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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전말 /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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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82회 작성일 17-02-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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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전말 / 이재훈




    내 시작은 언제나 우연이었습니다. 빛이 있었고 물이 있었고, 물속에서 숨 쉬는 사람이 있었던 것일 뿐,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물속의 신비를, 먼 이방의 기억으로 게으른 발길질을 합니다.

    당신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마음을 저당 잡혀 세상 모든 습속들도 한없이 초라해 보였습니다. 손가락을 걸고 꿈을 꾸었습니다. 꿈 꾼만큼 당신에게 칼날 같은 말도 전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을 잊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의 말들은 그저 허황된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폭풍이 들이닥쳐도 평온한 방을 생각했습니다. 몇 방울의 물이 들어왔을 때, 혼인의 꿈도 잊은 채 숨차다고 허우적거렸습니다.

    멀찍이 당신의 뒷모습을 지켜봤어야 했습니다. 당신의 구겨진 깃과 얼룩진 소매를 갈아주고 싶었습니다. 깊은 밤, 별만 바라볼 걸 그랬습니다. 작게 무너져가는 내 비애는 그저 표표히 흘러가는 종이배 같습니다.

    오독으로 자욱한 밤, 내가 보이지 않는 밤입니다. 당신이 읽은 것이 그저 용서였다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제게 했던 칼 같은 말들로 살았습니다. 용서, 라는 말을 가진 당신이 그리운 밤입니다.



鵲巢感想文
    시 읽을 때는 처음은 거저 시로 읽다가 다시 한 번 더 읽게 되면 시가 의미로 닿습니다. 의미가 웃음으로 전환할 때 시 읽는 맛은 머리가 훵한 어떤 중압감 같은 게 날아갑니다.
    시인 이재훈 선생만의 글맛은 절대 자극적이거나 에로틱하지 않은데도 뒷맛은 꽤 탐미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처음 이 시를 읽을 때는 정말 오독에 대한 시측 대변인이었습니다. 끝까지 그렇게 믿고 싶었지요.
    하지만, 또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는 시 2연에 당신에게 죄를 지었습니다와 시 3연 ‘몇 방울의 물이 들어왔을 때’입니다. 미세 초자 같은 시를 생각하면 그 양은 버거울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냥 허우적거려 갰지요.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흘러내립니다. 당신은 밀대를 생각하겠지요. 전혀 그런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오로지 ‘오독’의 행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더 나가 혼인의 꿈도 잊은 채 숨차다는 말에 그만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멀찍이 당신의 뒷모습을 지켜봤어야 하는 자식 된 도리는 당신의 문장, 구겨진 깃과 얼룩진 소매를 갈아주고 싶다는 표현은 마! 압권이었습니다.
    정말 세상은 오독으로 자욱한 걸까요. 나는 그렇게 믿고 싶진 않아요. 당신이 읽은 것은 그저 용서라고 하지 않았으면 싶어요. 당신이 제게 했던 칼 같은 말이 아니라 영원히 함께 타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는 장, 혼인은 현실로 다가와 그렇게 살았으면 싶습니다.
    물론 이 필자가 읽은 건 오독일 수 있습니다. 그 전말이거등요.

    시는 마치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같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드는 어떤 꾸민 이야기 같다. 물론 시인의 작문이지만, 요즘 문학은 한 편 글 놀이다. 하지만 시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표현한 것이라 해도 진정 독자는 사슴으로 읽을 때 그때 시의 가치가 매겨진다.
    어쨌거나 시는 그렇다하더라도 현 정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나와서 말이지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은 역사의 씁쓸한 한 장면을 우리는 보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예나 지금이나 지록위마指鹿爲馬로 말로 둔갑한 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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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이재훈 강원도 영월 출생 1998년 <현대시> 등단
    지록위마指鹿爲馬
    1. 뜻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으로, ①사실(事實)이 아닌 것을 사실(事實)로 만들어 강압(强壓)으로 인정(認定)하게 됨 ②윗사람을 농락(籠絡)하여 권세(權勢)를 마음대로 함
    2. 유래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죽자 측근 환관인 조고(趙高:?∼B.C. 208)는 거짓 조서(詔書)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세워 2세 황제(皇帝)로 삼았다. 현명한 부소보다 용렬한 호해가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호해는 천하(天下)의 모든 쾌락을 마음껏 즐기며 살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리석었다고 한다.어쨌든 조고는 이 어리석은 호해를 교묘히 조종하여 경쟁자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 그밖에 많은 구신(舊臣)들을 죽이고 승상이 되어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그러자 역심이 생긴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폐하,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승상은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말을 마치자 호해는 웃으며 좌우의 신하(臣下)들을 둘러보았다.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그렇다'고 긍정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그러나 천하(天下)는 오히려 혼란(混亂)에 빠졌다. 각처에서 진(秦)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중 항우와 유방(劉邦)의 군사가 도읍 함양(咸陽)을 향해 진격(進擊)해 오자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子孀)을 세워 3세 황제(皇帝)로 삼았다(B.C. 207). 그러나 이번에는 조고 자신이 자영에게 주살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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