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에서 / 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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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1회 작성일 17-03-06 00:08본문
부석사에서 / 윤제림
이륙하려다 다시 내려앉았소,
귀환이 늦어질 것 같구려
달이 너무 밝아서 떠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 실은
사과꽃 피는 것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결국은 또 한철을 다 보내고 있다오
누가 와서 물으면 지구의 어떤 일은
우주의 문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지구의 어떤 풍경은 외계의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다고만 말해주오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소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오
급히 손보아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줄이겠소
참, 사과꽃은 당신을 많이 닮았다오.
鵲巢感想文
詩人 윤제림 선생의 詩集 ‘새의 얼굴’을 읽고 몇 편 감상한 바 있다. 詩 ‘부석사에서’를 유심히 읽지 못했다. 2013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詩에 오른 작품을 본다.
詩를 읽으니 마치 어딘가 편지라도 한 편 띄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히 읽힌다. 무대가 지구와 사과나무 꽃 그리고 우주로 확장한다. 지구는 자아를 제유하며 사과 꽃은 지구의 노력으로 핀 결과물이다.
詩 2연에 달은 詩人의 이상향이다. 詩人의 예술 활동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과 꽃 피는 것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보내다가 결국 한 철 다 보내고 만다.
詩人의 상상력은 詩 3연에서 압권을 이룬다. 우주의 문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 물론 지구의 일이니까, 그 어떤 풍경도 외계의 카메라에는 담을 수 없으니 말이다.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어쩌면 시인의 겸손이겠다. 그저 한 작품을 이루는 결과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달을 향한 시인의 마음을 우리는 얼추 생각해 볼 수 있다. 붉은 사과를 맺기 위해 쉼 없이 정진하는 詩人을 본다.
참한 작품을 이루려는 詩人의 의지와 다정다감한 詩人의 말은 그간 어렵게 보냈거나 힘든 하루를 녹이고도 남는다. 사과 꽃은 당신을 많이 닮았다오. 그러게 말이오. 사과 꽃 맺는 일 그리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드오. 그럼 내내 어여쁘소서.
인생은 초로草露라고 했다. 풀잎에 맺은 이슬처럼 덧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인생초로人生草露,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고 한다. 詩人의 詩를 읽으니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이건 비유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은 주어진 삶이 다했다는 뜻이다. 사과나무는 철학자의 사상이다. 사상은 사과나무처럼 자라고 사과 꽃을 피우며 사과를 맺는다. 사과는 여러 씨앗을 품고 있다. 또 어딘가 사과 씨앗 같은 철학자의 사상이 채택되고 실무에 적용하여 사과나무와 같은 현실의 꿈을 이루면 사과 꽃으로 사상은 더 빛나며 사과와 같은 결실을 보는 것은 철학자의 꿈이다. 사과는 인류역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유익한 먹거리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맑게 한다. 사과 꽃이 피는 것은 사과나무가 올곧게 자랐다는 뜻이다. 뿌리 같은 기반을 다지고 기둥처럼 하늘 향해 우주의 시간을 바르게 행하므로 꽃은 피는 것이다. 지구에 나와 사과나무를 심고 꽃을 피우고 사과를 맺었다면 이는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詩人은 부석사에서 사과나무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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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윤제림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1987년 <문예중앙> ‘뿌리깊은 별들을 위하여’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이륙하려다 다시 내려앉았소,
귀환이 늦어질 것 같구려
달이 너무 밝아서 떠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 실은
사과꽃 피는 것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결국은 또 한철을 다 보내고 있다오
누가 와서 물으면 지구의 어떤 일은
우주의 문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지구의 어떤 풍경은 외계의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다고만 말해주오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소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오
급히 손보아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줄이겠소
참, 사과꽃은 당신을 많이 닮았다오.
鵲巢感想文
詩人 윤제림 선생의 詩集 ‘새의 얼굴’을 읽고 몇 편 감상한 바 있다. 詩 ‘부석사에서’를 유심히 읽지 못했다. 2013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詩에 오른 작품을 본다.
詩를 읽으니 마치 어딘가 편지라도 한 편 띄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히 읽힌다. 무대가 지구와 사과나무 꽃 그리고 우주로 확장한다. 지구는 자아를 제유하며 사과 꽃은 지구의 노력으로 핀 결과물이다.
詩 2연에 달은 詩人의 이상향이다. 詩人의 예술 활동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과 꽃 피는 것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보내다가 결국 한 철 다 보내고 만다.
詩人의 상상력은 詩 3연에서 압권을 이룬다. 우주의 문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 물론 지구의 일이니까, 그 어떤 풍경도 외계의 카메라에는 담을 수 없으니 말이다.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어쩌면 시인의 겸손이겠다. 그저 한 작품을 이루는 결과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달을 향한 시인의 마음을 우리는 얼추 생각해 볼 수 있다. 붉은 사과를 맺기 위해 쉼 없이 정진하는 詩人을 본다.
참한 작품을 이루려는 詩人의 의지와 다정다감한 詩人의 말은 그간 어렵게 보냈거나 힘든 하루를 녹이고도 남는다. 사과 꽃은 당신을 많이 닮았다오. 그러게 말이오. 사과 꽃 맺는 일 그리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드오. 그럼 내내 어여쁘소서.
인생은 초로草露라고 했다. 풀잎에 맺은 이슬처럼 덧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인생초로人生草露,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고 한다. 詩人의 詩를 읽으니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이건 비유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은 주어진 삶이 다했다는 뜻이다. 사과나무는 철학자의 사상이다. 사상은 사과나무처럼 자라고 사과 꽃을 피우며 사과를 맺는다. 사과는 여러 씨앗을 품고 있다. 또 어딘가 사과 씨앗 같은 철학자의 사상이 채택되고 실무에 적용하여 사과나무와 같은 현실의 꿈을 이루면 사과 꽃으로 사상은 더 빛나며 사과와 같은 결실을 보는 것은 철학자의 꿈이다. 사과는 인류역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유익한 먹거리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맑게 한다. 사과 꽃이 피는 것은 사과나무가 올곧게 자랐다는 뜻이다. 뿌리 같은 기반을 다지고 기둥처럼 하늘 향해 우주의 시간을 바르게 행하므로 꽃은 피는 것이다. 지구에 나와 사과나무를 심고 꽃을 피우고 사과를 맺었다면 이는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詩人은 부석사에서 사과나무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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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윤제림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1987년 <문예중앙> ‘뿌리깊은 별들을 위하여’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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