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멜랑꼴리 / 고은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춤추는 멜랑꼴리 / 고은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6회 작성일 17-02-23 00:04

본문

춤추는 멜랑꼴리 / 고은강




    삶은 언제나 마지막을 필요로 했다 한낮은 대체로 구천을 씹어 먹는 맛이다 생을 육박하는 이 어두움 때문에 생사의 거리가 무릎을 스칠 듯 가까워졌다 징후는 파도를 일으켰고 마침내 한기가 심중에 표류했다 내면이 둘러앉은 술잔은 푸르다 푸른 해협 하나를 들이 마신다 어떤 어둠은 빛이 통과할 수 없다 시간은 치유가 아니다 치유는 복원이 아니다 오늘은 임종의 주둔지, 아름다운 생의 전문은 없다 나는 다만 언제라도 가장 첨예한 고독과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당신은 어때, 마지막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니? 섬뜩함으로 빛나는 햇살은 칼날 같다 그 칼날에 베이려고 나는 폐허처럼 서 있다 구원은 내 꿈이 아니다 다만 뭘 좀 물어뜯을 수 있게 빌어먹을 이빨이기를, 개들이 낙하한다 새까맣게 떨어진다 자고 일어나면 수척해지는 거울 속에서 믿을 수 없게 그늘은 산란한다



鵲巢感想文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도 시에서 보면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위 시에서도 구천이라든가 생사의 거리, 무릎, 파도, 술잔, 푸른 해협, 복원, 임종의 주둔지, 첨예한 고독, 햇살, 칼날, 폐허, 이빨과 개, 수척과 산란 같은 단어 말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단어이지만 이들 모두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니까 시다.
    우리는 시인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는 모른다. 글 속에 무엇을 그렸는지 단어 하나로 읽는 독자는 수많은 것을 상상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수많은 상상을 떠올리며 어떤 섬 하나를 동경한다. 이것으로 실지 동경한 섬을 그려내기도 한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 읽기와 더불어 나의 섬을 만들고 안전하게 그려낸 섬에 도착하면 우리는 성공한 삶을 이룬다.
    추적추적 비 오는 날이다. 멜랑꼴리(melancholy)는 우울과 구슬프다는 뜻이다. 시제가 춤추는 멜랑꼴리다. 우울함이 한바탕 굿판을 벌인 것이다. 삶은 언제나 마지막을 필요로 했다. 사랑이 없으면 내일로 넘어가지 못하듯 사랑의 블랙홀이다. 시와 같은 삶, 삶 같은 시다. 시 쓰는 행위는 마치 한낮에 구천을 씹어 먹는 맛이다. 현재를 뒤집어 놓는 일이니 그 어려움은 얼추 이해가 된다.
    생에 육박하는 이 어둠과 생사의 거리가 무릎을 스치듯 가까울 때, 시는 이룰 수 있다. 파도 같은 징후가 일으키듯 하고 마음에 한기 스리 듯 느낄 때도 있다. 술잔처럼 담을 수 있는 세계다. 이 세계는 어울릴 수 있으며 작고 편하고 푸르다. 하여 푸른 해협 하나를 마시는 것 같다.
    어떤 시는 어둠이 두터워 빛처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시간은 치유도 복원도 아니며 오로지 임종을 앞둔 생의 마지막 가장 첨예한 고독과 직면할 때도 있다. 당신은 어떤가? 나도 마찬가지다. 이럴 땐 마지막 춤을 추는 것은 어때? 필봉 같은 춤판을 벌이며 마지막 희망을 품으며 세상을 그리는 거야? 그 칼날에 최종 종착지인 나의 폐허를 파헤치며 섬뜩한 칼날을 건져 올리듯 꿈을 품는 건 어때? 구원이 아니란 말이야. 이빨 누구를 물어뜯을 수 있는 그런 이빨 말이다. 낙하한 개를 향해, 수척한 거울과 믿을 수 없는 그늘만 산란한 개를 향해,
    여기서 이빨에 관해 시인 송찬호 선생의 詩 ‘만년필’에 보면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는 표현이 있다. 이빨에 진일보한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빌어먹을 이빨이기를, 개들이 낙하한다는 문장이 있다. 시인 최금진 선생 시 ‘어린이들’을 보면 ‘내가 키우던 개는 턱뼈가 부서진 채 끙끙 앓았지’가 나온다. 이빨과 개와 턱뼈 모두 시를 의미하기도 하고 시인이 쓴 시 문장을 제유한 시구다.
    시 춤추는 멜랑꼴리는 시 생산 이전 단계다. 예술은 넉넉한 가운데 예술성을 창안하지는 못한다. 시는 어렵고 힘든 과정에 무언가 부족한 상태에 마음의 동요로 얻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고 시 한 수 얻기 위해 그런 상태로 모는 일은 없겠지만, 멜랑꼴리한 비 오는 날이다. 마음을 충전하여 세계에 향해 뛰쳐나갈 준비로 다만, 이빨은 닦아야겠다.

    출기제승出奇制勝이란 말이 있다. 손자병법 및 사마천 사기와 세종실록에도 나오는 말이다. 기묘한 전술을 이끌어 승리를 얻어낸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수많은 국가가 있었다. 하루에 없어지는 국가가 있었던가 하면 새로 생성되는 국가가 있었다. 절대왕정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만큼 국가의 소멸과 생성은 빈번하지는 않아도 전쟁은 잦았으니 장수 된 자로 기묘한 전술을 도모하지 못하면 그 군대는 패배했다. 자본주의 사회, 춘추전국시대만큼 수많은 동종업종이 난립한 가운데 개인 사업장을 본다. 이 시대의 특성이 몇백 년을 지속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무분별한 창업과 폐업의 길을 걷는 자영사업장은 시대와 더불어 지속할 것이다. 그러므로 영업은 사업주의 기본 자질과 역량도 있어야 하지만, 이를 토대로 기묘한 전술과 전략 즉 마케팅은 있어야 한다. 마케팅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기업문화에 맞게 갈고 닦아 널리 홍보에 힘쓰는 것만큼 대표의 할 일 또한 중요하겠다.
    마음을 충전하여 세계에 향해 뛰쳐나갈 준비로 다만,
    이빨은 닦아야겠다.

===================================
각주]
    고은강 1971년 대전 출생 2006년 제6회 <창비 신인시인상> 등단
    [세종실록 권제30, 11장 앞쪽, 세종 7년 11월 8일(계묘)] 한국고전용어사전, 2001. 3. 30
    병조계兵曹啓 무학병가중사武學兵家重事 위장수자爲將帥者 수유재력雖有才力 약불지병법若不知兵法 칙무이출기제승則無以出奇制勝 무과출신인武科出身人 혹태어습업或怠於習業 정통무경자精通武經者 심소甚少 불가불려야不可不慮也
    병조에서 아뢰기를, “무술의 학문은 병가의 중요한 일입니다. 장수된 사람이 비록 재주와 역량이 있을 지라도 병법을 알지 못하면 기묘한 전술을 내어 승리를 얻을 수 없는데, 무과 출신의 사람이 혹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여, 무경에 정통한 이가 매우 적으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4 0 02-21
6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3 0 03-22
6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2 0 01-23
6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3 0 02-06
6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2 0 09-02
6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4 0 03-01
6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8 0 03-04
6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3 0 05-27
6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 0 02-06
6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1 0 03-02
6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5 0 05-06
6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9 0 02-18
6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6 0 03-08
6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1 0 12-26
6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3 0 05-07
6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9 0 05-26
6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5 0 02-24
6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1 0 02-13
6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9 0 02-15
6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5 0 06-16
6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 0 01-25
6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0 0 05-05
6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8 0 05-10
6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 0 03-03
6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0 0 03-01
6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0 0 02-09
6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7 0 02-28
6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4 0 02-25
6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4 0 02-21
6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9 0 03-06
6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6 0 05-07
6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3 0 05-19
6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0 0 12-21
6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7 0 03-07
6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3 0 02-15
6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0 0 02-18
6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4 0 02-05
6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4 0 02-26
6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1 0 02-08
6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9 0 02-07
6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8 0 01-21
6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7 0 02-10
6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7 0 01-28
6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4 0 03-06
6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1 0 05-22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7 0 02-23
6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4 0 02-01
6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3 0 06-14
6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9 0 02-22
6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6 0 02-1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