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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여왕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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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1회 작성일 17-05-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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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여왕 / 송찬호




    우리는 겨울의 여왕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왕을 맞기 위해 우리는 언덕의 울타리를 높여 눈사태를 막아야 해요 굴뚝에 고깔 지붕을 씌우고 창문을 덧대고 무거운 솜과 소금을 짊어지고 당나귀 시험도 통과해야 해요
   
    겨울의 여왕은 멀리 북극 열차를 타고 오지요 곧 수만 볼트 고압의 추위가 레일을 타고 빠르게 달려올거예요 엄청난 폭풍이 몰려와 배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릴 것예요 그래도 우린 견뎌야 해요 끝없이 밤을 행군하는 군인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아요 그들의 차가운 총검이 녹아 부러지면 어찌 되겠어요 더욱 혹한이 와야 해요 연못 속 물고기도 자석을 꼬옥 물고 얼음장 아래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해요

    돌쩌귀가 바람에 울고 있어요 벌써 길 건너 오리나무 숲 아궁이도 꺼졌어요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에 놀라 목화씨가 가장 먼저 겨울잠을 깼네요 지금 여기는 겨울의 피가 부족해요 얼음의 콧수염에 붙는 세금마저 너무 비싸요

    겨울의 여왕님, 우리는 당신에게 우리 아이들을 바쳤답니다 이 겨울 가정 추운 나라에 사는 순록의 뿔처럼 아이들 키를 한 뼘만 키워주세요 지금쯤 아이들은 대륙을 이동하는 쇠기러기의 바구니를 얻어 타고 북극을 날겠군요 투룬바 호수의 푸른 눈동자와 오로라 공주도 보겠군요 그런데 어쩌나, 우리는 백설의 구두가 녹을까 봐 따뜻한 난로 곁으로 당신을 부르지 못하겠군요....... 아무튼, 겨울이 깊었습니다 사랑해요, 겨울의 여왕님!



鵲巢感想文
    커피에 관해서 강의할 때였다. 커피 시장에 대한 현실점검 차 현 시장을 사실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커피를 바라보는 초심자에게는 바른 판단을 하게 한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하지만, 진정, 하고 싶은 커피를 얼마 하지도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있으며 또 어떤 분은 멋지게 이 사업을 해내는 사람도 있다. 시장은 완전경쟁인 것 같아도 늘 새로운 것이 나며 새로운 것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한 시장에 리드는 또 있게 마련이다.
    인생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그 가치는 빛나며 영원한 것에 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도 영원한 세계인 예술에 집착하며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의지를 갖춘다. 우리는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많은 사람은 인생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적지가 않다.
    시는 창작이다. 위 시인 송찬호 선생의 ‘겨울의 여왕’을 읽었다. 전에 시인의 시 ‘청동시대’를 읽은 바 있지만, 이 시는 마치 아주 작은 소설처럼 읽히는데 겨울의 여왕은 역시 청동과 의미가 비슷하리라 본다. 시인의 시에 대한 사랑을 겨울의 여왕에 중첩하여 그린 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의 여왕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의 여왕은 우리가 바라는 어떤 이상향이다. 실은 우리가 쫓을 수 없는 아주 큰 목표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노력하여 얻을 수 있는 세계일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언덕처럼 울타리가 쳐져 있기도 하고 외부의 힘 눈사태 같은 고난을 겪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정적이고 쉴 수 있는 솜 같은 세계를 그리며 절대 필요한 소금을 손에 놓치지 않고 살아왔다. 솜과 소금에 대한 재질과 색상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이상, 즉 시인은 겨울의 여왕이라 치환하여 시를 얘기하지만, 그리 쉽게 오지는 않는다. 겨울의 여왕은 북극 열차를 타고 온다거나 수만 볼트 고압의 추위가 레일을 타고 빠르게 달려오고, 엄청난 폭풍이 몰려와 배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고, 끝없이 밤을 행군하는 군인들의 일그러진 얼굴이라든가 그들의 차가운 총검이 녹거나 혹한이 오고, 연못 속 물고기도 자석을 꼭 물고 얼음장 아래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은 모두 시인의 심적 세계를 그리며 겨울의 여왕을 기다리는 혹독한 처세를 묘사한다.
    그러니까 한 편의 시 창작은 그리 쉽지 않다는 시인의 공부와 자세다.
    여기서 시인이 사용한 시어를 다시 보며 생각해 보자. 북극 열차, 수만 볼트 고압과 레일, 엄청난 폭풍, 배와 산꼭대기, 끝없이 밤을 행군하고 차가운 총검, 혹한, 연못 속 물고기 그리고 자석은 시인이 처한 어떤 심적 배경을 그려보게 한다.
    시 3연에 돌쩌귀가 나온다. 돌쩌귀는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다. 암짝은 문설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춰 꽂는다. 이 돌쩌귀가 바람에 울고 있으니 어떤 희망을 그리는 장이며 시의 진행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겨울의 여왕을 못내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과 그 기다림 끝에 다가오는 겨울의 여왕에 대한 전초전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여왕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 어떤 마음이 이 연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에 놀라 목화씨가 가장 먼저 겨울잠을 깼다거나 겨울의 피가 그래도 부족하거나 얼음의 콧수염에 붙는 세금마저 비싸기 때문이다.
    시인은 목화가 아니라 왜 목화씨로 했을까? 목화는 하얗다. 목화를 그려낼 수 있는 씨앗은 어쩌면 시인이 말한 겨울의 여왕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의 피와 얼음의 콧수염이란 말도 재밌는 표현이다. 겨울이 피가 있을까만, 또 얼음마저도 콧수염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의인화지만, 피는 열정을 콧수염은 색감으로 글을 제유한다. 물론 다른 쪽 세계를 그렸다면 다른 것으로 돌려도 무관하겠다.
    하여튼, 겨울의 여왕은 시인이 그리는 세계에 절대자임은 분명하다. 순록의 뿔처럼 아이들 키를 한 뼘만 더 키우고 싶은 열망, 대륙을 이동하듯 문단의 여러 장성 같은 고목을 넘나들며 최고의 이상으로 날아가길 기원하는 마음을 심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설의 구두가 녹을까 봐 따뜻한 난로 곁으로 당신을 부르지 못하겠다는 시인의 말은 어쩌면 역설이다. 따뜻한 난로는 온실효과를 대변한다. 무릇 자라는 교실이다. 당신은 겨울의 여왕으로 이미 굳은 세계를 가리킨다. 아무튼, 겨울은 깊었고 우리는 모두 겨울의 여왕을 사랑한다.

    성심적솔(誠心迪率)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종실록이 그 출처다. 시인 송찬호 선생의 시 ‘겨울의 여왕’은 마치 성심적솔로 시인의 마음이 그려져 있음을 필자는 느꼈다. 지도자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솔선수범하면, 백성들도 자기가 맡은 일에 힘써 노력하면서 따를 것이라는 게 세종의 생각이었듯이 교단에 선 선생은 시를 가리키며 앞장서 그 모범을 보임으로 인도한다. 필자는 송찬호 선생을 만나 보지는 못했다.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시와 글로 찾아뵈었으니 거저 마음 흡족히 여긴다.
    시의 세계로 안내하든 커피의 세계로 안내하든 성심적솔과 같은 마음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내가 너무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심히 반성하는 마음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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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찬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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