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의 감정 /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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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82회 작성일 17-05-28 21:54본문
꽃병의 감정 / 여성민
엄마는 왜 아저씨 위에서 예쁜 소리를 낼까
언제부터 너는 너의 폭력을
꽃 피는 춘삼월이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나는 군데군데 피어나지
병에는 예쁜 장총들을 꽂아놓지
그것을 꽃병의 감정이라고 부르는데
너는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고
나는 안으로부터 금지되고 싶어하고
꽃병엔 꽃이 없어
꽃병 안에는 꽃보다 더 어두운 것이 있지
나는 불온한 조짐들을 찾아다니지
코펜하겐으로 런던과 시모노세키로
그것을 감정적인 꽃병이라고 부르는데
죽을 때는 시인들의 이름을 암호처럼 말할래
꼭 한번 내 감정을 무작위로 퍼뜨려볼래
꽃병엔 꽃이 없지
꽃병엔 큰 라이플들과 작은 라이플들이 있지
그것을 나는 세계의 감정이라고 부르는데
빈병을 기울이면 쏠리는 적요
목을 열어 쏟고 싶은데
鵲巢感想文
여기서 엄마는 절대자다. 굳은 세계며 꽃 피는 춘삼월이며 장총이다. 이는 꽃병의 감정이라고 시인은 정의한다. 더 나가 이곳은 꽃이 없고 어두운 것이라고 했다. 꽃이 없는 것은 내가 만든 꽃을 얘기한다. 어두운 곳은 꽃병이며 큰 라이플들과 작은 라이플들만 있다.
아저씨는 작게는 시인 본인을 치환한 것이며 크게는 이 시를 읽는 모든 독자가 된다. 시를 읽는 이는 비 동호인도 있겠지만, 동호인이 더 많겠다. 세상은 꽃 피는 춘삼월처럼 밝고 화창하게만 보인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이 완벽한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나는 불완전하다. 어쩌면 모든 것이 장벽이며 작은 라이플과 큰 라이플들만 있는 것 같다.
빈 병을 기울이며 마음을 달래고 세상에 도전하는 시인, 시인은 우리의 표상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내각을 갖추기 위해 청와대 인선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기준을 5대 비리 관련자는 뽑지 않겠다던 선거공약을 스스로 깨뜨렸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과 한 약속은 어긴 셈이니 난처하게 됐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국민의 의중을 무너뜨린 셈이다. 어쩌면 이것은 큰 라이플이다.
사회에 소소한 라이플은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지켜야 할 공중도덕과 각종 규범과 규칙 혹은 약속을 하루에 얼마나 또 어기며 사는가! 꽃병엔 꽃이 있다. 우리가 만든 꽃병이지만 우리는 이 꽃병을 얼마나 바르게 보며 애착을 갖고 관리하는가 말이다.
여기서 꽃병의 감정은 시집의 감정이다. 꽃병이 시집이면 꽃은 시집에 든 각종 꽃으로 보면 좋겠다. 코펜하겐으로 런던과 시모노세키는 세계 꽃 시장을 말하는 거로 보인다. 지역을 탈피한 세계화에 시심을 돌려본 시인이다.
정기이격물(正己以格物)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남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공동체에 큰 직책을 맡은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단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도 작은 사회를 이룬 각계 리드 또한 심히 새겨야 할 말이다. 부정한 성공은 스스로 파멸을 부른다. 성공은 늦더라도 자기 자신의 확고한 세계가 먼저다. 화살이 곧지 않으면 활을 쏠 수 없듯 비뚤든 마음으로 무슨 시를 쓰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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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1967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2010년 ‘세계의 문학’ 소설,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에로틱한 찰리’
엄마는 왜 아저씨 위에서 예쁜 소리를 낼까
언제부터 너는 너의 폭력을
꽃 피는 춘삼월이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나는 군데군데 피어나지
병에는 예쁜 장총들을 꽂아놓지
그것을 꽃병의 감정이라고 부르는데
너는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고
나는 안으로부터 금지되고 싶어하고
꽃병엔 꽃이 없어
꽃병 안에는 꽃보다 더 어두운 것이 있지
나는 불온한 조짐들을 찾아다니지
코펜하겐으로 런던과 시모노세키로
그것을 감정적인 꽃병이라고 부르는데
죽을 때는 시인들의 이름을 암호처럼 말할래
꼭 한번 내 감정을 무작위로 퍼뜨려볼래
꽃병엔 꽃이 없지
꽃병엔 큰 라이플들과 작은 라이플들이 있지
그것을 나는 세계의 감정이라고 부르는데
빈병을 기울이면 쏠리는 적요
목을 열어 쏟고 싶은데
鵲巢感想文
여기서 엄마는 절대자다. 굳은 세계며 꽃 피는 춘삼월이며 장총이다. 이는 꽃병의 감정이라고 시인은 정의한다. 더 나가 이곳은 꽃이 없고 어두운 것이라고 했다. 꽃이 없는 것은 내가 만든 꽃을 얘기한다. 어두운 곳은 꽃병이며 큰 라이플들과 작은 라이플들만 있다.
아저씨는 작게는 시인 본인을 치환한 것이며 크게는 이 시를 읽는 모든 독자가 된다. 시를 읽는 이는 비 동호인도 있겠지만, 동호인이 더 많겠다. 세상은 꽃 피는 춘삼월처럼 밝고 화창하게만 보인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이 완벽한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나는 불완전하다. 어쩌면 모든 것이 장벽이며 작은 라이플과 큰 라이플들만 있는 것 같다.
빈 병을 기울이며 마음을 달래고 세상에 도전하는 시인, 시인은 우리의 표상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내각을 갖추기 위해 청와대 인선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기준을 5대 비리 관련자는 뽑지 않겠다던 선거공약을 스스로 깨뜨렸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과 한 약속은 어긴 셈이니 난처하게 됐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국민의 의중을 무너뜨린 셈이다. 어쩌면 이것은 큰 라이플이다.
사회에 소소한 라이플은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지켜야 할 공중도덕과 각종 규범과 규칙 혹은 약속을 하루에 얼마나 또 어기며 사는가! 꽃병엔 꽃이 있다. 우리가 만든 꽃병이지만 우리는 이 꽃병을 얼마나 바르게 보며 애착을 갖고 관리하는가 말이다.
여기서 꽃병의 감정은 시집의 감정이다. 꽃병이 시집이면 꽃은 시집에 든 각종 꽃으로 보면 좋겠다. 코펜하겐으로 런던과 시모노세키는 세계 꽃 시장을 말하는 거로 보인다. 지역을 탈피한 세계화에 시심을 돌려본 시인이다.
정기이격물(正己以格物)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남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공동체에 큰 직책을 맡은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단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도 작은 사회를 이룬 각계 리드 또한 심히 새겨야 할 말이다. 부정한 성공은 스스로 파멸을 부른다. 성공은 늦더라도 자기 자신의 확고한 세계가 먼저다. 화살이 곧지 않으면 활을 쏠 수 없듯 비뚤든 마음으로 무슨 시를 쓰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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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1967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2010년 ‘세계의 문학’ 소설,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에로틱한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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