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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과일 /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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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40회 작성일 15-07-24 16:24

본문

아내가 떠난 뒤
그는 책상 위 편지를 읽는다

(열매가 벌어지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필체는 심해 속 물고기처럼 고요히 떠 있었다 어둠 속 어둠과 함께 몸을 섞으며 번지는 글자들

창 밖으로 가끔씩 뼛조각 같은 달빛이 비치기도 했지만 거대한 어둠은 정화되지 않고

잠이 들면 도시가 물에 잠기는 꿈을 꾸곤 했다

아내는 떠다니고 있었다 썩은 과육처럼 짓무른 얼굴로, 그런 밤에는 심장이 딱딱해질 때까지 아내의 문장을 곱씹었다

(우리는 누군가 버린 망원경 속에서 태어났어요 서로를 볼 수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적막한 빛의 세계 속에서 소각되기 위해
태어난 미물들)

아내는 자신의 껍질을 모아 태우곤 했다 수북한 연기 속에서 어떤 문장을 주문처럼 반복하며

(여보, 열매들이 썩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기괴한 빛이 우리를 망치고 있어요 혀를 내밀면 조금씩, 우리가 우리를 조금씩)

달고 시큼한 냄새가 온 집에 역병처럼 퍼지고 있었다 아내의 불면보다 더 집요한 기세로

과일들은 시들어갔다 조금씩 물러지는 부분을 손톱으로 눌러 터트리면 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렸다

가끔씩 바다 위에서 비행기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아내의 이름은 없었다

과일 껍질을 태우면 검게 변색한 아내의 속살이 거기 있었다 슬픔을 가려움으로 달랬다던 아내의 푸석한 얼굴이 슬픔도 없이
타고 있었다


* 박은정 : 2011년 "시인세계"로 등단

< 생각 >
아내가 떠난 뒤, 지난 날을 회상하며 아내가 놓고 간 편지를 읽는다
괴로움에 잠을 아루지 못했다며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이 만난 불행
과거의 망령이 서로를 망치고 있다고 아내는 편지에 남겼는데
화자는 아내가 떠난 후 창 밖의 뼛조각 같은 달빛을 쓸쓸하게 바라보며
남아있는 아내의 흔적을 괴로워하며 지우려 애쓰고있는 듯한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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