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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세일즈 / 류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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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17-05-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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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세일즈 / 류명순
-세상에 말을 걸다



    외곽으로 달리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나의 생이다
    매일 목마르게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네 생이 변방이라면, 나의 중심은 바퀴 위에 얹혀 있는 바람이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단지 살기 위해 스스로 경계를 허물고
    또 다시 영역을 넓혀가는 바람은, 절대 스케줄을 놓치지 않는다
    오늘의 프로젝트를 관통하려면 속도를 배가시켜야 한다

    갑론을박의 계약된 하루를 성립시켜 가는 바람
    포장마차 한편에서 우동 한 그릇을 시켜놓고
    파업을 선언한 나무젓가락을 쪼개며 달려온 시간을 계산해본다

    웅크린 어깨를 주무르며 바람이 마케팅을 시작한다
    흔들어 팔고도 새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의 상술
    누구나 넘어가기 좋은 저녁이다
    사람들은 평상에 앉아 감원 바람에도 꿋꿋한 가로수를 보며
    소주 한잔과 갯장어 한 접시에 내일을 흥정한다

    어디선가 또 바람이 바람을 부른다
    기약 없는 바람의 가속에 실려 바쁜 생을 건너간다
    바람이 멈추는 그곳에 또 다른 영역을 찾아
    미완성인 바람의 세일즈는 멈출 줄을 모른다



鵲巢感想文
    시작시인선 시인 류명순 시집을 읽었다. 이중 시제 ‘바람의 세일즈’를 본다. 다른 시편도 읽기에 꽤 괜찮았지만 유독 이 시가 오늘 마음에 더 닿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는 바람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해서다. 바람이 없다면 사는 낙이라든가 인생의 의미는 없다.
    시인은 외곽으로 달리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나의 생이라 했다. 바퀴가 중심이면 외곽은 바깥이다. 바퀴를 생각하며 인생을 사는 것이지만, 정녕 바퀴를 그렇게 생각지 않은 어떤 뉘우침이 배여 있다. 시 1연은 나의 중심인 바퀴와 외곽으로 달려야만 하는 바람의 관계를 묘사한다.
    시 2연은 치열한 삶을 노래한다. 우리는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다. 그만큼 삶에 한 치 여유가 없다. 주어진 스케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다니는 현대인으로 그 어떤 프로젝트도 소화하려는 의지가 묻어나 있다. 이는 곧 바퀴를 위한 것이며 중심을 위하는 길이다. 어쩌면 이 연은 자기희생을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 3연은 갑론을박처럼 의논이 분분한 가운데 하루를 성립시켜 나가는 바람이다. 포장마차에서 잠시 하루를 안식하며 지나온 하루를 생각한다. 시 3연은 자신을 돌아보는 세일즈맨의 일상을 회고하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무엇을 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에 있다. 조직의 안정은 역시 세일이지만, 이 세일을 뒷받침하는 것은 마케팅이다. 조직의 감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바람이다. 이 바람을 꿋꿋이 받아들이며 이겨나가는 가로수 같은 멘토를 본다. 멘토를 보면서 또 삶의 의지를 다지는 시인이 보인다.
    가로수와 갯장어라는 시어가 이 시문에서는 상황묘사를 잘 이룬 것 같다. 진흙 바닥 같은 세상에 암초가 우거진 삶의 장해를 헤쳐 나가고자 하는 상황을 갯장어로 그렸다. 이 한 접시를 먹고 하루 곱씹으며 내일을 바라본다.
    가로수는 길가에 미관상 심은 나무지만, 어쩌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어떤 목적지에 동반자 같은 느낌을 묘사하기도 한다.
    힘겨운 하루는 또 바람으로 이겨나며 바람이 기약 없이 죽으면 새로운 바람은 이를 부추기며 간다. 시 ‘바람의 세일즈’는 바쁜 일상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을 얘기한다.

    인생은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로건’을 본 적 있다. X-man 시리즈의 마지막 편일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 중 가장 나중 것이다. 우리가 본 X-man은 영웅이다. 하지만, X-man의 최후는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다. 영화에서 찰스의 얘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말 안정적이고 쉴 수 있는 곳을 어쩌면 만들려고 노력했다. 죽음이 직면하기까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 ‘로건’은 마지막 ‘로라’의 길을 위한 자신의 희생에 깨닫는다.
    영화는 다소 폭력적이며 청소년이 보기에도 섬뜩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사회를 대변하기에는 모자랄 것은 없다. 우리는 일평생 사회에 존재하며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며 살아간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세일즈할 것인가?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시대의 요구인지는 모르겠다. 각종 금융마케팅이 뜨고 있다. 가상화폐인 원-코인과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MBI'도 일종의 금융마케팅이다. 'MBI'는 사업 초기 30여 개의 자회사로 출발하여 지금은 100여 개 이상 증가했으며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회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투자에 절대 손해가 없다는 명제로 쾌속 성장을 한다.
    물론 이들 사업은 자발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마케팅이다. 누군가는 홍보하는 사람이 있으며 새로운 회원을 늘려야 하고 늘어난 회원으로 가족을 만들며 가족은 서로의 소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마케팅의 프로그램을 들으면 귀가 솔깃하다. 돈을 번다는데 관심을 안 가질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서민은 아직도 일차적 바람에서 크게 못 벗어난 것도 사실 아니냐!
    시 ‘바람의 세일즈’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애를 담았다고 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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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명순 경기 안성 출생 2002년 자서전 ‘일어버린 20년’ 작품 활동 시작 2012년 계간 ‘시작’ 신인상 등단
    시집 ‘새들도 변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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