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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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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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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0회 작성일 17-06-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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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김지녀




    입술을 닫고 눈을 감을 때
    나는 닫힌 문이다
    아침과 저녁이 오지 않는 정원을 가꾸며
    나는 꽃과 나무의 빗장을 걸고 있다
    후박나무 잎사귀 몇,
    천수국과 백리향 몇,
    가늘게 떨린다
    바람은 발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쥐의 꼬리 같다
    환등(幻燈)을 달고
    연기를 피워 올리면 불쑥
    나타난 흐늘거리는 손
    간혹 문이 열릴 때
    엽맥 같은 소름 몇,
    비에 젖는 발자국 몇,
    돋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닫힌 문이다
    나의 정원은 충분히 아름답다



鵲巢感想文
    詩나 詩集으로 보게 하는 일종의 놀이를 펀(fun) 문학이라 한다. 시를 훨씬 쉽게 볼 방법이다. 가끔은 재미를 느낀다. 한 권의 시집을 읽을 때 한 시인의 생애와 처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시인의 시를 어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이러한 fun은 문학의 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냥 독해며 재미다.
    시제 ‘문’을 잠시 보자. 여기서 문은 여닫는 문이다. 어떤 시인은 이 문을 문(moon)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국어와 영어의 중첩기술이다. 문밖에 나간 나비는 문(門)인지 문(文), 혹은 문(moon)도 생각할 수 있음이다. 실지 문이겠지만, 여러 가지 상상력을 동원해보자는 뜻이다.
    입술을 닫고 눈을 감을 때 나는 닫힌 문이다. 여기서 나는 詩나 詩集의 제유로 이 속에 든 내용은 입술이나 눈이 된다. 책을 덮으면 그 입술도 눈도 감은 것이 된다.
    시집을 누가 펼쳐 읽지 않으면 즉 독자가 이 詩集(나)을 읽지 않으면 시간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아침이나 저녁이 오지 않는 한 권의 정원이다. 이 정원에 심은 꽃과 나무는 누가 펼쳐 읽을 때까지는 빗장을 걸어두고 있는 셈이다.
    빗장 걸어둔 정원 내부의 후박나무 잎사귀 몇, 천수국과 백리향 몇이 독자를 기다리며 가늘게 떨고 있는 것과 같다. 누가 찾아 읽기라도 하면 그것은 바람이며 발등을 스치고 지나가듯 표면은 읽힘과 더불어 마치 쥐의 꼬리처럼 한 줄은 낚아 오르는 것과 같다.
    환등은 일종의 반사광으로 사물을 비추어 보는 등이다. 내부의 시를 누군가 읽는 행위를 묘사한다. 그 작용은 연기를 피워 올리므로 이에 반작용은 흐늘거리는 손으로 묘사했다.
    간혹 문이 열릴 때, 그러니까 누가 시집을 읽을 때는 엽맥 같은 소름 몇, 비에 젖는 발자국 몇, 돋을 것이라 했다. 엽맥葉脈은 잎사귀에 인체로 비유하면 핏줄 같은 것으로 시 내용, 흐름을 비에 젖는 발자국은 시 접촉과 인식을 묘사한다. 시인은 엽맥이라 표현했지만, 읽을 때나 표기는 잎맥이 맞다.
    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닫힌 문이다. 나는 한 권의 시집으로 아주 아름답다고 詩人은 너스레를 뜬다.

    펀을 살리는 데는 극성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탄 사람과 버스를 타지 않은 사람, 키가 큰 사람과 키가 크지 않고 성장이 멈춘 사람, 활엽수와 침엽수, 활엽과 침엽의 그 어떤 소유물, 켰다 껐다 하는 스위치, 병과 마개, 회전하는 선풍기와 회전하지 않고 멈춘 선풍기,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자원은 얼마든지 많다.
    詩는 내 마음을 어느 사물에다가 이입하며 그 사물과 중첩한 표현력이다. 오징어처럼 혹은 문어, 지네, 거미 등 살아 있는 생물에다가 한 나무의 여러 잎사귀로 비유를 든 시도 있으며 역사나 정치를 비꼬는 문장도 있겠다. 그러니까 詩는 어떤 불완전한 실체가 온전한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단계를 심는 것이다.
    순자가 말했다. 진소자대 적미자저(盡小者大 積微者著)라 했다. 의역하자면, 작은 것들이 쌓이면 커지고 한미한 게 모이면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세상 살아가는데 나에게 한 치 부끄러움 없이 베푸는 행위는 詩 쓰는 일이며 그렇다고 해서 이 詩가 돈이 되거나 한 톨의 양식을 가져다주는 일은 아니나, 마음 수양이니 거기다가 좀 여유가 나거든 시집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유대감을 조성하면 믿음은 또 그 배가 되니 드러나지 않으려도 드러나게 돼 있는 법이다. 그러면 더러 나지 않을 때와 더러 남은 확연히 차이가 생겨 삶의 희망을 안겨다 준다.
    자신감을 가져라! 나는 할 수 있다. 문을 열려고 안 열리는 문을 열려고 오늘도 두드려라! 거북이 등딱지 같은 자판을 아주 몰랑하게 폭신하게 넉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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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녀 1978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2007년 ‘오르골 여인’외 5편으로 “세계의 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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