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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벽옥賦 / 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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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9회 작성일 17-03-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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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옥賦 / 강영은




    사내는 돌 속에서 벙어리여자를 꺼냈다 돌로 눌러놓은 금문을 꺼낸 것처럼 풍찬노숙의 입술에는 다른 색이나 꽃무늬가 전혀 없었다 침묵의 깊이에 눈이 먼 옥공들은 평범한 돌멩이라고 의심을 꺼냈다 돌 앞에 두 다리를 내주고 무릎마저 꿇은 사내, 한 번도 본적 없는 여자를 읽기 위해 돌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돌의 심장에 금침을 꽂았다 물고기가 물가로 나오는* 것처럼 헐떡이는 입술에서 꽃이 피어났다 누구는 말이라 했고 누구는 문자라 했지만 꽃의 가장 상서로운 부위는 깎아지른 절벽, 꽃잎 지는 소리 천길 벼랑을 메웠다 사내는 굳어진 여자의 혈을 깎아 무명지에 끼웠다 무명지는 빛나는 돌의 속국, 옥쇄가 되었다

    티끌 하나 머물 수 없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도 하는 몸의 안부란 어두운 곳에 놓아두면 빛을 발하는 옥중의 옥, 구중궁궐의 비단금침 아래 주고받은 헛맹세처럼 화광지벽의 빛나는 비사 속에 입술을 가두었으니

    몸이란 얼마나 오묘한 감옥인가

    *詩經小雅 鶴鳴편



鵲巢感想文
    시제로 쓴 벽옥璧玉은 품질이 좋고 아름다운 옥이라는 뜻으로, 고상한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부賦는 조세를 뜻하는 한자지만 여기서는 문채文彩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니까 벽옥賦는 고상한 문장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벙어리여자는 시를 제유한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은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잔다는 뜻으로, 객지에서 많은 고생을 겪었음을 이르는 말이다. 금침金針은 금바늘이다. 그러니까 시의 첫 단락은 이렇다.
    사내는 돌 같은 어떤 문장에서 벙어리 같은 시를 생산한 것으로 보이네. 이 사내로 말하면 풍찬노숙과 같은 격한 세월을 보냈네. 뚝심은 매우 강해서 자기 색이 있는 사람이라 시에 눈에 먼 사람들은 평범한 시라고 치부해 버리고 말았다만, 사내는 오로지 돌 같은 문장에 온전한 공부에 매진한 결과 시를 생산했네. 이는 금침을 가슴에 박듯 굳은 결심으로 이룬 것이라 물고기가 물가로 나온 것처럼 사생결단 한 것과 다름없네. 결국, 꽃은 피었네. 그러니까 시를 이루었다는 말일세. 누구는 말이라 했고 누구는 문자라 하네. 시의 가장 상서로운 부위는 아무래도 깎아지른 이 절벽, 한풀 꺾인 시가 될 수 있었으나 이것으로 천길 벼랑을 벗은 셈이지. 사내는 굳은 시를 정히 무명지 같은 흰 종이에 썼네. 무명지는 빛나는 시집이라고 보면 되네. 옥쇄 같은 시집일세.
    여기서 무명지無名指는 약손가락(가운뎃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사이에 있는 손가락)이지만, 독자 나름으로 읽을 필요가 있네.
    시의 둘째 단락은 시집에 대한 호평好評이다.
    티끌 하나 머물 수 없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도 하는 몸의 안부란 시집의 품격을 묘사한다. 티끌 하나 머물 수 없다는 말에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 ‘난초’가 생각나게 한다.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그만큼 고상함을 뜻한다. 사악한 귀신을 물리칠 정도로 단호함과 위엄성을 표현했다. 어두운 곳에 놓아두면 빛을 발하는 옥중의 옥이며 구중궁궐의 비단금침아래 주고받은 헛맹세처럼 여기서 좀 헷갈린다. 어떤 부부의 연을 비유 들었다. 헛맹세란 무엇을 뜻하는가? 지키지 못할 거짓 맹세니 시가 그리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다. 화광지벽의 빛나는 비사 속에 입술을 가두었느니, 불타는 옥(화광지벽火光之璧) 같은 비유에 입술을 숨긴 것이 된다. 여기서 비사比辭는 비유로 쓰는 말이다.
    몸이란 얼마나 오묘한 감옥인가 시집은 그 얼마나 오묘한가 하는 말이다.
    비단緋緞금침衾枕은 명주실로 짠 광택이 나는 피륙과 이부자리와 베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작년 한 가구가 책을 사서 읽는데 한 달 평균 1만 5천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점차 책을 읽지 않은 풍조 속에 서적 구매 비용은 6년 연속 줄어 역대 최저기록을 새로 썼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전국 2인 이상 가구는 서적을 사는데 1만 5천 335원을 썼다. 재작년 1만 6천 623원보다 7.7% 줄어든 금액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신간 단행본 정가(교보문고 납품도서 기준)는 1만 8천 108원이었다. 작년 우리나라 한 가구는 한 달에 책 한 권을 채 사지 않았던 셈이다.
    월평균 책 구매 지출액은 2010년 2만1천902원을 기록한 이후 작년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2만 원 아래(1만 9천 26원)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1만 5천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작년 연말 모 신문사 기자의 말이다. 한국소설과 시 등 한국문학이 대약진을 이루었다고 하나, 필자가 보기에는 일부 도서에 한정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맨부커상 수상작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은 사실이다. 이 외 복고풍을 주도한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담은 영화 ‘동주’와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등 초판본 시집은 예전 활자 느낌을 그대로 살려 고객의 시선을 이끈 건 사실이다.
    詩集은 이제 시인의 시처럼 티끌 하나 머물 수 없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도 하는 몸의 안부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이제 시집은 어두운 곳에 놓아두면 빛을 발하는 옥중의 옥으로 구중궁궐의 비단금침 아래 주고받은 헛맹세처럼 화광지벽의 빛나는 비사 속에 입술을 영원히 가둔 금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카페에 가면, 거저 장식으로 한 권 꽂혀 있을 정도의 시집, 곰곰 생각하며 앞을 내다보는 시가 아니라 현실의 생활과 문화를 반영한 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옥중의 옥으로 침묵의 깊이에 평범한 돌멩이 바라보듯 반듯한 자세인 시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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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강영은 제주 출생 2000년 <미네르바> 등단
    *KBS 뉴스 2017.03.04. 오후 3:30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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