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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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1회 작성일 17-10-07 22:56본문
없다 / 김준현
개구리는 없는데 개구리의 몸이 있고
부처는 없는데 부처의 몸이 있다
돌은 없는데
돌의 몸이 있어서 돌은 부서지고
돌이 되고
각자가 되고 돌로 나뉜 운명과 다르지 않은
두 감정이 되는 것
돌에 맞아
뒤집힌 개구리의 흰 피부와 초록 피부의
경계의
웅크리는 법과
지켜야 할 법이 많은 인간에게
여전히 몸이 남아 있으니
무덤의 주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鵲巢感想文
개구리는 없는데 개구리의 몸이 있다. 부처는 없는데 부처의 몸이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다. 돌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돌과 개구리의 운명이다. 시와 시평의 문제라든가 북핵과 UN의 대북 기조 혹은 우리의 대처방안이라든가 미국의 전략 같은 것을 되새겨볼 수 있다.
부처는 없는데 부처의 몸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부연 설명이다. 부처를 예를 들어 개구리는 한 층 더 격을 높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늘 사각지대다. 어떤 말이라도 그림자가 있고 드러난 태양이 있지만, 그 어떤 것도 가릴 수 없는 현실에 산다. 예를 들면 정치만 하더라도 북핵을 두고 말이 많다. 러시아 의원은 지난 6일 평양을 다녀간 사실이 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 서부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말은 심각하다는 표현까지 하여 의미심장하게 닿는다. 문제는 트럼프의 말이다. 트럼프는 군 수뇌부의 회의에서 폭풍전야(the calm before the storm)라는 말을 썼는데 무슨 말이냐고 기자가 묻기까지 했다. 그는 웃으면서 하는 말이 곧 알게 될 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단지 농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는 국제사회에 어떤 튀는 행동이라는 말이다. 최고 군 통수권자로서 어떤 튀는 행동으로 하는 말치고는 너무 가벼운 행동이었다.
말은 정치권만 오가는 것도 아니다. 서민은 이 말 때문에 사회에 무리를 짓기도 한다. 그러므로 입 꾹 다물고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것도 아주 현명한 처사다. 그렇다고 영 바보처럼 있다가는 어떤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시기적절한 임기응변의 능력과 상황을 적기 적절하게 판단하는 능력은 있어야겠다.
몸이 남아 있는 한 끝없는 무덤의 주량만 늘겠다는 시인의 말처럼 그것참, 몸이 없어도 무덤은 날로 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인이면 말이다. 그가 남긴 무덤만, 무덤만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설망어검舌芒於劍이라는 말이 있다.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말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도리에 어긋나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는 말도 있다.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말이다. 예사로운 말인 듯해도 만만치 않은 뜻이 있음을 강조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한 그럴듯한 말과 얼굴빛이다. 이러한 것은 가릴 줄 알아야겠다.
시인의 시제 ‘없다’에 견줄만한 유언비어流言蜚語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 근거 없는 말로 널리 퍼진 소문 같은 것이다. 쓸데없는 말로 남에게서 듣고 또 퍼뜨리는 것도 돌을 던지는 행위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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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1987년 경북 포항 출생,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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