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크네 / 권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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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21회 작성일 17-03-01 00:02본문
아라크네 / 권정일
호젓한 밤의 눈을 감아올려 / 진실의 가장자리부터 / 神을 짜는 동안
배꼽을 가진 것들의 털은 거룩했다 / 털은 거룩했다 / 인간이 신을 거역한 죄로
사라진 머리카락 사라진 코 / 사라진 귀 뭉개진 얼굴 / 옆구리에서 돋아나야만 하는 손가락발가락
배꼽에 실을 매달아 / 자신을 배웅하고 용서하고 / 대대로 갇히는
운명은 이토록 명료하다
신들을 수놓은 테피스트리를 찢고 / 한번쯤 줄을 끊고 구름밭을 걸어보고 싶다
천국에서는 어떤 나팔소리가 들리려나 진정
나를 혐오하는 일이 / 단 한 번이라도 유일한 낙이었으면......
신을 여덟 발로 경배할 때 / 얇은 은사를 튕기며 나비 날아들었다
나비가 울면 / 저쪽에서 나는 흔들린다
어떤 꽃의 운명을 간섭하고 왔니? / 날개를 떼어내면 꽃가루겠지 / 꽃가루를 발음하면 흰 꽃잎이 날리겠지
희디힌 보드라움 / 서서히 옭아 피륙을 짜면 / 나만의 울음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지극한 직물의 잠을 잘 수 있는 / 내가 꿈꾸는 무덤이 될 거야
鵲巢感想文
신은 어떤 존재인가? 왜 인간은 밤잠을 스치며 진실을 캐묻는 시를 짜는 것인가? 우리는 모태 같은 시를 보며 도대체 거역하거나 배반할 수는 없는가? 일기를 쓴다. 병원을 본다. 시내 통과하는 길은 수많은 차로 혼잡해서 차선 지키는 것조차 피로했다. 신은 알았다. 구름 한쪽 없는 봄날, 포근한 날씨를
우리는 하얀 태양으로 연방 땀을 닦으며 하루를 보내고 새카만 노트에 우리의 모습을 지우며 마감을 한다. 사라진 머리카락, 사라진 코, 사라진 귀, 뭉개진 얼굴, 옆구리에 돋아난 손가락 발가락은 어쩌면 태양을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보아야 할 거울은 허공이 되었다. 배꼽처럼 신을 경배하고 국경도 없이 결국, 우리는 갇혔다. 운명은 이토록 명료하다.
어쩌면 우리는 틀에 짜인 정석이 아니라 나만의 모자이크를 붙이고 싶을 때도 있다. 카페에서 신문을 읽거나,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포도주를 음미하며 얼굴 발갛게 상기하면서도 푸른 하늘 한번 바라보고 싶다. 검은 문 밀며 나올 때 교회 종탑 시계가 비에 젖으며 오후를 알리면 나는 우산을 쓰고 싶다.
하얀 스티로폼 접시 위에 올려놓은 고양이 밥처럼 어디선가 몰려오는 고양이처럼 그것을 바라보며 매번 안정적인 울음 우는 의자처럼 배반할 수 없는 배꼽은 오로지 은행나무만 그립다.
은행나무 밑 그림자가 몹시 길다. 나비는 울며 꼬리를 하늘 끝에다가 바짝 세웠다. 이제 십 원짜리 동전을 무심코 밟고 지나온 저 새카만 털신을 보라! 난로 가에 앉아 때 낀 발을 무작정 핥는 저 고양이 참 푸르다.
먹물 올곧게 적시며 문양을 놓는 꽃은 하늘만 바라보고 핀다. 장자처럼 그 꽃잎에 앉아다가 가는 날개다. 날개가 허공에서 피륙을 짜면 그 꿈은 무덤이 되는가? 오래된 나뭇가지에 붙은 봄비가 어제 날아간 나비의 날개를 읽는다. 번데기처럼 앉아서 말이다. 시는 오로지 도법자연이다.
시제 아라크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베 짜는 명수. 그 기술을 자랑하여 아테나 여신에게 도전하였다가 여신의 미움을 사서 거미로 변하였다. 시인의 시 ‘아라크네’는 詩를 그리며 쓴 시 묘사다.
맹자는 기자감식飢者甘食하고 갈자감음渴者甘飮한다고 했다. 굶주린 사람은 달게 먹고 목마른 사람은 달게 마신다는 뜻이다. 이것은 맛의 올바름이 아니라고 했다. 굶주림과 목마름이 이를 해치는 격이다. 물론 이것은 비유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굶주림과 목마름의 해를 가지고 마음의 해로 여기지 않을 수 있으면 남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근심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배고프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는가!(일명 헝거리 정신) 하지만, 의욕적인 일이 정도正道를 벗어나서는 안 되겠다. 내 일을 우선 사랑하며 이 일을 어떻게 짜임새 있게 만들 수 있는지 매일 고심하여야 한다. 평생 직업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베 짜는 명수, 아라크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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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권정일 1961년 충남 서천 출생 1999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등단
호젓한 밤의 눈을 감아올려 / 진실의 가장자리부터 / 神을 짜는 동안
배꼽을 가진 것들의 털은 거룩했다 / 털은 거룩했다 / 인간이 신을 거역한 죄로
사라진 머리카락 사라진 코 / 사라진 귀 뭉개진 얼굴 / 옆구리에서 돋아나야만 하는 손가락발가락
배꼽에 실을 매달아 / 자신을 배웅하고 용서하고 / 대대로 갇히는
운명은 이토록 명료하다
신들을 수놓은 테피스트리를 찢고 / 한번쯤 줄을 끊고 구름밭을 걸어보고 싶다
천국에서는 어떤 나팔소리가 들리려나 진정
나를 혐오하는 일이 / 단 한 번이라도 유일한 낙이었으면......
신을 여덟 발로 경배할 때 / 얇은 은사를 튕기며 나비 날아들었다
나비가 울면 / 저쪽에서 나는 흔들린다
어떤 꽃의 운명을 간섭하고 왔니? / 날개를 떼어내면 꽃가루겠지 / 꽃가루를 발음하면 흰 꽃잎이 날리겠지
희디힌 보드라움 / 서서히 옭아 피륙을 짜면 / 나만의 울음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지극한 직물의 잠을 잘 수 있는 / 내가 꿈꾸는 무덤이 될 거야
鵲巢感想文
신은 어떤 존재인가? 왜 인간은 밤잠을 스치며 진실을 캐묻는 시를 짜는 것인가? 우리는 모태 같은 시를 보며 도대체 거역하거나 배반할 수는 없는가? 일기를 쓴다. 병원을 본다. 시내 통과하는 길은 수많은 차로 혼잡해서 차선 지키는 것조차 피로했다. 신은 알았다. 구름 한쪽 없는 봄날, 포근한 날씨를
우리는 하얀 태양으로 연방 땀을 닦으며 하루를 보내고 새카만 노트에 우리의 모습을 지우며 마감을 한다. 사라진 머리카락, 사라진 코, 사라진 귀, 뭉개진 얼굴, 옆구리에 돋아난 손가락 발가락은 어쩌면 태양을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보아야 할 거울은 허공이 되었다. 배꼽처럼 신을 경배하고 국경도 없이 결국, 우리는 갇혔다. 운명은 이토록 명료하다.
어쩌면 우리는 틀에 짜인 정석이 아니라 나만의 모자이크를 붙이고 싶을 때도 있다. 카페에서 신문을 읽거나,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포도주를 음미하며 얼굴 발갛게 상기하면서도 푸른 하늘 한번 바라보고 싶다. 검은 문 밀며 나올 때 교회 종탑 시계가 비에 젖으며 오후를 알리면 나는 우산을 쓰고 싶다.
하얀 스티로폼 접시 위에 올려놓은 고양이 밥처럼 어디선가 몰려오는 고양이처럼 그것을 바라보며 매번 안정적인 울음 우는 의자처럼 배반할 수 없는 배꼽은 오로지 은행나무만 그립다.
은행나무 밑 그림자가 몹시 길다. 나비는 울며 꼬리를 하늘 끝에다가 바짝 세웠다. 이제 십 원짜리 동전을 무심코 밟고 지나온 저 새카만 털신을 보라! 난로 가에 앉아 때 낀 발을 무작정 핥는 저 고양이 참 푸르다.
먹물 올곧게 적시며 문양을 놓는 꽃은 하늘만 바라보고 핀다. 장자처럼 그 꽃잎에 앉아다가 가는 날개다. 날개가 허공에서 피륙을 짜면 그 꿈은 무덤이 되는가? 오래된 나뭇가지에 붙은 봄비가 어제 날아간 나비의 날개를 읽는다. 번데기처럼 앉아서 말이다. 시는 오로지 도법자연이다.
시제 아라크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베 짜는 명수. 그 기술을 자랑하여 아테나 여신에게 도전하였다가 여신의 미움을 사서 거미로 변하였다. 시인의 시 ‘아라크네’는 詩를 그리며 쓴 시 묘사다.
맹자는 기자감식飢者甘食하고 갈자감음渴者甘飮한다고 했다. 굶주린 사람은 달게 먹고 목마른 사람은 달게 마신다는 뜻이다. 이것은 맛의 올바름이 아니라고 했다. 굶주림과 목마름이 이를 해치는 격이다. 물론 이것은 비유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굶주림과 목마름의 해를 가지고 마음의 해로 여기지 않을 수 있으면 남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근심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배고프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는가!(일명 헝거리 정신) 하지만, 의욕적인 일이 정도正道를 벗어나서는 안 되겠다. 내 일을 우선 사랑하며 이 일을 어떻게 짜임새 있게 만들 수 있는지 매일 고심하여야 한다. 평생 직업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베 짜는 명수, 아라크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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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권정일 1961년 충남 서천 출생 1999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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