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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굿(巫) /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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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9회 작성일 17-03-01 00:02

본문

깃, 굿(巫) / 강신애




    당신이 나를 / 흰독수리깃으로 정화해주던 날 / 꿈을 꾸었습니다

    코요테의 언어로 말하고 / 사슴의 뿔로 분노하라고 / 희끗한 어둠 속에 선명한 목소리로 말하였지요

    나를 가지에 꿰어 수로에 버려두세요 / 곰의 먹이로나 줘버리세요

    어떤 치병 굿으로 저 바다를 정화할 수 있을까요 / 얼마나 많은 독수리가 죽어야 거친 물결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심해에 엉켜버린 미래와 흔적을 발굴하다 / 무중력의 계절이 바뀌고

    당신이 나를 / 흰독수리깃으로 정화해주던 날 / 꿈을 꾸었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서 / 밤새 노래하고 춤을 추며 /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성인식을 치루고 또 치루었습니다

    파라고무나무수액을 입힌 천으로 / 진즉 젖은 몸을 들어 올리지 못하였으니

    어떤 치병 굿으로 저 바다를 정화할 수 있을까요 / 얼마나 많은 독수리가 죽어야 거친 물결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네 영혼은 계속 나아가리라 / 네 영혼은 계속 나아가리라

    산속 깊은 곳에서 / 밤새 노래하고 춤을 출 뿐



鵲巢感想文
    시제가 ‘깃, 굿(巫)’이다. 깃은 여기서는 조류의 털이다. 굿은 무속인의 종교적 행사로 각종 음식을 차려놓고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비는 의식이다.
    시는 흰 독수리 깃으로 제유한다. 그러니까 조류며 조류 중에서 단연 으뜸이 흰 독수리 깃이다. 이 시는 태생이 바다다. 그러니까 흰 독수리 깃이 현실 세계면 바다는 혼의 세계다. 흰 독수리 깃의 어머니며 아버지며 조상으로 그 혼을 달래기 위한 깃 굿(巫)을 시인이 한판 벌인 것이다.
    그러면, 코요테나 사슴 그리고 희끗희끗한 어둠 속에 선명한 목소리 더 나가 곰은 아직 시로 승화하지 못한 족속을 그린다. 곰의 먹이로나 줘버리세요 하며 시인은 내친김에 굿을 하지만, 정녕 시인은 바다 같은 불멸의 영혼을 그린다. 하지만, 곰의 먹이만이라도 시는 완성이다. 땅을 딛는 많은 생물의 교본으로 하늘을 그리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바다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깃의 굿판으로 수많은 독수리를 생산하며 의식을 치른다.

    詩 6연 이후는 가사라 치자면 이 절이다. 좀 특이한 것은 땅을 딛는 동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식물로 묘사했다. 근데 이 식물은 외래종으로 고무나무다. 수령이 200년 가까이 가는 나무다. 고무를 생산하니 진득한 내면의 사랑을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200년이나 한정된 시간을 갖는다.
    시인의 깃, 굿판은 ‘네 영혼은 계속 나아가리라, 네 영혼은 계속 나아가리라’ 외치며 산속 깊은 곳에서 밤새 노래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즉 시인은 바다와 같은 영원불멸의 詩를 기리며 詩 생산을 위한 밤새 공부를 묘사한다.

    우리는 詩人의 시 ‘깃, 굿(巫)’를 감상하면서 詩의 염원을 볼 수 있었다. 詩의 염원에 관한 좋은 詩 .한편 더 소개한다.


    기린 / 송찬호

    길고 높다란 기린의 머리 위에 그 옛날 산상 호수의 흔적이 있다 그때 누가 그 목마른 바가지를 거기다 올려놓았을까 그때 그 설교 시대에 조개들은 어떻게 그 호수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

    별을 헤는 밤, 한때 우리는 저 기린의 긴 목을 별을 따는 장대로 사용하였다 기린의 머리에 긁힌 별들이 아아아아-노래하며 유성처럼 흘러가던 시절이 있었다

    어렸을 적 웃자람을 막기 위해 어른들이 해바라기 머리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을 때, 나는 그걸 내리기 위해 해바라기 대궁을 오르다 몇 번씩 떨어졌느니, 가파른 기린의 등에 매달려 진드기를 잡아먹고 사는 아프리카 노랑부리 할미새의 비애를 이제야 알겠으니,

    언제 한번 궤도열차 타고 아득히 기린의 목을 올라 고원을 걸어 보았으면, 멀리 야구장에서 홈런볼이 날아오면 그걸 주워다 아이에게 갖다 주었으면, 걷고 걷다가 기린의 뿔을 닮은 하늘나리 한 가지 꺾어올 수 있었으면

    기린이 내게 다가와, 언제 동물원이 쉬는 날 야외로 나가 풀밭의 식사를 하자 한다 하지만 오늘은 머리에 고깔모자 쓰고 주렁주렁 목에 풍선 달고 어린이 날 재롱 잔치에 정신없이 바쁘단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에 다시 겅중겅중 뛰어가는 저 우스꽝스런 기린의 모습을 보아라 최후의 詩의 족장을 보아라


 

    鵲巢感想文
    길고 높다란 기린*의 머리 위는 시인이 그리는 마음을 묘사한다. 한 문장을 갈구하는 표현의 욕구가 그만큼 길다. 그 머리 위니 얼마나 고달픈 삶인가! 그 옛날 산상 호수의 흔적이 있다. 이는 문단의 흔적이거나 출판물을 얘기하는 마음을 담는다. 시를 읽기 위한 가정이며 시를 들여다보기 위한 설정임을 밝혀둔다.
    그때 누가 그 목마른 바가지를 거기다 올려놓았을까? 詩의 글감을 찾는 건, 시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목마른 바가지는 시인을 제유한다. 그때 공부하거나 혹은 詩를 가르치고 있을 때 詩 평론가들은[조개] 어떻게 호수 즉, 동경의 대상을 어찌 저렇게 다 풀이할 수 있었을까! 조개의 특성을 십분 살린 문장이다.
    별 헤는 밤, 여기서 별은 시인의 이상이며 동경의 대상이다.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다. 시로 승화한 세계라 보아도 좋다. 그것은 하늘에 떠 있다. 손으로 쉽게 따는 그런 동경의 대상은 아니니 길고 높다란 기린의 머리, 작가의 마음으로 동경의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기린의 머리에 긁힌 별들이 아아아아-노래한다는 말은 시인의 시 인식과 자각을 묘사한다. 그 마음이 한때는 유성처럼 또 긁고 가는 시절도 있었다.
    어렸을 적 웃자람을 막기 위해 어른들이 해바라기 머리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을 때, 詩라는 걸 잘 모를 적, 그때는 웃자람, 마음만 앞서가던 시절, 어른들은 여러 등단한 사람을 제유하며 해바라기는 詩를 제유한다. 해바라기 머리 위에 무거운 돌은 시 비평가의 말씀으로 읽힌다.
    나는 그것을 내리기 위해 즉, 등단한 사람의 詩를 읽는다는 게 어려운 것이고 해바라기 대궁을 오르다 몇 번씩 떨어졌느니, 그분들의 시집을 보다가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덮어야 했다. 가파른 기린의 등에 매달려 진드기를 잡아먹고, 어쩔 수 없다. 詩는 결국 남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삶의 때를 벗기는 것이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등(인생, 삶)에 달라붙은 진드기(삶의 단면, 때)를 하나씩 떼는 작업이다. 아프리카(글을 제유함)의 노랑 부리 할미새(작가의 심정을 묘사함)라고 표현했다.
    궤도열차를 타듯 내 마음이 어떤 동경의 대상에 이르면 홈런 볼 받듯 시원히 적어서 내 아이에게 먼저 자랑하고 싶고 그렇게 걷고 걷다가 내 갈망하는 시초라도 닮은 시 소재 하나 건졌으면 하는
    마음은 이미 시에 닿지만, 가족은 언제 동물원이 쉬는 날 야외 식사라도 함께하자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고깔모자 쓰고 주렁주렁 목에 풍선 달고 어린이날 재롱 잔치에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에 겅증겅증 뛰어가는 저 우스꽝스러운 시의 모습을 보아라. 최후의 시 족장, 나를 보아라.

    나는 송찬호 선생의 시 ‘기린’를 읽고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종연과 그 앞 연은 좀 더 축약하고 시적인 묘사를 더 그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시인 강신애의 ‘깃, 굿(巫)’과 시인 송찬호 선생의 ‘기린’은 모두 시의 염원이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였다. 솔직히 말해서 커피에 대한 전망을 바라보고 이 직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착한 곳이 커피였다. 생업으로 삼기에는 소득이 너무 적고 일은 힘들고 장래도 암담했다. 그렇다고 다른 어떤 일을 선택한다는 것도 그때 시절에는 보는 안목도 없었고 도전은 더더욱 엄두가 없던 때였다. 그냥 무작정 커피만 했다.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지지이후유정(知止而后有定)이니 정이후능정(定而后能靜)하고 정이후능안(靜而后能安)하고 안이후능려(安而后能慮)하고 려이후능득(慮而后能得)이라 했다. 그침을 안 이후에 머무름을 알고, 머무른 이후에 고요할 수 있으며, 고요한 이후에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한 이후에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한 이후에 얻을 수 있다.
    커피는 나에게는 정이었다. 커피 말고는 다른 어떤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커피의 아라크네*였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도 있으며 금융기관에 일하는 친구도 있다. 친구에 비하면 삶의 수준은 떨어졌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평생 직업으로 오히려 바라볼 수 있으니 거기다가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할 일까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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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강신애 1961년 경기도 강화 출생 1996년 <문학사상> 등단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100쪽
    기린: 시인 박상순 선생의 시 ‘밤의 누드’에서는 기린이 마치 길인(吉人)으로 읽히는 것도 유심히 보아야겠다. 그러니까 길인을 길게 늘여 읽는 맛이라고 할까 소리 은유를 착안한다.
    詩人 권정일 선생의 詩 ‘아라크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베 짜는 명수. 그 기술을 자랑하여 아테나 여신에게 도전하였다가 여신의 미움을 사서 거미로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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