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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계속 피어나고 /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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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47회 작성일 17-03-07 00:04

본문

죽음은 계속 피어나고 / 정재학




    40년간 땅을 파다보니 이제 힘에 부치네. 그래도 사람 죽으면 나야 뭐 할 일이 있나. 적당하게 땅을 파주면 관이 들어오고 흙 좀 덮으면 유족들이 알아서 땅을 잘 밟아 준다네. 황천길 노자 돈을 좀 요구하기는 하지만 너무 책망 말게나. 내 벌이가 얼마 되나. 나도 노모와 처자식이 있다네.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죽어야 나는 산다네. 그래서 가끔 울적하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겨울이 지나면 들꽃과 잡초들이 올라오듯 죽음은 끝이 없으니까. 오늘 죽은 사람은 가족묘에 묻혔네. 젊은 나이에 죽었다더군. 물어볼 수 없었지만 가족들 눈빛을 보니 십중팔구 자살이라네. 죽기에 좀 이르지만 어쩌겠나. 벌레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무덤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걸세. 얘야, 꽃을 꺾었구나. 가지고 이리와 보렴. 꽃의 무덤을 만들어 줘야지.



鵲巢感想文
    제대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상대가 있든 없든, 허공에다가 발언하든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는 있어야겠다. 시인은 40년간 땅을 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세월을 보냈던 아니면 아직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다하더라도 심중의 말을 표현하는 것은 용기다. 그러므로 우리는 등단에 매진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사색의 결과로 표현한 세계, 우리는 시라 한다. 시인은 시를 죽음으로 제유한다. 어쩌면 시인도 직업인 사람은 무엇이든 생산할 수밖에 없는 고초를 엿볼 수 있음이다. 이들 죽음의 모두는 자살이다. 누가 대필한 것이 아니니 시인의 본업이다. 벌레와 들꽃과 잡초 더 나가 꽃을 위해 헌신하는 시인을 본다.
    한평생 시인으로 살면서 시집 한 권을 만들었다면 이 시집이 만대에 읽는 작품으로 이루었다면 시인의 명예는 이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역으로 무덤을 파헤치며 죽은 사람의 뼛골을 짜 맞추는 작업은 꽃을 피우는 전초전이다. 어느 날 SNS에 오른 소식을 보았다. 중국 사람으로 국수만 뽑는 사람을 본 적 있다. 가늘게 뽑는 것도 기술이지만, 면 덩이에서 손으로 일일이 뽑아 솥에 던지는 작업은 가히 일품이었다. 이 일만 몇 십년 했다고 하니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경력이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이루지 못하겠는가?

    시인의 시 ‘죽음은 계속 피어나고’ 읽으니 예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나 이참에 옮겨본다.

    단단한 뼈 / 이영옥

    실종된 지 일년 만에 그는 발견되었다 죽음을 떠난 흰 뼈들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독극물이 들어 있던 빈 병에는 바람이 울었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경찰차가 사내의 유골을 에워싸고 마지막 울음과 비틀어진 웃음을 분리하지 않고 수거했다 비닐봉투 속에 들어간 증거들은 무뇌아처럼 웃었다 접근금지를 알리는 노란 테이프 안에는 그의 단단한 뼈들이 힘센 자석처럼 오물거리는 벌레들을 잔뜩 붙여놓고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


    鵲巢感想文
    詩 작법과 메타포를 본다. 단단한 뼈들, 그 위 힘센 자석처럼 오물거리는 벌레들, 아마 그 오물거리는 벌레들은 까맣지 싶다.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고 작가의 마음을 3인칭 시점으로 옮겨놓는 것도 좋다. 마음은 역시, 詩다. 이로써 이 시인은 대어를 낚은 셈이다.
    흰 뼈 같은 종이에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그대의 마음을 적어보자.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차가 달려오고 많은 군중은 상상을 이끌 듯 요란한 현실을 정리하며 침묵한 세계를 그려보자.

    아! 그나저나 일요일, 정말 무뇌아처럼 보내고 있다. 텅 빈 골이지만, 머리는 왜 이리 아픈 건가! 띵하다. 노출 콘크리트 벽 기댄 까만 철제의자는 커피 한 잔 마시며 도로만 본다. 수많은 차, 잘 닦아 놓은 도로 한 줄씩 지나가고 있다. 네 귀의 흰 줄 선명한 까만 동태, 행간에 딱 멈춘다. 에쏘처럼 날리는 난초 잎사귀, 기름 냄새가 바람 타고 사내의 코를 간질인다. 빈혈처럼 의자가 비틀거린다. 진열된 커피 몇몇 아카시아 꽃향기처럼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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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정재학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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