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된 이별 / 김경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너무 오래된 이별 / 김경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00회 작성일 17-03-02 00:13

본문

너무 오래된 이별 / 김경주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숲이 좋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거미들 냄새가, 연기가 남아 있는 숲은 잔정이 많아 우리가 쓴 풀을 쥐던 체험을 떠올린다

    부스러기가 많은 풀이 좋다 화석은 인정이 많아 금방 우스워 질거야 그 속에 피운 불은 정말로 수척하다

    버린 운동화 속에 심은 벤자민이 좋다 나는 오래 빈 항아리를 안아본 사내라서 사생활이 없다

    물보라가 가득한 나의 모음들이 좋다 철봉에 희미하게 남은 손가락 자국처럼, 악력이 스르르 빠져나가던 흔적이, 내가 어두운 운동장이라서 너는 가만히 내 입에 넣어 주었다



鵲巢感想文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시 감상은 혼자서 즐기고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쩌면 천기누설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종일 커피 관련 일하다가 밤새 책을 읽으며 시 한 수 나름으로 감상하면 잠은 곤해서 꿀맛 같다. 하지만, 코 고는 것은 여사고 다리는 후들거리다가도 몸서리까지 친다고 하니 신의 세계에 꼭 드나드는 것 같은 느낌말이다. 정녕 시 한 수 정히 지어야 할 일이다만, 별빛을 너무 본 것 같다.
    시인 김경주는 꽤 이름 있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아예 어려워서 가끔 피할 때도 있지만, 필자는 시집을 꼭 해석하며 읽지는 않는다. 그 어떤 시집도 일반 책을 보듯 우선 읽고 책거리하지만, 그나마 짤막한 것은 뜯어보기도 한다. 이 시는 비교적 단문이라 선택했다. 2013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詩는 총 4연으로 구성한다. 詩 1연은 도입부다.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숲이 좋다. 불을 피운 흔적은 어떤 열정을 가한 것으로 보면 좋겠고 왠지 어감은 따뜻한 느낌이다. 숲은 어떤 낙서로 빽빽한 노트 같은 것을 제유한 것으로 보인다. 검게 그을린 거미들 냄새가, 거미의 속성은 그물 치는 곤충으로 먹이를 낚으므로 검게 그을렸다니 공부의 흔적으로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연기가 남아 있는 숲은 잔정이 많아, 시 쓰기 위한 낙서로 이 노트는 잔정이 많고 우리가 쓴 풀을 쥐던 체험을 떠올린다는 말은 풀의 속성을 생각하게끔 한다. 진득한 어떤 상태를 묘사한다. 오랫동안 앉은 의자를 묘사할 수 있겠다.
    부스러기가 많은 풀이 좋다. 굳은 풀의 찌꺼기가 부스러기다. 그러니까 시 문장으로 변이하지 못한 어떤 문장이다. 화석은 인정이 많아 금방 우스워 질 거야, 여기서 화석은 굳은 세계다. 시의 고착화 즉 시는 인정이 많아 금방 읽을 수 있고 우습다. 그 속에 피운 불은 정말로 수척하다. 시는 문장의 완결이므로 군더더기 없다는 것을 묘사한다.
    버린 운동화 속에 심은 벤자민이 좋다. 시를 읽을 때는 시어의 속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버린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신발로 버렸다는 말은 시 쓰기 위한 어떤 낙서를 일종의 버린 운동화로 묘사한 것으로 보이며 벤자민은 실내 공기 정화 효과가 탁월한 식물로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화초다. 버린 낙서장에도 쓸 만한 문장이 있고 이는 나의 마음마저 다시금 보게 한다. 나는 오래 빈 항아리를 안아본 사내라서 사생활이 없다. 시인이야말로 쓰는 즉시 비워내는 항아리 아닌가! 그러니 사생활이라곤 없다. 필자 또한 글을 많이 써내다 보니까 시인의 표현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물보라가 가득한 나의 모음들이 좋다. 물보라는 안개 상태의 물의 입자로 뿌옇다는 것을 띄우는 시어다. 모음은 모음母音으로 모태의 언어다. 시를 제유한다. 철봉에 희미하게 남은 손가락 자국처럼, 악력이 스르르 빠져나가던 흔적이, 내가 어두운 운동장이라서 너는 가만히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철봉은 매달리는 기구다. 시 한 수 쓰기 위해 매달렸던 시간의 흔적, 끈질기게 시를 쥐며 완성하기까지 가지 못했던 흔적, 이러한 것들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여기서 너는 버린 운동화며 부스러기가 많은 풀과 불을 피운 흔적과 햇볕에 검게 그을린 거미다.

    토적성산土積成山이라 했다. 시인이 되고 싶다면, 끊임없이 읽어야 하며 야이계주夜以繼晝하듯 무언가 쓰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필자는 시인이 되고 싶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카페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썼고 이 책을 전국 서점에 배포하였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지금도 시인이라 부르면 나는 돌아보지 않는다. 부끄럽다. 지금도 먹고살기 위한 한 방편이지 시를 쓰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있다면, 앞에 쓴 글 중에 무작정 낸 글이 많다. 이 글을 모두 제대로 다듬었으면 싶다.


===================================
각주]
    김경주 서강대 철학과 졸업 2003년 <대한매일>신춘문예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0 11-01
3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3 0 11-01
3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9 0 11-01
3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0 10-31
3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5 0 10-30
3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0 0 10-30
3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4 0 10-30
3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6 0 10-29
3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6 0 10-29
3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6 0 10-28
3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5 0 10-28
3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8 0 10-28
3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1 0 10-27
3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0 10-27
3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7 0 10-26
3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7 0 10-25
3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0 10-25
3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 10-24
3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0 10-23
3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4 0 10-22
3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10-21
3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1 0 10-20
3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7 0 10-19
3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3 0 10-19
3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8 0 10-18
3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8 0 10-17
3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9 0 10-17
3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0 0 10-15
3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6 0 10-10
3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0 10-08
3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0 0 10-03
3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7 0 10-03
3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0 0 10-02
3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8 0 10-01
3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3 0 09-26
3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 0 09-25
3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 09-24
3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2 0 09-22
3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0 0 09-18
3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 09-18
3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9 0 09-17
3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5 0 09-13
3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0 09-13
3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2 0 09-12
3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4 0 09-11
3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1 0 09-10
3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0 09-09
3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9 0 09-08
3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6 0 09-06
3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1 0 09-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