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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에 다가오는 것 / 최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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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8회 작성일 17-06-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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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에 다가오는 것 / 최호일




    백 년 후에도 열두시가 있을까 나는 없고 / 열두시만 있을 것 / 고양이같이 까만 열두시가 있고 / 모자와 옷을 벗어 걸고 구름 사이로 다리를 조금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가 있을 것 같다 그걸 새로운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고 창밖에는 거짓말로 날아가는 비행기 / 고양이가 그걸 모를 리 없지

    나는 보는 중이다 길을 가다가 꽃잎과 다른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보다가 / 이상한 것이 천천히 다가오는 순간을 / 우리는 발목이 없구나 / 백 년 전 조용한 원형으로 들어 올려지거나 구덩이에 빠지듯

    이런 순간을 고양이가 놓고 간 그림이라고 말할까

    눈은 없지만 눈물이 난다 / 슬픔을 사용하기 위해 사다 놓은 인형처럼 / 표정이 있는 아이스크림이 필요하겠지

    나는 가로수와 꽃과 내일, 그리고 / 찻집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다

    터벅터벅 걸어가 / 그림 속 담배 연기의 형태로 매일 죽는다 뺨을 때리면 / 열두시에 없어지는 손바닥같이



鵲巢感想文
    시제가 ‘열두시에 다가오는 것’, 여기서 열두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열두시는 하루에 두 번 아니, 분침과 시침, 어쩌면 초침까지 포함한다면, 바늘이 겹치는 시간이다. 一字이면서도 一者다. 하나의 모양을 갖추는 것도 되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비롯하며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절대자의 이름으로 말이다. 한 줄 바르게 닫힌 세계, 아니 닫은 세계, 책을 덮고 무심코 하늘 보면 나는 없다.
    그러니까 열두시는 다 먹고 버린 참치를 차고 노는 아이들의 세상 같고, 이 세계와 나 사이에 투명한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한다. 불안을 머금은 유전자를 내포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설탕이 없는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으며 뒤돌아 확인하면 일정한 높이와 냄새, 수만 개의 눈을 가진 계단이기도 하다.
    모자와 옷을 벗어 걸고 구름 사이로 다리를 조금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가 있을 것 같다는 말, 시는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처지를 바꾸어 보는 것이다. 고양이 눈처럼 예리한 눈빛이거나 고양이 눈처럼 접거나 닫았다면 비행기처럼 공중묘기와 같은 상상은 즐길 만도 하다. 고양이가 그걸 모를 리는 없다. 즐거우니까!
    꽃잎과 다른 꽃잎은 고객(시-동인)을 치환한 은유다. 백 년 전 조용한 원형으로 들어 올려지거나 구덩이 빠지는 것은 詩 해체다. 이것은 고양이의 그림자며 그 그림자의 뿌리를 형성한다.
    인형과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도 참 재밌다. 사람이 만든 사람의 모양을 뜬 장난감 아닌가! 아이스크림은 냉동식품으로 굳음의 표상이며 이를 빨고 나면 없어지는 과자, 꼭 사람의 뇌처럼 생겨, 시적 언어로 흔히 사용하는 시어다. 표정이 있는 아이스크림이 필요하겠지, 한마디로 맛이 있어야겠다. 어떤 맹한 것보다는 느낌이 있어야겠다는 말이다.
    가로수와 꽃과 내일, 그리고 찻집이 있다. 가로수와 같은 동무, 꽃 같은 동인, 내일의 꿈은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이웃이며 희망이다. 찻집만 보더라도 어떤 여유를 제공한다.
    열두시는 어쩌면 완벽한 세계일 수 있으며 모두가 끝난 시점일 수도 있다. 손바닥은 꽉 쥔 주먹을 편 것도 되니, 탈탈 털면서 바라보는 세계, 속을 다 비운 마음, 우리는 그 세계를 동경하며 바라보는 것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은 경제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성장을 하자는 말이다. 일자리는 경제가 성장해야 만들어진다. 이는 고용이 적은 성장은 있어도 성장 없는 고용은 없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 없이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세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자리는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국민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부가가치는 창출하지 못하면서 세금만 축낸다.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래의 재앙이다.
    국민은 보는 중이다. 길을 가다가 꽃잎과 다른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보다가 이상한 것이 천천히 다가오는 순간을 우리는 발목이 없구나! 생각한다. 발목은 다리와 발의 매개체다. 발목 없는 성장과 고용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4분의 1을 공무원으로 만든 그리스가 이미 입증한 바 있다.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가슴이 답답하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과 소비여력 확대로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의견이라면, 중소·자영업자들은 고용할 의지를 떨어뜨려 경기를 얼어붙게 할 것이란 주장이 보편적이다.
    정치와 경제는 열두시처럼 될 수 없다. 하지만, 열두시와 같은 세계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이므로 창은 늘 열어놓는다. 우리는 꿈을 위해 하루를 캐며 땀을 흘린다. 이것은 진정 행복한 길은 무엇인가를 자문하는 일이다.
    오늘도 열두시를 기약하며 손바닥 탁탁 털면서 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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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일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2009년 ‘현대시학’에 시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나나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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