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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1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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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9회 작성일 17-06-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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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1 / 장석주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이니
    피와 살로 살고 남은 시간은 몸에 저축한다.
    허나 몸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니
    그 집이 영원하다고 착각하지는 마라.
    낙타를 만나거든 낙타가 되고
    모래바람 이는 사막이 되라.
    순례자를 만나거든 옛길이 되고
    오래된 성전(聖殿)이 되라.
    비를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천둥으로 울고 번개로 화답하라.
    강을 만나거든 바람으로 건너고
    산을 만나거든 묵은 소나무 곁 바위로 살라.
    고아를 만나면 푼돈을 쥐여 주지 말고
    그의 작은 주먹이라도 되라.
    거지를 만나면 불우를 연민하지 말고
    그의 옷 솔기에 붙은 이라도 되라.
    부처를 만나면 보리수가 되고
    보리수 아래 푸른 그늘이 되어 누워라.
    나한을 만나거든 나한이 되고
    나한이 싫으면 주린 뱀이 되라.
    개구리를 만나거든 뱀으로 살지 말고
    차라리 개똥이 뒹구는 풀밭이 되라.
    혹한이거든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다가
    얼음이 풀리면 시냇물로 흘러라.
    죽음을 만나거든 꽃으로 피어나지 말고
    여문 씨앗으로 견뎌라.



鵲巢感想文
    詩人 장석주 선생의 시집 ‘몽해항로’를 읽었다. 위 詩 ‘시 1’은 이 詩集의 첫 번째 수록한 詩다. 몽해항로는 한자 표기가 없어 만약 한자로 표기한다면 ‘夢海航路’가 되겠다. 꿈같은 바다 그 뱃길, 아니면 꿈의 바닷길쯤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시는 현실과 그 이면을 보이는 것이므로 몽해항로라 해도 되겠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이며 피와 살로 살고 남은 시간은 몸에 저축한다고 詩人은 말한다. 이 시의 첫 문장이다. 여기서 저축한다는 동사는 그 앞에 금전적인 것이 나올 법하나 시간으로 표현했다. 그러니까 시간은 무엇을 제유한 셈이다. 돈 같은 무엇이거나 돈과 비슷한 어떤 사유물일 수 있으나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영혼을 안식하는 사유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서 사유는 私有가 아니라 思惟다. 이 사유思惟는 시간성을 가지며 우리 몸의 피와 살로 가는 것도 있지만, 몸에 남아 쌓는 것도 있다. 이것을 우리는 기억이라 한다.
    허나 몸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니 그 집이 영원하다고 착각하지는 마라. 이러한 우리의 몸은 모래밭에 세운 누각처럼 튼튼하지 못한 것에 비유할 만하다. 천년만년 사는 몸뚱어리도 아니며 내 사유思惟가 또 천년만년 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종교성을 가지는 것도 아닌 것이 시다. 하지만, 현실에 이것만 한 위안은 없으며 즐거움도 없어 종교와 같은 믿음은 있으니 살아생전 누각 하나쯤은 된다. 잠시 왔다가 가는 세상 잠시 쉴 수 있는 누각에 앉아 먼 바다를 보며 지는 해를 보며 노을에 젖어 보는 일이다.
    낙타를 만나거든 낙타가 되라. 동료의식이나 사회성을 표현한다. 괴뢰감이나 이질감으로 살지는 말라는 뜻이다.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이므로 표현할 것은 표현하며 함께 공유하며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자가 되어야 한다. 숲을 만들려면 나무를 잘 알아야 한다. 나무를 잘 알면 나무는 나무를 보게 되고 나무가 함께 어우르는 숲을 형성하며 산을 이룬다. 하나의 사회가 되며 우리가 목적한바, 꿈같은 세상을 실현할 수도 있다.
    모래바람 이는 사막이 되라.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 언어가 되라 한다. 언어는 말하는 순간 사라진다. 이를 표기하며 다듬고 시가 되었을 때는 이는 사회와 계약이 된다. 그러니 말로 백번 천 번 약속하여도 한 번 써놓은 것보다 못하다. 쓰는 것은 마력이 있다. 무언가 혼이 배여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안전하게 이끈다.
    순례자를 만나거든 옛길이 되고 오래된 성전(聖殿)이 되라. 옛길과 성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충실했다는 얘기다. 자신만의 성을 이루었다는 얘기다. 십 년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십 년이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말이다. 옛길과 성전은 성공이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례자와 같은 젊은 사람에게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를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천둥으로 울고 번개로 화답하라. 비는 고통과 역경을 상징한다. 어떤 일이든 맑은 날만 있을 수 있을까, 굳은 날이 오면 가만히 있거나 피했어도 안 된다. 당당히 맞서 이겨 내야 하며 천둥 같은 사자의 포효로 심장에 칼을 새기듯 세상과 맞서야 한다.
    강을 만나거든 바람으로 건너고 산을 만나거든 묵은 소나무 곁 바위로 살라. 세상을 살아도 그 어떤 벽이 없겠는가마는 희망을 버리면 안 되겠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벽 같은 존재 앞에서도 바위 같은 철학과 뚝심은 지녀야 한다. 소나무처럼 그 푸름을 내세우며 말이다. 산은 아무리 높고 크다고 하더라도 산은 산이며 소나무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산의 양분을 받아 그 푸름을 자랑한다. 생명의 유한함은 다시 산으로 귀속되겠지만, 소나무의 정체성을 저버리며 사는 것은 아니니, 이와 같은 바위는 산에 미치지는 못하나 바위는 역시 바위로 그 누대를 살 것이다.
    고아를 만나면 푼돈을 쥐여 주지 말고 그의 작은 주먹이라도 되라. 거지를 만나면 불우를 연민하지 말고 그의 옷 솔기에 붙은 이라도 되라. 힘없고 소외된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다면 금방 써버리고 말, 적은 돈이나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 되며 오히려 힘과 이웃으로 삶을 제시할 수 있어야겠다.
    부처를 만나면 보리수가 되고 보리수 아래 푸른 그늘이 되어 누워라. 나한을 만나거든 나한이 되고 나한이 싫으면 주린 뱀이 되라. 부처와 같은 성자를 만나거든 기꺼이 보리수 같은 나무가 되어야 하며 더 나가 그늘이 될 줄 알아야 한다. 덕이 높은 고승을 만나거든 고승이 되어야 하고 고승이 싫으면 굶주린 뱀으로 살 줄 알아야 한다.
    개구리를 만나거든 뱀으로 살지 말고 차라리 개똥이 뒹구는 풀밭이 되라. 약육강식의 사회를 그리지 말 것이며 차라리 포식자의 밑바닥이라 해도 하늘 향한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혹한이거든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다가 얼음이 풀리면 시냇물로 흘러라. 노자 도덕경 8장에 나오는 말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한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더 나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 다투지 않는다. 대중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며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고 했다. 혹한이란 세파에 이겨낼 수 없는 어떤 고난을 말한다.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음은 처세다.
    죽음을 만나거든 꽃으로 피어나지 말고 여문 씨앗으로 견뎌라. 꽃과 씨앗은 어찌 보면 윤회 같기도 하지만, 꽃은 한시적으로 읽힌다. 이에 비하면 씨앗은 경전 같은 말씀으로 다양한 꽃으로 만물에 어떤 여력 같은 것으로 읽힌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경전 같은 것이 아니라 경전이다. 그러므로 시는 경전과 같다.

===================================
    장석주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몽해항로’
    노자 도덕경 8장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거선지, 심선연, 여선인, 언선신,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부쟁, 고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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