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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가버리는 것에 대한 메모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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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0회 작성일 17-03-0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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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가버리는 것에 대한 메모 / 박형준




    그 계절에는 발바닥에 별들이 떴다 / 발그레한 아이의 피부 같은, / 막 떠오른 별들로 가득한 벌판에서 / 나는 말발굽을 주웠다 / 밤마다 달빛에 비춰보며 꿈을 꾸었다 / 벌판을 지나 하늘에 화살을 박는 / 말 울음소리를 / 벌판의 꽃들이 짓이겨진 / 하늘로 달려 나간 푸른 바람을 / 말발굽의 꽃물 범벅을

    내 잠 속으로 향내 나는 청마가 달려오며 / 성운 가득 밴 냄새로 / 별자리를 엮어갔다 / 빛나는 말발굽에 / 쩡쩡한 겨울 하늘도 / 파편으로 흩어졌다 / 우주가 내 발바닥으로 자욱하게 몰려드는 / 푸른 연기로

    그러나 나는 이미 알았다 / 꽃들이 어스름 속에서 / 추억처럼 진해진다는 것을 / 짓이겨진 꽃물이 사실은 / 어스름이라는 것을 / 말발굽이 놓여 있는 / 빛의 길목으로 / 지난 시절의 꿈들이 수줍은 듯 / 그렇게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鵲巢感想文
    詩人의 詩集 ‘불탄 집’에 실은 詩다. 그 전에 시인의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읽고 감상한 바 있다. 그때 읽었던 시절로 보면 몇 년이 지난 시간이다. 시는 당분간 보지 않으려고 또 잊혀 있다가 다시 또 찾아오는 고향처럼 시를 본다. 다시 또 떠날 날이 있겠지만, 읽을 때만은 꽤 사랑하자.
    시제가 ‘지나 가버리는 것에 대한 메모’다. 시제만 보아도 옛 추억이 된 메모에 관한 시인의 회상이다.
    詩 1연은 시인의 공부에 매진했던 옛 추억을 되살린다. 그 당시 화자는 아직 시인이 아니었으므로 시인의 시를 그리며 무작정 읽은 시절이었다. 발그레한 아이의 피부와 같이 볼그스름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막 등단한 시인들로 가득한 세계에서 나는 발자취를 그려나갔다. 밤마다 등단한 시인의 시에 비춰보며 나름 꿈을 꾸었다. 내가 머문 세계를 지나 필시 등단의 목표로 필사하며 삶을 뒤흔들었던 정신적 세계가 있었다.
    詩 2연은 시 1연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시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묘사한다. 내 잠 속으로 향내 나는 청마는 성운 가득 밴 냄새로 별자리를 엮었다. 시 1연의 말발굽이 허상의 세계라면 시 2연의 청마는 실체다. 빛나는 말발굽은 시 1연의 말발굽을 주운 것을 말한다. 책은 도끼라는 책 제목도 있다. 이는 비유다. 도끼처럼 가슴에 와 박는 것을 생각하면 책은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사실이다. 도끼가 양측 표현이면 말발굽은 음적인 표현이다. 이래나 저래나 같은 말이다. 우주가 내 발바닥으로 자욱하게 몰려드는 푸른 연기라 묘사했다. ‘푸른’이라는 색감만큼 신선하며 창창한 것도 없다. 그만큼 왕성한 시절이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우주에 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별을 보는 느낌이다.
    사실 詩人은 나의 이 책처럼 필사하며 뜯어보고 감상하는 장을 모두 거쳤다. 시를 보면 그 내막을 모두 읽을 수 있다. 필자는 이렇게 엮어 책을 내는 이유는 시를 사랑하고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을 제시할 뿐 아니라 시인으로 등단하고픈 미래의 시인에게 발자취를 제공한다. 이는 이 시의 시인께서도 설명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았다는 것을, 꽃들이 어스름 속에서 추억처럼 진해진다는 것을 짓이겨진 꽃물이 사실은 어스름이라는 것을 말발굽이 놓여 있는 빛의 길목으로 지난 시절의 꿈들이 수줍은 듯 그렇게 지나 가버린다는 것을 말이다.

    필자는 시인만큼 춘추를 겪지는 못했다. 시인은 오십 대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같다. 고향을 그리워하듯 지난 발자취는 남아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잊지 않는다. 그러니 남은 시간은 일각천금一刻千金이다. 한자에 나무 목(木)자가 있다. 줄기보다 뿌리를 더 많이 그려 넣은 것은 기반이다. 기반은 안정이다. 기반이 없으면 앞으로 뻗지 못한다. 그러니까 뿌리가 없으면 한 줄기 기둥으로 솟지 못한다. 인생은 뭉뚱그려보아도 극히 짧은 시간이다. 우리는 시간여행을 해도 역에서 다음 역까지 일촌광음으로 내달린다. 그러니 일각一刻이라도 절대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되겠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일각 같은 뿌리가 사후세계를 더 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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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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