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 김에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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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51회 작성일 17-05-19 16:05본문
생각난 김에 / 김용택
내가 죽은 후
이삼일 기다리다가
깨어나지 않으면 화장해서
강 건너 바위 밑에 묻어라.
사람들이 투덜거리지 않도록
표나지 않고 간소해야 한다.
내 곁에 어린 나무나 풀들이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지금 그 생각이 나서
생각난 김에 적어둔다.
鵲巢感想文
예전에 무역회사 다닌 적 있다. 이 회사(K)에 일하시는 당시, 조 상무님이 계셨는데 학교 선배이시자 직장 상사이셨다. 꽤 미남이신 데다가 말씀은 적고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가장 존경하는 분이자 나의 멘토였다. 조 상무님 생각하면 직장 생활을 좀 오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직장은 여러 이유로 1년밖에 다니지 못했다.
얼마 전에 조 상무님과 사모님께서 카페에 오셨다. 지인 상갓집에 들렀다가 경산 지나는 길에 오셨다. 그때나 지금 이리 뵈어도 반갑고 멋있고 정말 감동이었다. 지금은 K 회사 부 사장님으로 승진하셨다.
선배님께서 오셨을 때 내가 쓴 책 ‘카페 확성기 1, 2’를 드리며 책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일 있었다. 선배께서는 전에도 나의 책을 몇 권 읽으신 적 있었다. 시에 관한 내용이라 말씀을 드렸을 때 선배께서는 나에게 물었다. 혹시 ‘김용택’ 선생 아느냐고? 잘 안다고 대답했다. 물론 만난 뵌 적 없지만, 책을 통해 여러 번 뵈었으니까!
근데, 김용택 선생은 선배께서 초등학교 다닐 때였는지는 모르겠다. 국어 선생님이셨다고 한다. 나는 조금 놀랐다.
선생의 시집을 읽었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지긋한 선생이시기에 시집은 좀 난해하지 않을까 하며 펼쳤는데 시집에 든 시는 모두 간략하며 짤막하다. 어떤 시는 세 줄이다. 너무 간략해서 뭐 어찌 한다는 평은 못할 일이다. 하여튼, 시집 한 권 따분하지는 않다. 위 시는 세 번째 단락에 든 시로, 시집 전체가 향수를 그리는 글이지만, 이 부분은 더욱 더하다.
시제 ‘생각난 김에’는 아버지,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 같아, 읽다가 가슴이 북받쳤다. 사십 대 후반인 필자 또한 나이에 새삼 감회가 새로운데 그 이상에서 길을 걷는 분은 오죽할까! 점점 자연과 가까워지며 자연이 그리운 춘추가 춘추로 가는 마지막 당부다.
죽음은 자연과 함께 하는 길이다.
오늘은 고향에 부모님 잠깐 뵙고 왔다. 동네가 가까워질 때 금오산이 우뚝 솟아 있음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수세대 아니 수천수만 세대가 흘러도 저 산은 그대로였다. 앞으로 수세대가 흘러도 특별한 일 없으면 산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자연은 자연다워야 한다. 우리는 이 땅에 잠깐 머물다가 간다. 자연을 자연답게 보존하는 일, 이 세대에 사는 사람은 책임이 따른다.
===================================
김용택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 21인 시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내가 죽은 후
이삼일 기다리다가
깨어나지 않으면 화장해서
강 건너 바위 밑에 묻어라.
사람들이 투덜거리지 않도록
표나지 않고 간소해야 한다.
내 곁에 어린 나무나 풀들이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지금 그 생각이 나서
생각난 김에 적어둔다.
鵲巢感想文
예전에 무역회사 다닌 적 있다. 이 회사(K)에 일하시는 당시, 조 상무님이 계셨는데 학교 선배이시자 직장 상사이셨다. 꽤 미남이신 데다가 말씀은 적고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가장 존경하는 분이자 나의 멘토였다. 조 상무님 생각하면 직장 생활을 좀 오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직장은 여러 이유로 1년밖에 다니지 못했다.
얼마 전에 조 상무님과 사모님께서 카페에 오셨다. 지인 상갓집에 들렀다가 경산 지나는 길에 오셨다. 그때나 지금 이리 뵈어도 반갑고 멋있고 정말 감동이었다. 지금은 K 회사 부 사장님으로 승진하셨다.
선배님께서 오셨을 때 내가 쓴 책 ‘카페 확성기 1, 2’를 드리며 책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일 있었다. 선배께서는 전에도 나의 책을 몇 권 읽으신 적 있었다. 시에 관한 내용이라 말씀을 드렸을 때 선배께서는 나에게 물었다. 혹시 ‘김용택’ 선생 아느냐고? 잘 안다고 대답했다. 물론 만난 뵌 적 없지만, 책을 통해 여러 번 뵈었으니까!
근데, 김용택 선생은 선배께서 초등학교 다닐 때였는지는 모르겠다. 국어 선생님이셨다고 한다. 나는 조금 놀랐다.
선생의 시집을 읽었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지긋한 선생이시기에 시집은 좀 난해하지 않을까 하며 펼쳤는데 시집에 든 시는 모두 간략하며 짤막하다. 어떤 시는 세 줄이다. 너무 간략해서 뭐 어찌 한다는 평은 못할 일이다. 하여튼, 시집 한 권 따분하지는 않다. 위 시는 세 번째 단락에 든 시로, 시집 전체가 향수를 그리는 글이지만, 이 부분은 더욱 더하다.
시제 ‘생각난 김에’는 아버지,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 같아, 읽다가 가슴이 북받쳤다. 사십 대 후반인 필자 또한 나이에 새삼 감회가 새로운데 그 이상에서 길을 걷는 분은 오죽할까! 점점 자연과 가까워지며 자연이 그리운 춘추가 춘추로 가는 마지막 당부다.
죽음은 자연과 함께 하는 길이다.
오늘은 고향에 부모님 잠깐 뵙고 왔다. 동네가 가까워질 때 금오산이 우뚝 솟아 있음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수세대 아니 수천수만 세대가 흘러도 저 산은 그대로였다. 앞으로 수세대가 흘러도 특별한 일 없으면 산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자연은 자연다워야 한다. 우리는 이 땅에 잠깐 머물다가 간다. 자연을 자연답게 보존하는 일, 이 세대에 사는 사람은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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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 21인 시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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