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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찰리 /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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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12회 작성일 17-05-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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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찰리 / 여성민




    찰리가 에로틱해도 되는 걸까 문장은 이어지지 않는다 플롯을 부는 여자의 입술처럼 플롯은 은밀하다 나는 찰리에 대해 생각한다 창문에서는 붉은 제라늄이 막 시들고 있다 찰리는 어떻게 됐을까 찰리에 대해 생각하기 전까지 나는 찰리를 몰랐다 그런데 찰리를 생각했고 찰리가 걱정스러웠다 찰리를 생각하기 전의 찰리와 지금의 찰리 사이에 무엇이 지나갔을까 카페의 테라스에서 여자가 플롯을 꺼낸다 나는 찰리를 생각한 내가 찰리이고 누구인지 몰랐던 찰리는 찰리 a이며 지금의 찰리는 찰리 b라고 구별한다 문제는 찰리에 대해 생각하자 찰리가 떠났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찰리 a에 대해 생각했고 그러자 찰리 a는 찰리 b가 되었고 찰리는 빌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찰리에서 빌리로 옮겨간 것은 순간적인 일이다 붉은 입술이 플롯에 닿는 순간 찰리는 찰리 b가 떠난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자 찰리 a가 누구였는지 생각나지 않았고 나도 찰리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빌리가 왔다 세계를 잠시 해체하는 것 같은 느낌이 찰리와 빌리 사이로 지나갔다 나는 그것을 에로틱한 각성이라고 적어둔다 여자가 플롯을 가방에 도로 넣는다 플롯은 숨어 있다



鵲巢感想文
    詩集 한 권 내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을 쉽게 해치운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다. 시집은 시집이 안 되겠다. 글은 쓸 때는 모른다. 마치 자신의 글이 아주 잘 된 것 같고 얼른 또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것은 작가의 마음이다. 하지만, 묵혀두었다가 한 달이나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보면 또 글은 허점투성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목표한 일에 다다르는 것도 좋겠다. 한 권의 시집이 오랫동안 나를 대신하며 많은 사람에게 악수처럼 다가가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물론 시인 여성민 선생의 시제 ‘에로틱한 찰리’를 읽다가 금시 떠오른 생각을 서두에 썼다. 찰리는 시인 본인이다. 詩人 본인이라기보다는 시인이 쓴 글, 즉 시로 보면 좋겠다. 그러니까 의인화다. 근데 여기서 찰리가 꽤 많이 나온다. 이를 구별해서 보면 아래와 같다.

    찰리 a 오래전에 써둔 시인의 詩
    찰리 b 현재 시점에 수정한 시인의 詩
    빌리 현재에 퇴고한 詩

    여기서 플롯을 부는 여자의 입술처럼 플롯은 은밀하다는 문장이 있다. 플롯은 이미 굳은 세계다. 세계를 향해 나팔 불 듯이 노래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교본 같은 시집, 시 경전 같은 시를 말한다.
    창문에서는 붉은 제라늄이 막 시들고 있다. 창문은 시인이 바라본 이상과 현실을 연결한 매개체다. 붉은 제라늄은 시상이다. 시를 짓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쓰는 순간은 완벽한 것 같아도 플롯을 부는 여자의 입술처럼 플롯을 살짝 끄집어 본다면 순서와 이치 그리고 문장이 안 맞는 것은 시인 본인이 더 잘 안다. 구태여 애써 덮는다. 그러니까 플롯을 보면 내가 쓴 찰리는 걱정이 된다. 하지만, 시는 어느 시점에 수정이 이루어지고 걱정했던 찰리 a는 찰리 b로 옮겨 간다. 다시 붉은 입술은 플롯에 닿는다. 한 번 더 시를 본다는 뜻이다. 순간 빌리로 퇴고하는 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를 잠시 해체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이것을 시인은 에로틱한 각성이라고 적는다. 詩를 쓰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는 플롯을 가방에 도로 넣는다. 플롯은 숨는다.

    詩를 쓰는 것만 좋은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시인은 모두 공통된 경험을 갖는다. 어떤 목적을 두고 행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어떤 선을 넘는다는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길이다.
    인생행락이(人生行樂耳)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짧은 것이므로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한다. 삶을 고민하게 하는 것은 내일의 불안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의식하며 살 일도 아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현재에 충실하면 어느 정도는 해소된다. 모든 것을 긍정하며 오늘을 살 필요가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은 자연을 찾으며, 음악과 미술, 시 문화예술을 가깝게 한다면 삶의 질은 한층 더 좋아진다. 정신이 맑으면 삶은 생동감으로 잇고 이러한 생동감은 성장을 도모하게 한다. 옛 선비는 시는 노래와 같았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일의 매진과 더불어 그 생동감을 흥으로 돌려볼 수 없었다.
    지극한 즐거움(至樂無樂)은 인위적인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인생행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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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민 1967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2010년 ‘세계의 문학’ 소설,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에로틱한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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