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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늙은 군대는 /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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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6회 작성일 17-02-26 14:35

본문

나의 늙은 군대는 / 천서봉
-詩의 나라




    나의 늙은 군대는, 사람들 가끔씩 올려다보는 저녁의 추억,
    그 추억을 일시에 점령하는 붉은 구름의 영혼 같은 거
    착한 상인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저녁의 셔터음처럼
    드르르륵 발사되는 단호한 외침 같은 거

    나의 군대는, 수명을 모르는 빈 마당의 촉수 낮은 전구와
    그 전구가 지배하는 평상의 낡은 네모와
    네모가 만들어내는 엄격한 그림자에 놀라 커어컹 짖는
    개 한 마리, 누렁이가 지키는 놋쇠그릇의 둥근 상처 같은 거
 
    후회스러운 것은 때때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거
    점호 나팔 혹은 그 소리를 닮은 노트에 적힌 긴 주어들을
    자꾸만 잃어버렸으므로, 달큰한 잠이 조금씩 회군하던
    내 머릿속 위태한 연안으로부터의 어떤 망명-

    그리하여 홀로 남겨진 외로운 抒情의 가치가
    시월의 빽빽한 숲 속으로부터 우리를 이끌었다는 거

    그러니 나의 늙은 군대는, 그 숲의 백양나무처럼 서서
    낡은 고독을 기억하고 고독의 처음 느낀 입술을 기억하네
    언제든 불러 모을 수 있는 이 가난하고 슬픈 기운들,
    나는 지금 노을 지는 쪽에 자리 잡은 어떤 작고 오래된 제국을 보네



鵲巢感想文
    나는 詩 감상을 며칠째 하는지 모르겠다. 두 달 되었나 아니, 석 달 되었지 싶다. 시인 이성복 선생의 시를 읽고 거저 어설프게 마음 한 자락 놓았다가 시작한 일이었다. 그때가 작년 12월 초였다. 이 시를 읽는 시점 2월 26일이니 근 석 달이다. 매일 글을 썼으니 어쩌면 강행군이고 어쩌면 푼수 판수다.
    詩人의 詩 시제는 ‘나의 늙은 군대는’이고, 詩 부제로 ‘詩의 나라’라 표기했다. 그러니까 나의 늙은 군대는 詩를 제유한 시구다. 시 문장은 전체적으로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묘사의 특색이 짙은 곳을 잡자면 시 1연에서는 ‘사람들 가끔 올려다보는 저녁의 추억’과 ‘붉은 구름의 영혼’, 그리고 ‘저녁의 셔트음’, ‘드르르륵 발사되는 단호한 외침’이겠다. 시 문장을 대변한다. 시에 어떤 맹렬한 사랑이 없다면 이러한 문장은 어렵겠다. 시인의 시에 대한 자세를 볼 수 있다.
    시 2연은 ‘수명을 모르는 빈 마당의 촉수 낮은 전구와 그 전구가 지배하는 평상’ 이하 모두 나의 군대를 묘사하는 장면이며 詩의 묘사다. 시는 개밥그릇이다. 물론 시인만의 그릇임을 비유 놓은 것인데 시인은 이를 좀 더 길게 표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누렁이가 지키는 놋쇠그릇의 둥근 상처 같은 거, 놋쇠그릇의 재질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고 둥근 상처로 시의 상태를 한 번 더 읽게 된다.
    시 3연은 시에 대한 사랑의 부재다. 하지만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은 예삿일만은 아님을 볼 수 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머릿속 감아 도는 위태한 사선을 탈피하기까지 한다. 시인은 이를 망명이라 했다.
    시 4연은 이러한 고통에 남겨진 한 편의 서정의 가치는 시월의 빽빽한 독서로부터 우리를 구했다는 거, 빽빽한 숲 속은 책이나 글을 제유한다.
    시 5연은 고독이며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이 가난하고 슬픈 기운 같은 것이다. 나는 지금 해 저문 노을 가, 어떤 작고 오래된 제국을 바라보듯 시집을 본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이다. 근본적으로 시인은 안에 담은 것 모두 내어 드리니 가난할 수밖에 없다. 뼈대 있는 말씀을 내어주시니 어찌 가난하지 않을까! 점호 나팔 혹은 그 소리를 닮은 노트에 적힌 긴 주어처럼 우리가 그렇게 마냥 산다면 우리가 생각한 어떤 목표는 이루겠다 싶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였다. 그때가 26살 때였다. 봉고 한 대로 커피 장사를 시작했다. 날품팔이로 하루 근근이 먹고 살 때였다. 혼자 먹고사는 것도 불안하여 이른 새벽에 일어나 녹즙 배달할 때도 있었다. 2년 가까이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차량 운행은 시냇가 도로지만 목숨이 위태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버는 수익이야 나가는 지출 생각하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때는 앞을 내다볼 자본이 없었다. 자본의 제약은 보는 눈까지 제약받은 시절이었다.
    달큰한 잠을 뿌리칠 수 있는 능력이면 그 어떤 일도 해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일이든 애착을 가지고 꿈을 심을 줄 알아야겠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글을 사랑해서 오늘밤은 척척 백지가 깔리면,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더 나가 왜 예술 활동을 하는가? 어떤 외로움으로 나의 표현을 위한 활동이거나 아니면 돈 벌기 위한 어떤 욕망의 표출 아니면 누군가의 만족을 위해서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사회적 영달을 위한 글쓰기인가! 물론 글은 그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제 글은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시인은 오늘도,


    만리성 / 김소월

    밤마다 밤마다
    온 하룻밤!
    쌓았다 헐었다
    긴 만리성!


    詩는 끊임없는 뇌의 분비물 같은 것이다. 뒷간에 닦은 휴지다.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글 쪼가리 같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안도와 위안 같은 것도 된다. 말하자면,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것은 옆집 불빛 같은 것, 이 밤, 늦도록 불 켜놓음으로써 내 옆에 앉은 까만 고양이는 오늘도 외롭진 않다는 것,
    詩는 왜 쓰는가? 그냥 시시해서 더 나가 심심해서

===================================
각주]
    천서봉 서울 출생 2005년 <작가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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