 시인은 망상의 제국을 가졌다. / 시인은 분열증의 제국을 가졌다. / 시인은 마침내 제국의 통치자로 인정되어 종합병원 폐쇄병동에 수감되었다. / 종합병원 폐쇄병동은 제국의 통치자를 통치하는 제국이었다. / 통치자를 통치하는 병원의 알약은 제국의 감각을, 망상을, 분열증을 다스렸다. / 마침내 시인이 퇴원하는 날, / 친구도 떠나고 사랑도 더나갔다. / 스승도 떠나고 이웃집 다정한 눈빛도 떠나갔다. / 아니 세상의 모든 관심과 배려가 떠나갔다. / 시인의 유일한 벗은 배고픔과 감각과 망상과 분열증만 남아 서러운 지상과 천국을 논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시인과 같이 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 시인은 언제나 혼자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 시인은 감각과 망상과 분열증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 광활한 초원위에서 말을 달릴까. / 검푸른 바다위에서 말을 달릴까. / 아니면 구름 위에 왕국을 짓고 사막의 전차를 몰고 다닐까. / 시인은 생각했다. / 세상에 배고픔과 사랑, 전쟁과 탐욕이 없다면 / 세상사는 맛이 날까. / 아니 세상을 사는 재미가 있을까.

    시인은 / 제국의 통치자답게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세상이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지마라. 세상은 너를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으니, / 한번은 희극처럼, 또 한 번은 비극처럼 / 시인은 감각을, 망상을, 분열증을 사랑했다. / 무엇보다도 그 어느 곳이라도 망상하고 갈 수 있는 시인의 제국을 사랑했다. / 시인은 어린아이같이 악동처럼 중얼거렸다. / 너희가 나같이 망상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수 없으니,* / 시인은 마지막으로 / 제국의 통치자답게 근엄하게 중얼거렸다. / 한번은 희극처럼, 또 한 번은 비극처럼 / 제국이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지마라. / 제국은 너를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으니,



鵲巢感想文
    시인의 제국은 문장골 더 나가 문장의 제국, 즉 문의 제국을 말한다. 이 詩는 총 3연으로 행 구분이 있었으나 연 구분만 하여 정리했다.
    詩 1연은 詩의 서론에 해당한다. 시인과 제국, 종합병원 폐쇄병동의 정의를 내리고 시인의 상태를 조명한다. 한마디로 시인은 감각과 망상 그리고 분열증 같은 것을 지녔지만 이러한 감각과 망상과 분열증에서 결코 떠날 수 없다. 그러니 친구도 사랑도 떠나갔고 스승도 이웃집 다정한 눈빛도 떠났다. 오로지 글만, 글 속에서 사는 詩人이다.
    詩 2연은 詩의 본론이다. 詩人은 이제는 주변과의 이해관계는 없으며 오로지 글만 다루며 이 속에서 삶을 찾는다. 글 속에서 광활한 초원을 그리며 말을 달리고 검푸른 바다를 생각한다. 구름 위에 왕국을 짓고 사막의 전차를 몰고 다닌다. 이러한 묘사는 모두 글과 문장이다. 결국, 詩人은 세상에 배고픔과 사랑, 전쟁과 탐욕이 없다면 세상 사는 맛이 없다고 단정 짓는다. 이러한 재미는 현실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모두 글 속에서 찾는 데 있다.
    詩 3연은 詩의 결론이다. 詩人은 스스로 자기를 위안한다. 문장과 글의 통치자답게 한 번은 희극처럼 또 한 번은 비극처럼 살다가 가더라도 감각과 망상과 분열증을 스스로 사랑하기로 한다. 이는 모두 詩人의 제국이다. 오로지 사회는 모르고 마냥 어린아이처럼 악동처럼 변모한 詩人이다. 詩人은 마지막으로 혼자 중얼거린다. 한번은 희극처럼 또 한 번은 비극처럼 글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지 마라. 제국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이다. 나는 오로지 글의 제국에 통치자임을 천명한다.

    시인의 제국으로 시를 묘사했지만, 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어떤 구속적인 삶을 비판한다. 한때 피시방에 커피를 납품 간 적 있다. 이곳에서 모 씨를 만났는데 온종일 피시방에서 살다시피 한 친구다. 결국, 나중에 피시방 열기까지 했다. 나는 그를 볼 때 여간 폐쇄적이라 피시방 말고는 그 어떤 일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경기와 각종 경비에 이겨나갈 수는 없었다. 세상은 변화하는데 이 변화의 물결에 발맞추어 나가야, 일도 오래 할 수 있는 법이다.
    효시(嚆矢)라는 말이 있다. 우는 화살이다. 옛날에 전쟁을 시작할 때 소리가 나는 화살을 쏘아 올려 신호 삼아 전투를 開始(개시)했다. 사물의 맨 처음을 효시라 하기도 한다. 사마천 사기에 따르면 흉노족 선우 묵특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북방민족은 그 이전부터 만들어 사용했을 것 같다. 
    효시(嚆矢)를 생각한다. 사회에 가장 먼저 쏘아 올린 신호탄 같은 일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아야겠다. 그러니까 일의 창안이다. 제국은 문만 이루어도 되지 않는다. 절름발이다. 문과 무가 조화를 이루며 나아갈 때 나의 일에 제국을 만들 수 있겠다. 무에 해당하는 일의 창안은 무엇인지 그 일을 어떻게 잘 이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생존에 도태되지 않고 반듯한 업체로 거듭할 수 있는지 말이다.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자왈: "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 연후군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바탕이 꾸밈을 이기면 거칠고, 꾸밈이 바탕을 이기면 호화로우니, 꾸밈과 바탕이 어우러져 빛나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군자답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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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배익화 2016년 제5회 웹진<시인광장> 통해 등단
    마태복음 18: 1-4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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