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과 장미꽃 /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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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57회 작성일 17-06-06 13:13본문
치자꽃과 장미꽃 / 정진규
우리 늙은 부부는 함께 산 지 오십 년에 가깝다 그 오십 년이 신혼부부네 집엔 없고 채 일 년이 안 된 그들의 일 년이 우리 집엔 없다 어제오늘 우리 집 뜨락은 치자꽃 滿開다 신혼부부네 담장은 장미꽃 天地다 치자꽃 속에서는 장미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장미꽃 속에서도 치자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나도 없고 너도 없다 나도 있고 너도 있다 물증 심증 모두 잡았음에도 無明이여, 왜 이토록 혹심한가
鵲巢感想文
시는 비유다. 치자꽃과 장미꽃, 늙은 부부와 신혼부부, 뜨락과 담장, 만개와 천지, 너와 나, 나와 너, 있고 없고, 없고 있다. 무엇이 향내 말이다.
치자꽃은 하얗다. 중국이 원산지며 향기가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치자나무는 일찍이 17세기 이후 유럽과 19세기 초 미국까지 건너가 수익성 높은 경제 수종으로 재배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강희안의 『양화소록』이라는 책에 치자나무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한 기록이 있다. 첫째, 꽃이 희고 기름지다. 둘째, 꽃향기가 맑고 풍부하다. 셋째,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 넷째, 열매를 물들이거나 한약재로 쓴다고 하였다.
치자라는 이름은 열매 모양이 손잡이 있는 술잔과 비슷하여 유래되었으며, 불교와 관련된 담복이라는 이름도 있다. 열매를 위주로 하여 잎이나 뿌리도 한약 및 생약재로 널리 쓰이는데, 색소를 추출하는 열매에 사포닌, 그로신, 그리고 꽃에 있는 다량의 향지(꽃 기름)가 피로회복, 해열, 식욕 증진에 효험이 있다.
장미꽃은 관목성의 화목(花木)이다. 야생종이 북반구의 한대·아한대·온대·아열대에 분포하며 약 100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흰색, 붉은색, 노란색, 분홍색 등의 색을 띠나 품종에 따라 그 형태·모양·색이 매우 다양하다. 꽃의 피는 시기와 기간 역시 품종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품종에 따라 5월 중순쯤부터 9월경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마주나는 겹잎은 깃털 모양이며 줄기에는 가시가 있다.
뜨락은 집의 앞뒤 공간의 빈터다. 어떤 추상적 공간을 비유적으로 쓰기도 한다. 담장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으로 울타리다.
만개와 천지는 아무래도 천지는 만개보다 좀 더 큰 개념으로 닿는다. 치자꽃 속에는 장미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장미꽃 속에서도 치자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오 십 년 함께 산 부부는 신혼부부와 같은 애정은 없지만, 파 뿌리 같은 살았던 정은 있다.
치자와 장미는 시간성이 들어가 있다. 장미와 같은 젊음은 치자 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치자의 인생 경륜은 장미는 없다. 여기서는 이런 뜻을 너머 부부의 연이다. 장미와 같은 젊음은 이제는 나도 없고 너도 없지만, 치자꽃 같은 인생을 피웠다. 이러한 물증 심증 모두 잡았음에도 무명하다. 무명이라는 말은 번뇌의 근원이다. 잘못된 의견이나 집착 때문에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다.
시간은 거역할 수 없는 절대 진리다. 꽃 같은 세상에 모두 꽃처럼 피었다가 간다. 치자꽃처럼 모든 것이 하얗지만, 마음은 아직도 붉다. 시인은 그 붉은 마음을 치자꽃에다가 장미꽃을 담았다. 치자꽃은 시인에게는 삶의 현장이다. 매일 장미를 피울 수 있다면 인생은 즐겁고 뜻 깊고 활기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한 시력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시인의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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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193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공기는 내 사랑’
[네이버 지식백과] 장미 [rose, 薔薇]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치자나무 (우리 생활 속의 나무, 2008. 3. 25.)
우리 늙은 부부는 함께 산 지 오십 년에 가깝다 그 오십 년이 신혼부부네 집엔 없고 채 일 년이 안 된 그들의 일 년이 우리 집엔 없다 어제오늘 우리 집 뜨락은 치자꽃 滿開다 신혼부부네 담장은 장미꽃 天地다 치자꽃 속에서는 장미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장미꽃 속에서도 치자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나도 없고 너도 없다 나도 있고 너도 있다 물증 심증 모두 잡았음에도 無明이여, 왜 이토록 혹심한가
鵲巢感想文
시는 비유다. 치자꽃과 장미꽃, 늙은 부부와 신혼부부, 뜨락과 담장, 만개와 천지, 너와 나, 나와 너, 있고 없고, 없고 있다. 무엇이 향내 말이다.
치자꽃은 하얗다. 중국이 원산지며 향기가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치자나무는 일찍이 17세기 이후 유럽과 19세기 초 미국까지 건너가 수익성 높은 경제 수종으로 재배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강희안의 『양화소록』이라는 책에 치자나무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한 기록이 있다. 첫째, 꽃이 희고 기름지다. 둘째, 꽃향기가 맑고 풍부하다. 셋째,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 넷째, 열매를 물들이거나 한약재로 쓴다고 하였다.
치자라는 이름은 열매 모양이 손잡이 있는 술잔과 비슷하여 유래되었으며, 불교와 관련된 담복이라는 이름도 있다. 열매를 위주로 하여 잎이나 뿌리도 한약 및 생약재로 널리 쓰이는데, 색소를 추출하는 열매에 사포닌, 그로신, 그리고 꽃에 있는 다량의 향지(꽃 기름)가 피로회복, 해열, 식욕 증진에 효험이 있다.
장미꽃은 관목성의 화목(花木)이다. 야생종이 북반구의 한대·아한대·온대·아열대에 분포하며 약 100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흰색, 붉은색, 노란색, 분홍색 등의 색을 띠나 품종에 따라 그 형태·모양·색이 매우 다양하다. 꽃의 피는 시기와 기간 역시 품종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품종에 따라 5월 중순쯤부터 9월경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마주나는 겹잎은 깃털 모양이며 줄기에는 가시가 있다.
뜨락은 집의 앞뒤 공간의 빈터다. 어떤 추상적 공간을 비유적으로 쓰기도 한다. 담장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으로 울타리다.
만개와 천지는 아무래도 천지는 만개보다 좀 더 큰 개념으로 닿는다. 치자꽃 속에는 장미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장미꽃 속에서도 치자꽃 향내가 나지 않는다. 오 십 년 함께 산 부부는 신혼부부와 같은 애정은 없지만, 파 뿌리 같은 살았던 정은 있다.
치자와 장미는 시간성이 들어가 있다. 장미와 같은 젊음은 치자 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치자의 인생 경륜은 장미는 없다. 여기서는 이런 뜻을 너머 부부의 연이다. 장미와 같은 젊음은 이제는 나도 없고 너도 없지만, 치자꽃 같은 인생을 피웠다. 이러한 물증 심증 모두 잡았음에도 무명하다. 무명이라는 말은 번뇌의 근원이다. 잘못된 의견이나 집착 때문에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다.
시간은 거역할 수 없는 절대 진리다. 꽃 같은 세상에 모두 꽃처럼 피었다가 간다. 치자꽃처럼 모든 것이 하얗지만, 마음은 아직도 붉다. 시인은 그 붉은 마음을 치자꽃에다가 장미꽃을 담았다. 치자꽃은 시인에게는 삶의 현장이다. 매일 장미를 피울 수 있다면 인생은 즐겁고 뜻 깊고 활기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한 시력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시인의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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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193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공기는 내 사랑’
[네이버 지식백과] 장미 [rose, 薔薇]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치자나무 (우리 생활 속의 나무, 2008.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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