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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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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63회 작성일 17-09-0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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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송종규
 
 
이 이스트는, 이 반죽은,
누가 방금 던져 놓고 간 내 미래 같아서
나는 괜히 수줍고 두려워 그 보드라운 속살에 코를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찔러 보기도 하지만
 
이 이스트는, 이 반죽은,
누가 방금 보내 온 눈사람 같기도 해서
나는 괜히 슬프고 두근거려 차양을 치듯 얼굴을 가리거나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도 하지만
 
오늘 스페인 풍의 접시와 식탁과 고무나무는 마치
숲의 입술을 열고 호루라기 소리가 튀어나오던 청춘의 한 날 같아서
나는 괜히 울컥하고 멋쩍어
연미복을 입은 열두 시에게 마음을 들킨다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아는 사람보다 몇 억 배 더 많은
이 지상에서
소금 덩어리와 탁본과 물고기의 화석을 말한다 한들
누가 들어주기나 할까, 봄날의 아름다운 퇴폐를
읽어주기나 할까
 
삶은 때때로 세월이 내팽개친 반죽 같아서
 
나는 혼자서도 곧잘 부풀어 오르고 혼자서도 곧잘 풀이 죽기도 한다네
당신께 핑계도 안부도 전할 수 없지만
수줍고 멋쩍고 두려운 문장을 적을 수밖에 없다네
 
나는 마치, 방금 도착한 나의 미래 같아서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 《 심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 고요한 입술』『녹슨방 』


ㅡ 시 노트 ㅡ


시인의 나이가 52년생이면 올해 64세다 그런데 시는 젊은 시인의 피가 수혈된 것처럼 문장이 푸르다
아무리 시를 잘 쓰는 시인이라 할지라도 평상시 젊은 시를 읽고 연구하고 필사하지 않으면 절대 이런 감각적 시를 생산할 수가 없다 몇 십년 시업을 한 유명시인이라할지라도 시 한편이 그냥 뚝딱 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트가 첨가된 부풀은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이렇게 삶의 단편과 삶이란 건축술의 조도를 정말 끈적한 반죽처럼 버물려 버린 시
그냥 상큼한 말법과 감각적 표현에 입이 쩍 벌어진다면 과장된 수사법일까 

이 이스트는, 이 반죽은,
누가 방금 던져 놓고 간 내 미래 같아서
나는 괜히 수줍고 두려워 그 보드라운 속살에 코를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찔러 보기도 하지만

  ㅡ   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부분ㅡ

부풀은 밀가루 반죽에서 시인은 
마치 부풀어 오른 꿈 또는 다양한 모습의 삶으로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면서 시작노트가 시작되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반죽을 보면서 누가 던져 놓고간 미래같다고  진술하고 있다 반죽은 어떤 모양의 빵을 만들기 전의 모습이다
꿈 또한 우리가 어떻게 그 모양을 결정할 때 꿈은  어떤 형태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연애를 걸어 오는 것이 아닐까 
시인은 

/나는 괜히 수줍고 두려워 그 보드라운 속살에 코를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찔러 보기도 하지만/

라고 무자아적 존재 유형적
감각물인 밀가루 반죽이란 대상에 정서를 이입하여 수줍고 두려워서 코를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찔러본다는 
시인의 사고와 인식 상상력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시인의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갇혀보지 않을 수 없다

삶은 때때로 세월이 내팽개친 반죽 같아서
 
나는 혼자서도 곧잘 부풀어 오르고 혼자서도 곧잘 풀이 죽기도 한다네
당신께 핑계도 안부도 전할 수 없지만
수줍고 멋쩍고 두려운 문장을 적을 수밖에 없다네

   ㅡ 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부분ㅡ

삶은 때때로 세월이 내팽개친 반죽 같아서

시인의 진술에서 삶은 무엇을 만들다 버려진 반죽 같다며 반죽과 삶의 명암을 
비교 대비시키며 혼자서 곧잘 부풀어도 
오르고 혼자서 곧잘 풀이 죽기도 한다라는
진술에서 우리의 삶이 참 반죽과 유사성과 동일성이 있다는 것을 깨우친다 시란 이렇게 생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지점과
엉뚱한 곳에서 발아된다 또한 어떤 각도에 그것을
바라보고 또 조응할 때 시는 기의하고 기표한다
삶은 밀가루 반죽처럼 무엇이 만들어지기 전의 미완의 대기이며 또한 어떤 형태소를 가지지 않은 미래다 그러면서도
밀가루 반죽처럼 예민해서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형태에서 변의가 일어나며 딱딱해지거나 쉰 반죽이 되고 시인은
밀가루 반죽과 삶을 아주 섬세한 감각으로
대비시키며 시를 읽는 독자에게 피부에  스미는 스킨처럼 상큼하면서 촉촉하게 스며들고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아는 사람보다 몇 억 배 더 많은
이 지상에서
소금 덩어리와 탁본과 물고기의 화석을 말한다 한들
누가 들어주기나 할까, 봄날의 아름다운 퇴폐를 읽어주기나 할까

ㅡ 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부분ㅡ

시인의 고백처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지구에서 소금 덩어리의 탁본과 물고기 지느러미의 탁본을 어떤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겠느냐 만은
삶이란 누가 읽어 주기를 바라는 상황적
태도가 아니고 삶이란 내가 가진 여백에
비뚤한 글씨체일지라도 열심히 쓰면서 흐트려지지 않는 발자국 탁본을 단단히
새기면서 가야하리라, 는 생각에 가닿는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오늘 하얀 밀가루 반죽들이 각양각색이다 나의 반죽은 어디에 있을까 물고기 지느러미를 닮은
반죽이 나의 것일까 손을 내밀어 만지작
거린다 가느다란 기척에 닿는다 나라는 존재의 반죽에
꾹 하고 손가락을 찔러본다 [문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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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개인적으로)

<시는 대화다> 라는 생각

즉, 그것은 소통 - 이거 안해서 국립호텔 신세지는 사람도 있죠

아무튼, 오늘의 시처럼
독자의 가슴에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시가 좋은 시란 생각

요즘, 첨단의 시들을 보자면

시인 저 혼자만 자신의 시에 감탄(?)하는 어조의 시들도 참 많죠

그러니까, 일반대중은 시에서 더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왜? 공감이 전혀 안되니까)

좋은 감상글을 읽고, 저도 꾹 하고 손가락을 찔러봅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가끔 접하는 시편들 속에서 시인만의 기호만 쓰여진 시들이 있죠 도대체 열쇠를 찾을 수없는.
그것은 또 현대시가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 발전해 가는 한 과도기의 종기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우리 시가 기존의 보편화된 서정에서 벗으나 새로운 옷을 입으려고 하는 시도 쯤으로 진화의 단계 쯤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시를 읽어 내는 저의 한계점도 있겠지만. 건강하십시오.

저도 안쌤 쿡 찔러보기를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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