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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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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진창의 누각樓閣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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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3회 작성일 17-02-28 00:05

본문

진창의 누각樓閣 / 김희숙




    뇌수술을 한 친구의 문병 / 명징했던 한 인간의 누각樓閣이 / 고작 작은 실핏줄 한 가닥에 의지했었다니 / 어눌한 말투와 점령당한 뒤 / 남루한 표현들로 수습된다니 / 평생을 쌓은 높이가 한 낱 / 어린아이가 뛰어 올라와 놀고 있는 높이라니.

    가는 실핏줄을 오르고 있었던 / 불시不時를 살피지 못한 아둔함을 답습하고 있었다는 것 / 끝자락까지 뛰어간 생의 전환점에서 / 아이가 된 친구는 /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겠지만 / 그것 또한 늙은 고아라는 것

    병실 창밖엔 실핏줄 같은 빗줄기가 / 돌고 도는 뇌하수체인 듯 어지럽다. / 이제 빗줄기 그치고 맑은 날 와서 나들이나 가자고 / 다독거리고 돌아선 길 / 요란한 빗소리가 어느새 잦아들고 / 또 고요해지고 / 나는 이 우기雨期의 누각樓閣을 접어 / 지팡이처럼 젖은 길을 짚고 있다.

    때론 가장 높은 곳이 / 가장 남루해질 때가 있다. / 펼친 순간엔 가장 높았던 곳이 / 접고 나면 가장 밑바닥이라는 것 / 그 끝에 어디서 묻었을 오욕이 /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鵲巢感想文
    詩는 마음의 금자탑이다. 일상의 일을 혹은 기억에 남는 어떤 아픔 같은 것 상대에게 말하기 어려운 어떤 사실이나 나만의 숨기고 싶은 진실을 수첩처럼 적어 두는 곳, 이는 금자탑이다. 詩 한 편은 많은 것을 지우다가 가장 명징한 뼛골이 남으면 때론 가장 높은 곳에 향한 사다리가 되고 또 많은 것을 거르다가 가장 눈부신 사금이 남으면 때론 때 낀 머리도 곱게 치장할 수 있다는 거, 그럼 진창의 누각을 보자.
    詩學은 얼마만큼을 사실로 보아야 할지 그 의문부터 제공한다. 현실을 크게 왜곡하며 글을 쓰지는 않는다. 시인이라면 하지만, 읽는 내내 숙연한 마음은 사실이다. 이 숙연한 마음은 뒤로하고 시로 다시 읽는 것이 마치 진창을 헤매는 것과 같다.
    어쩌다가 詩를 본다는 것은 뇌 수술한 친구를 문병 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詩는 한 사람의 사상을 시로 승화한 작품이기에 이 詩를 본다는 것은 문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명징했던 한 인간의 생각은 고작 작은 실핏줄과 같은 한 가닥의 문장에 붙잡혀 어눌한 말투와 수습하지 못한 남루한 생각 같은 것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詩는 깨끗한 마음이므로 어린이가 뛰어 올라와 놀 수도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순수하다.
    혹여나 여기서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면, 뇌수술하고 싶습니까? 그러면 놀라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거기다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수 있으니 농도 보아 가며 잘 써야 하는 것이다. 詩 쓰고 싶으냐고 물으면 이해가 될는지 말이다.
    詩 2연은 詩 인식을 표현한다. 생의 전환점을 도는 것은 시인으로 돌아선 자아를 묘사하며 아이가 된 친구는 시를 제유한 시구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는 말은 그만큼 문장이 좋아지고 있음을 묘사한 것이며 그것 또한 늙은 고아라는 사실, 나이는 속일 수 없고 문장은 외톨박이가 되겠다.
    詩 3연은 자아의 발견과 표출이다. 병실은 시인의 세계관이다. 실핏줄 같은 빗줄기가 돌고 도는 뇌하수체인 듯 어지러운 것은 정립하지 못한 시인의 세계관을 묘사한다. 여기서 더 나가 진일보한 상태가 다음 문장으로 묘사한다. 이제 빗줄기 그치고 맑은 날 와서 나들이나 가자고 다독거리고 돌아선 길, 마치 앞의 문장과 거울 보듯 이야기는 진행되고 나는 이 우기의 누각을 접어 지팡이처럼 젖은 길을 짚고 있다. 그러니까 시를 쓰고 있다. 우기의 누각은 진창의 누각이며 사상의 누각이라 하기에는 詩人은 탄탄한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詩 4연에서 시인은 성찰한다. 때론 가장 높은 것이 가장 남루해질 때가 있다. 너덜너덜한 종잇조각처럼 읽는다면 말이다. 펼친 순간엔 가장 높았던 곳이 접고 나면 가장 밑바닥이라는 것 즉 펼쳐 보는 순간 별빛과 같은 눈빛은 이상이며 가장 밑바닥, 라면 냄비 깔개로 전락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 끝에 어디서 묻었을 라면 국물 같은 오욕이 뚝뚝 떨어질 수도 있음이다. 라면은 희고 꼬불꼬불하다. 냄비는 으흠. 참고로 나는 국물은 절대 먹지 않는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이 있다. 뜻은 모래 위에 지은 집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어떤 일로 오래가지 못함을 말한다. 시인은 아무래도 이 사상누각과 친구의 문병 다녀온 사실을 중첩적으로 그리며 詩로 승화한 작품으로 보인다. 詩는 완벽한 집으로 탄생했다. 사상누각이 아닌 짜임새와 의미까지 완벽한 탑을 세웠다.


    시 한편 더 보자.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 작품만이 좋은 시는 아니다. 아래에 시 한 편 더 감상한다.

    봉인 / 이영주

    나는 귀가 가장 어두운 동물입니다 젖은 베개를 마당에 널어놓고 검은 머리칼을 떨어뜨리면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될 거예요 방문을 긁고 가는 철근 소리 어젯밤 큰언니들이 창밖에 걸어 두고 간 토끼의 빨간 귀 이건 놀이의 시작일 뿐 생물 시간이 되기도 전에 토끼의 목을 여섯 번이나 찌르던 큰언니들의 찬란한 노랫소리 너무나 많은 계단 때문에 우리 집은 꼭대기에 봉인되었습니다 언니는 머리칼을 한쪽 귀 뒤로 넘기며 쪽지를 씁니다 베개의 나이는 헤아릴 수가 없네요

    언제 저 계단을 다 내려가나요 베개에 한쪽 귀를 묻어 두고 언니는 흐르는 피를 닦아 냅니다 우리 언니에게는 가장 어둡고 축축한, 미학적인 부위가 있는데요 아무도 그걸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鵲巢感想文
    여기서 ‘나는’ 귀가 가장 어두운 동물이다. 귀가 가장 어두운 동물은 토끼다. 토끼는 시를 제유한 시어다. 젖은 베개를 마당에 널어놓는 것은 작가의 마음과 종이를 중첩하며 그린 문장이다. 검은 머리칼은 시 문장을 제유한 시구며 방문을 긁고 가는 철근 소리는 시 인식을 위한 시인의 노력으로 계단 및 토끼의 목을 여섯 번 찌른 것과 그 맥이 같다. 우리 집은 꼭대기에 봉인되었다는 말은 이미 문장을 완성한 금자탑, 그 최고봉에 안치한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詩의 집에 들어간 것이 된다. 결국, 우리 언니와 나는 동일인으로 거울 보며 자아를 그린 자화상이다. 이 시가 아무도 못 읽는다면 나는 가슴 두근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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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희숙 2011년 <시와 표현> 등단
    이영주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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