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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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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귀 / 윤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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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0회 작성일 17-06-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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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 윤석정




    귀는 쥐를 먼저 봤다
    뒤에서 밀담을 나누던 쥐
    쥐가 귓바퀴를 빙빙 돌리더니
    선잠 든 귀를 바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생시에 본 적 없거나 볼 일이 없는 몽타주처럼
    귓속 어둠을 후비고 다녔다

    쥐는 소문을 번식시키는 종이었다
    은밀히 새어 나간 소문으로 인해
    귀퉁이를 갉아 먹도록 하는 무기형이 종족에게 내려졌다
    어둠과 반죽된 음식물 쓰레기를 뒤적거리며
    매일 연명해야 했다
    귀가 쥐의 말을 해독하려 할수록 귓밥이 차올랐고
    갈수록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때가 늘어났다
    귀머거리가 될 지경에 이르자
    쥐가 귓바퀴를 파먹고 있음을 알았다

    단 한 마리 쥐가 귀의 세상을 지배했다
    잠결에서 깨어나고자 귀가 세상으로 쫑긋 서서
    귀를 잡고 바퀴처럼 굴러 들어온 쥐를 끄집어냈다
    쥐를 잡고 보니 귓속의 쥐는 헛것이었다
    어둠으로 종적을 감춰 버린
    꼬리가 가늘어진 소문을 귀는 추적했다

    막다른 귀퉁이에서 쥐가 귀를 막아 버렸다
    말더듬이 같은 이명을 귓속에 가둬 두고
    쥐는 세상으로 빠져나온 이명의 귀를 갉아 먹었다
    귀를 먹는 쥐가 변종하더니 세상에서 가장
    귀해졌다



鵲巢感想文
    詩는 하나의 말놀이다. 위 詩 ‘귀’에서 ‘귀’와 ‘쥐’는 극을 이룬다. 귀는 詩의 주체다. 이 시는 모두 4연으로 구성하며 詩 1연은 귀가 쥐를 본 광경과 쥐의 행위로 인해 귀에 어떤 영향으로 미치는지 묘사한다. 귀를 시인으로 보고 쥐는 詩人의 장난감으로 본다면 좀 비약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쥐 같은 문장은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 귓바퀴가 빙빙 돌고 선잠을 자거나 몽타주처럼 흐릿한 상상에 젖어 사는 시인을 역으로 볼 수 있다. 시는 마약은 아니지만, 마약 같은 어떤 물질로 보아도 손색은 없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매달려 있는 것은 어쩌면 다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특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詩人은 쥐를 소문을 번식시키는 종으로 정의했다. 물론 비유다. 소문처럼 무성한 생각만 낳는다.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 같은 것이다. 꼭 이 대목에서 詩人 최승자 선생의 ‘악순환’이 떠오른다.


    악순환 / 최승자

    근본적으로 세계는 나에겐 공포였다.
    나는 독 안에 든 쥐였고, ....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쥐였고,
    그래서 그 공포가 나를 잡아먹기 전에
    지레 질려 먼저 앙앙대고 위협하는 쥐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계가 나를
    잡아먹지 않을는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詩는 시인에게는 하나의 세계다. 물론 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은 모두 詩며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며 헤쳐 나갈 것인가가 주안점이다. 어쩌면, 詩는 근본적으로 나에겐 공포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공포 같은 현실을 회피하거나 이겨내려는 몸짓 같은 것을 우리는 詩라고 정의 내린다면 너무 과한가!

    그러므로 詩人은 시인이 안고 있는 어둠과 반죽된 각종 음식물 쓰레기를 뒤적거리며 매일 연명해야 했다. 이는 쥐의 생태학적 접근방법이다. 세상은 공급사슬로 얽히고설켜 마치 거미줄 같은 경제의 네트워크에 우리는 존재한다. 하나의 거대 조직 같은 것이며 이 속에 흐르는 분비물 같은 쓰레기를 음식물 쓰레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귀는 詩의 주체 즉, 자아는 쥐의 말을 해독하려 할수록 귓밥이 차오르기만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귓밥 같은 삶의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나 감정만 쌓일 뿐이다.
    단 한 마리의 쥐가 귀의 세상을 지배했다. 이는 특정한 쥐다. 詩라는 물질세계에 구속력을 가진다.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처럼 악순환만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 詩人은 쥐를 끄집어내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꺼낼 때마다 이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쥐의 실체를 찾는 것은 잠결마저 못 이루며 세상을 향한 울부짖음과 같다.


    불면 / 박기섭

    생쥐 한 마리가 시계 속에 들어갔다 초침 분침에 시침까지 갉아대더니 태엽이 다 풀린 아침 온데간데없는...........................쥐


    詩人 박기섭 선생의 시 ‘불면’처럼 귓바퀴를 몰며 귓속 시계를 다 갉아먹고 만다. 결국, 막다른 귀퉁이에서 쥐가 귀를 막아 버렸다. 말더듬이 같은 이명을 귓속에 가둬 두고 쥐는 세상으로 빠져나온 이명의 귀를 갉아 먹었다. 이는 하나의 변종이다. 진화한 詩를 우리는 지금 보는 셈이다. 그러니까 이명의 귀는 쥐가 된다. 귀와 쥐, 쥐와 귀, 귀와 쥐, 쥐와 귀 끝없는 순환론이다. 헤겔의 유물론적 변증법과 일맥상통하는 문학의 본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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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경 1977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페라 미용실’
    최승자 시집 ‘즐거운 日記’
    박기섭 시집 ‘달의 門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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